독서리뷰 187

[독서리뷰 134]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가 보여주는 선과 악 / 이윤기 옮김.

움베르토 에코, 그가 벌써 작고한지도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는 나의 존재조차도 모르지만, 삶의 어느 시점에서 현대의 지성과 같은 하늘 아래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축복처럼 느껴진다. 출판사에 근무하던 여자 친구로부터 추리 소설을 써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 2년 반 만에 탄생한 책이 이다. 만약 여자 친구의 권유가 없었으면 이 책은 하마터면 탄생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오늘날 가장 저명한 기호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부터 현대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았고, 전 세계 수십여 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독서리뷰 2015.08.25

[독서리뷰 133]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읽고 / 김 석희 옮김

에밀 아자르의 작품에 이어 폴 오스터의 타자기’를 읽고 보니 그러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닌데 우연스럽게도 김영하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에서 만난 책들이었다. 작가 김영하에 따르면 폴 오스터는 다른 현대 소설가와는 달리 우연이나 운명의 장난을 과감하게 소설에 집어넣으며 스토리 전개가 그 우연의 연속적인 맞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이 폴 오스터 플롯의 원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것이 재미는 물론 억지스럽지 않고 그러한 우연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폴 오스터 작품에 나타나는 작법의 특징이라는 것. 그렇게 우연을 좋아하는 폴 오스터의 작품을 ‘김영하’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우연스럽게 집어 든 것도 참 재밌는 우연이었으니, 삶이란 얼마나 재밌는 장난꾸러긴지. 가 소설인 줄 알고 집어 들은 나..

독서리뷰 2015.02.18

[독서리뷰 132]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 용경식 옮김

손에서 잠시도 떼어내지 못하고 한 호흡으로 읽어 내린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체한 듯 소화되지 않은 먹먹한 감정이 나를 힘들게 했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었을 때 느꼈던 바로 그 느낌... 유태인으로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창녀로 일하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로자 아줌마와 역시 창녀의 아들로 로자 아줌마에게 맡겨진 아랍인 꼬마 모모로 불리는 모하메드가 그려내는 사랑이야기. 아우슈비츠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고통을 받았던 로자 아줌마는 삶이 너무 힘들거나 고통스러울 때는 침대 밑에 넣어둔 커다란 히틀러 사진을 꺼내보곤 위로를 삼곤 한다. 로자 아줌마는 95 킬로그램의 육중한..

독서리뷰 2015.02.10

[독서리뷰 131]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양윤옥 옮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벌레 먹은 잎사귀가 갈바람에 서럽게 서걱거리듯, 때때로 가슴에 시린 바람 불어 그렇게 마음이 추워질 때면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을 데우고 싶어 진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중앙 공론 문예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일본의 추리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참혹한 살인 사건이나 악의를 묘사할 때도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믿음을 놓아버리는 일이 없었다. 오래도록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이유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한 옮긴이의 말이다. 그의 다른 작품은 읽지 않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으며 옮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

독서리뷰 2015.01.30

[독서리뷰 130] 자이너파일 고종석이 보여주는 <고종석의 여자들>

여자를 애호하는 자이노파일 고종석. 방대한 다방면의 지식과 단어를 마음대로 가지고 놀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의 한계 없이 글을 쓰는 고종석. 감히 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불가능한 꿈을 갖는 것조차 주눅 들게 하는 고종석. 대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성은 어떤 이들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역시나, 그가 빠진 여성들은 독특했고 자신들만의 세계와 색깔이 분명한 여성들이었다. 그를 사로잡은 여성들은 역사를 포함한 현실 속의 인물들만이 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다수 등장한다. 취향도 성향도 다채롭게 그의 여성 편향(?)은 동서양의 문화를 초월한 아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내가 일반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자이노파일이긴 하지만, 거기에도 편애가 있으니까, 그 선택은, 당연히, 인물..

독서리뷰 2015.01.22

[독서리뷰 129] 안광복의 <철학, 역사를 만나다>를 읽고...

강신주의 뒤에 내가 고른 책은 안광복의 였다. 제목이 보여주는 대로 철학이 역사와 어떻게 만나는지도 궁금했지만, 에서 나를 열광케 했던 안광복 선생의 시선으로 보이는 역사와 철학과의 만남은 또 내게 어떤 즐거움을 안겨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던 까닭이다. 안광복 선생은 중동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이 난해한 철학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재밌게 느껴지게 하며 친해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역사로 풀어 철학을 설명하니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느낀 그는 말한다 “철학과 역사는 찰떡궁합이었다. 철학은 파편처럼 흩어진 역사적 사실들을 의미 있게 엮어 주는 날실이고, 역사는 허공에 떠도는 사변들을 현실로 풀어주는 씨실이다. 나는 비로소 역사를 통해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르칠 수 ..

독서리뷰 2014.12.26

[독서리뷰 128] 욕망의 인문학,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철학자 강신주가 읽어 주는 욕망의 인문학’이라는 소제가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강신주의 명성을 익히 듣고 있었던지라 그는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나갈지 호기심이 일었던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을게다. 책을 펴보니 제목이 왜 ‘감정수업’인지 알 수 있었다. 스피노자가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48가지로 나누어 그 각각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해놓고 그 각각의 감정을 가장 대표하는 책을 선정하여 주인공들의 성격과 삶을 보여주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을 대비 분석하며 좀 더 분명하게 그 감정의 색깔과 성격을 알게 해주는 책. 그래서 ‘감정수업’이었다. 그 감정의 정체와 느낌을 분명하게..

독서리뷰 201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