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27] 조길제의 ‘빛과 바람’을 읽고..

pumpkinn 2014. 11. 21. 11:43





조길제의 빛과 바람을 읽고..



지난 몇 달,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여러가지 상황이 그렇게 이끌기도했지만 내면의 갈등에서 오는 방황이 주요 원인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내가 잡은 책은 조길제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빛과 바람이었다. “오직 정성을 다하는 자만이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킨다.” 영화 역린에서 중종이 말했던 바로 구절을 적어 함께보내주신 빛과 바람’. 한 호흡으로 읽었다.


전생과 이생,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들. 자성, 정란, 해산, 덕산, 패장, 그리고 형수, 전생에서부터 이어져오는 인연들이 이생에서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들은 참 재밌으면서도 삶 안에서 우리가 추구하고 이뤄내야할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잠시 멈춰 생각하게 했다.


자성과 정란의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사랑은 이생에서 덕산으로 이어지고, 자성이 몸에 품은 세 개의 황금 씨앗은 정란의 몸을 통해 덕산 안에 심어진다. 덕산은 본인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그 세개의 씨앗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의미와 의무를 오랜 고통 속에 이겨내며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이생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해 임하는데, 덕산의 몸 안에 심어진 세 개의 황금씨앗은 바로 사랑의 씨앗, 그 사랑을 실천하고 지킬 수 있는 용기의 씨앗, 용기가 꺼지지 않게 하도록 끊임없이 타오르는 열정의 씨앗이었다


사랑, 용기, 열정. 이것은 내가 삶 안에서 늘 나를 붙잡는 화두이기에 살짝 놀라웠다. 사랑없는 삶은 공허와 허무로 채워지고, 나의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며, 그렇게 내자신이 삶속에 지속적으로 사랑과 용기로 도전하고 시도하며 나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열정이기에 참으로 깊은 공감이 일었던 부분이다.


책의 배경이 되는 동관시의 분위기는 내가 어렸을때 살았던 동두천의 분위기와 닮아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동두천의 분위기가 그려졌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엔 너무 어렸던 나이라 섬세한 디테일까지 그려낼 수는 없었지만, 동관시의 배경은 참으로 익숙하게 느껴져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배경안에서 일어나는 너무나도 지고지순한 해산과 소연의 사랑이야기는 책에서 맛소금 역할을 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나의 시선을 잡았던 부분은 우리가 이 세상에 온 목적 부분이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루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내가 늘 생각해오는 소명이었다. 내가 이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내안에 심어진 소명. 그것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야하고 그것을 충실히 이행하고 가야하는 내게 주어진 임무인 것. 바로 내 삶이 허무한 삶이 아니라, 의미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 소명 아닐까. 바로 지난 몇 년 나를 붙잡고 있는 화두였다.


깨진 잔! 금이 간 잔에 따르기 때문일거야! 잔을 다르게 비유하면 바로 자신의 내면이 될 수 있어. 자신의 내면이 오염이 되고, 깨진 줄도 모르고 그저 외적인 경험만으로 잔을 채우려 했기 때문에 오랜 경험을 한다할지라도 잔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봐.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깨진 곳은 붙이고 더러운 것은 깨끗이 하려는 삶을 산다면 비록 짧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지 않을까?” (P445)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그저 외적인 경험만으로 잔을 채우려는 모습이 바로 내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내적 성찰이 함께 따라주지 않고, 아니 성찰은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않는 성찰은 그저 순간의 자기만족으로 끝나고, 성장과 성숙으로 이어지지 않는 삶을 속상해하며 끌끌대는 나. 바로 내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삶 속에 나의 소명은 무엇인지. 과연 삶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내게 속삭이는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나의 잔은 어디쯤에 금이 가있는 것인지를 찬찬히 성찰하며 내 삶이 낭비되지 않도록 나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의미를 충실히 다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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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의 음성으로 들을 수는 없지만,

Sound of Sil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