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187

[독서리뷰 156]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윤지관, 전승희 옮김

은 생각지 않게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김영하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알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씩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라이브 프로그램이 진행됨을 알게 되었다. 3월에 같이 읽을 책이 제인 오스틴의 으로 정해져 함께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계획에도 없이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하긴, 내 손에 잡히는 책들은 대체적으로 그 순간의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선택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편하게 나른한 오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듯, 그렇게 함께 한 책이다. 은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고, 영화로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시골의 중간 귀족 집안의 다섯 딸들, 그중에서도 제인과 엘리자베스와 런던의 귀족 집안의 자제인 빙리와..

독서리뷰 2021.03.22

<독서리뷰 155> 영혼보다 피렌체를 더 사랑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강정인, 김경희 옮김

오랜 시간 바라만 보고 있던 악명 높은 을 집어 들었다. 밀란 쿤데라의 을 흠뻑 빠져 읽었던 터라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아직은 좀 더 진중한 분위기 속에 묻혀있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도 많이 들어서 마치 읽은 듯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 고전이란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라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라면 는 고전으로서의 기본 의무(?)는 충실히 해낸 셈이다. 마키아벨리의 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고다. 결과가 왕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키아벨리가 전하고자 한 그의 주장들이 편협적인 시선으로 왜곡되어 알려져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15세기 초인 1469년에 피렌체에서 태어나..

독서리뷰 2021.02.22

[독서리뷰 154]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 이재룡 옮김

오랜만에 책 한권 읽고는 리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끙끙거리기를 며칠. 머리로만 쓰고 있다가 마침 상파울로시의 생일로 공휴일이라 덩어리 시간이 주어진 오늘, 작정을 하고 컴 앞에 앉았다. 독특한 제목으로 인해 온갖 패러디가 난무했던 밀란 쿤데라의 은 오랜 시간 내 주위를 맴돌던 책으로, 이제 더 이상 책장에 꽂혀있기를 거부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난 소설가 지망생 한 분이 이 책을 필사 중이라는 말씀에 호기심이 일었었다. 물론, 결정적으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작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였지만. ‘밀란 쿤데라’ 이름에서 풍겨나오는 뭔지모를 굵직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카리스마. 그의 이름이 주는 뭔지 모를 혁명적인 분위기는 그의 삶과 사..

독서리뷰 2021.01.26

[독서리뷰 153] 앙투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을 읽고 / 장소미 옮김

앙투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을 읽고.. 내가 사랑한 공부의 마지막 학기를 격동 속에 보내고 가장 먼저 집어든 책은 ‘몽태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산책’이라는 매력적인 소제목이 붙어있는 앙투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이었다. 앙투안 콩파뇽이라는 이름은 내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책 날개에 소개되어 있는 글을 보니 몽태뉴만큼이나 매력적인 인간이다. 1950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불리는 그는 프루스트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데, 재밌는 것은 그가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라는 사실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을 겸비한 공학도. 앙투안 콩파뇽. ‘공학도’라는 부분에서 ‘혁신의 과학사’ 강의를 주셨던 남영 교수님..

독서리뷰 2019.01.08

[독서리뷰 152]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고 / 이선희 옮김

라는 소설로 쇼각칸 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나쓰카와 소스케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현직 의사이기도 하다. 의외로 ‘의사’ 직업을 가진 작가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의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렇고, 의 폴 칼라티니가 그랬듯이.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본명이 아니라 작가명이라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재밌다.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케'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에서 따왔다고 한다. 얼마나 책을 좋아했으면 일본의 유명 작가의 이름과 작품에서 따와 작가명을 만들었을까. 살짝 귀엽기도 하고 순수한 느낌도 들고.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일본 작가 이름이 이 나쓰카와 소스케 이름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살짝궁 웃음이 나왔다. 오에 겐자부로가 빠..

독서리뷰 2018.08.23

[독서리뷰 151]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고 / 우석균 옮김

, 이렇게 유쾌하고 명랑하고 해학적이고 코믹하며 재치 발랄한 책이 또 있을까. 200페이지 남짓 안 되는 얇은 책이기도 했지만,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었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작가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란 책도 내겐 생소한데 어떻게 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있었을까. 아마도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듣다가 주문을 해놓고는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슬라 네그라'(검은 섬)에서 마리오 헤메네스라는 우편배달부와 우연하게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마치 어른 동화처럼 느껴지는 맑고 순수하면서도 어두운 사회적 배경이 그림자로 드리워진 소설. El Cartero de Neruda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표현이 전혀 과장스럽지 않을 정도로, 이슬..

독서리뷰 2018.08.22

[독서리뷰 150]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 / 왕은철 옮김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게 넘어가 고통 속에 절규하고 있는 그들을 보니 몇 년 전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들을 통해 접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좀 더 가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런 가운데 미라클 작전을 통해 한국 공관에서 일했던 아프간 직원들이나, 한국인들을 도와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왔다는 소식은 얼마나 감사한지. 지난 날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도움을 주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2년 전에 썼던 리뷰를 정리하여 다시 올려 본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연을 쫓는 아이’는 “내 눈의 누르(빛)인 하리스와 파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에게”, 그리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는 “내 눈의 누르(빛)인 하리스와 파라,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

독서리뷰 2018.08.13

[독서리뷰 149]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읽고 / 왕은철 옮김

타밈 안사리의 에 이어서 읽게 된 책은 우연하게도 할레드 호세이니의 였다. 부러 그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살레시아 수녀님께서 감동이었다며 선물로 주신 책이었는데 그 타이밍이 참으로 절묘했다. 는 타밈 안사리의 세계사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살짝 접했던 터라 더 생생하게 읽혔다. 바로 40년간 통치해온 자히르 샤 왕을 끌어내고 사촌 동생인 다우드 한이 혁명을 일으켜 사회주의로 넘어가던 바로 그 격동의 시기의 이야기다.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아미르와 하산 두 꼬마의 우정과 삶에 관한 이야기는 빠른 템포로 이어지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클라이막스가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데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대체 무엇이 나를 그토록 이..

독서리뷰 2018.08.10

[독서리뷰 148] 타밈 안사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고/유한원 옮김

지금까지 읽어온 세계 역사들은 대체적으로 서구의 크리스천적인 관점에서 쓰인 책들이었다. 그렇다면 이슬람의 관점으로 본 세계사는 어떻게 다를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슬람’을 떠올리면 우선적으로 ‘코란’과 ‘테러’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많은’ 우리는 이슬람과 테러를 거의 동시적으로 떠올리곤 한다. 물론, IS가 그렇게 ‘이슬람’을 내세우며 잔인한 테러를 자행했으니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슬람은 뭔지 모를 무서운 종교처럼 느껴졌고, 좋지 않은 선입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슬람은 그냥 나와는 거리가 먼 나라의 이야기. 나와는 상관없는 그래서 특별히 관심이 생기지도 않는 그냥 그런 대상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슬람을 좀 더 알고 싶은 관심이 생겼던 것은 안광복 선생님의..

독서리뷰 2018.08.06

[독서리뷰 147]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린의 날개>를 읽고 / 김난주 옮김

2015년 1월 그 더웠던 여름날, 내 가슴은 왜 그리도 추웠을까. 막을 길 없이 뻥 뚫려버린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어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은 코 끝 시린 감동으로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책장을 서성거리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안겨준 따뜻한 기억에 집어 든 책이 였다. 는 과는 전혀 다르게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 톤의 분위기였다. 도쿄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러시아 인형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장면 속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클라이막스나 가슴 졸이는 긴장감이 있는 것도 아닌, 검정도 하양도 아닌 불분명한 회색 톤이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모노톤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딱히 재밌어 죽겠는 것도 아닌데, 손에서 놓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스토리 ..

독서리뷰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