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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다가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커피를 마시다가 우연히 들은 김진호의 흰 수염고래 괜찮은 척 숨기고, 체한 줄도 모르고 웃었던 청춘에도 YB 노래를 들으며 많이도 토해내고 힘을 얻으며 그렇게 흰수염고래 따라 여기까지 왔다는 김진호 그는 언제나 영혼을 담아 가슴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우리도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게 되고 영혼은 촉촉이 이슬을 담아 내린다. YB는 김진호에게 흰수염고래였다. 힘들 때 지칠 때 따라가며 용기를 내고 다시 일어나 따라갈 수 있었던.. 당연한 듯 익숙하게 가던 길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어디 젊은이들에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오늘 문득 이 노래가 나를 감성을 두드렸던 것은 조금 지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씩씩했던 건강에 살짝 문제가 생겼을 뿐인데 강하다 자신..

펌킨의 하루 2023.03.19

철저히 타인이었던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 이정서 옮김/새움

알베르 까뮈의 은 그야말로 내게 ‘이방인’처럼 낯설게만 느껴졌던 책이었다. 그래서 같은 책을 반복해서 깊이 읽는 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읽게 했던 책이다. 같은 책을 여러 연령대를 거쳐 읽은 느낌은 역시 달랐다. 삶의 연륜이라는 것은 이럴 때 묻어나는 것인지. 처음으로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아마도 꼭 읽어야 하는 명작 리스트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멍했다. 한 마디로 “그래서 어쩌라고”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20대 초반이었다. 심심하고 무료했던 어느 날 무심결에 집어든 책이었다. 지난 날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기억이 또렷했기에 대체 이 책이 왜 그렇게 유명한 건지, 중학생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

독서리뷰 2023.02.13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집 는 마치 동화를 읽듯 재밌게 읽혔지만, 그저 ‘재밌게’ 읽고 끝나는 작품은 아니었다. 라는 제목에 충실하게 각각의 단편들은 저마다의 가르침으로 깊은 울림을 안겨주었고, 10편의 스토리를 읽은 내내 나는 어떤 인물인지 성찰하게 했다. 마치 고백성사를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옮긴 이 홍대화에 따르면, 톨스토이에게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모든 허식을 벗어버린 합리적이고 실천적인 것이었다고 한다. 톨스토이는 네 개의 를 하나로 묶어 새로운 복음서로 편집을 했고, 자신의 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 중 다섯 계명을 뽑아 넣었다. 첫째, 화내지 말며 모든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라. 둘째, 음욕으로 담하지 말라. 셋째, 어떤 약속으로도 맹세하지 말라. 넷째, 악으로 갚지 말로 심판하지 말며 재판관에게..

독서리뷰 2023.02.11

나 자신을 세뇌시키기

근래에 들어 예전의 나와 달라진 것이 여럿 눈에 띈다. 생활 습관이라던가 일상 리듬이라던가.. (그게 그건가..? ^^;;) 암튼, 스스로도 느끼는 것들 중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떠벌리는 것’이다. 앞으로의 내가 하고자 하는 계획이나 꿈에 대해 속으로 품지 않고 떠벌리는 것이다. 전 같으면 조용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혼자 조용히 시작하고는 “짠~!!”하고 성과물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계획을 잡을 때부터 배경이 된 상황부터 코주알 메주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성과가 나올지, 작심 삼일로 부끄러운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처음엔 그러고 나면 괜히 말한 듯한 느낌에 마음이 공허해지기도 하고 심지어 말하는 데 있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펌킨의 하루 2023.01.10

리뷰를 쓴다는 것

내 브런치에 라는 타이틀로 올려지고 있는 여러 리뷰들은 오랜 시간 동안 내 블로그에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풀어낸 내용들을 좀 부드럽게(?) 정리한 것들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마음에 와닿는 책들로 정리하여 개인 소장의 독서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던 것. 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모든 리뷰들이 올려지는 건 아니다. 어떤 리뷰들은 읽은 책이 너무 좋아서 그저 어쩔 줄 몰라하며 써 올린 오로지 느낌 남발들의 리뷰들이라 탈락이고~ 어떤 리뷰는 내용이 부실해서 다시 손을 대자니 엄두가 안나 탈락이고 어떤 리뷰는 시기와 맞지 않는 책들이라 탈락시킨 책들이다. 그 리뷰들을 포함하여 새로이 읽고 있는 책들 리뷰들이 올려진다. 그렇다고 모든 책들이 리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주말에 써야지 ..

펌킨의 하루 2023.01.08

또 하나의 도전

10월 중순쯤이었을까? 일을 하다 문득,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독한 판데믹의 여파에 생존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하루하루지만, 언제까지 손님들의 주문에 일희일비해야 하나,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다 하고 있는데, 대체 뭘 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모르겠으니 뭔지 모를 불안감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이런 답이 없는 불안함을 피하는 최적의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인데 마음이 영 아니다 보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음악을 틀었다. 보통은 Spotify로 듣는데, 어쩐 일인지 Youtube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음악들로 골라 넣고 플레이를 하는데 중간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광고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

펌킨의 하루 2023.01.07

욕을 하면서도 고마운 존재

조그만 사무실인데도 일을 혼자 한다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딸랑 한 명 있는 직원을 휴가 보내고 나니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상황. "아~ 옛날이여~?" 설마~ 그럴 리가~ 지난날에 미련을 두는 나는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경험상 연말 연초에는 아무래도 판매가 떨어지니 별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주문이 적어도 모든 일을 혼자서 하려니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직원이 결석하여 하루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것과 20일을 내리 혼자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이제야 알겠다. 북 치고 장구치고 나 혼자 난리 부르스다. 오늘은 특히 더 가관이었다. 한국에 쿠팡이 있다면, 브라질 아니 남미에는 Mercado Livre가 있다. (쿠팡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비슷한 시스..

펌킨의 하루 2023.01.07

욕을 하면서도 고마운 존재

조그만 사무실인데도 일을 혼자 한다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딸랑 한 명 있는 직원을 휴가 보내고 나니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는 상황. "아~ 옛날이여~?" 설마~ 그럴 리가~ 지난날에 미련을 두는 나는 아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의 경험상 연말 연초에는 아무래도 판매가 떨어지니 별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주문이 적어도 모든 일을 혼자서 하려니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직원이 결석하여 하루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것과 20일을 내리 혼자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임을 이제야 알겠다. 북 치고 장구치고 나 혼자 난리 부르스다. 오늘은 특히 더 가관이었다. 한국에 쿠팡이 있다면, 브라질 아니 남미에는 Mercado Livre가 있다. (쿠팡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비슷한 시스..

펌킨의 하루 2023.01.05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쓰자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들 중 한 분의 글 알림을 받고는 흠칫 놀랐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지금 쓰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글이었다. 제목을 보고 깜짝 놀라 컴 앞에 앉았다. (나, 유죄?) 아마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올라와 나를 괴롭히고 있던 나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는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올려보자고 마침 조심스레 스스로를 도닥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나는 나탈리 골드버그가 세뇌교육 시키듯 읊어대는 ‘쓰레기 같은 글’이라는 표현이 참 좋다. 잘 써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쓰레기들을 쏟아내다 보면 그 안에서 한 송이 장미꽃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1월 1일도 아니고 1월 2일에 올리는 글이라 비장한 각오처럼 느껴지지 않아 좋..

펌킨의 하루 2023.01.03

‘함께함’이 안겨준 축복과 재속 프란치스코회 피정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은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다. 함께할 때 더 성장할 수 있고, 함께이기에 더 멀리 갈 수 있고, 함께함으로 더 깊이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나이 60이 되니 철이 좀 드는 것 같다. 지난 일주일은 ‘함께’라는 단어가 유난히 깊은 감사의 의미로 다가왔던 시간이다. 석 달 전쯤, 리오바 언니로부터 이멜을 받았다. 정제천 신부님께서 주관하시는 이냐시오 영성 피정에 함께하자는 초대였다. 모든 것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하셨다. 영성 피정이라니.. 하느님께서 내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미사조차 나가지 않았던 내가 언니의 초대를 조금의 갈등 없이 받아들인 이유였다. 그렇게 ‘어떤 ..

그분과 함께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