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26] 차동엽 신부님의 ‘천금말씨’를 읽고...

pumpkinn 2014. 7. 27. 04:34

 

차동엽 신부님의 천금말씨를 읽고...

구구절절 공감하고 깊이 느끼고 감동이 컸던 책들의 리뷰를 쓰기란 참 어렵다. 내 안의 느낌을 다 쏟아붓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나의 표현력이 늘 나의 발을 붙잡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공감과 동감이 함께하게되면 이야기는 더 어려워진다. 그 모든 공감과 동감을 다 쓰려고 든다면, 마음에 와닿은 구절들을 다 초서로 옮기자면 차라리 책을 다 옮겨놓아야 할터다. 그래서 가장 깊고 크게 느꼈던 것들만 뽑아 키워드로 정리했다.

 

말씨..

한번 자신이 여태까지 뿌려 왔던 말의 씨앗을 되짚어 보라. 스스로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천금말씨의 첫 장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구절로 넘어가기도 전에 그 한 마디는 나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안겨주었고 그 구절 옆에는 나의 낙서(?)가 시작되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는가? 그저 내뱉었을 뿐인데, 그저 한 마디 던졌을 뿐인데 거짓말같이 이루어졌던 수 많은 나의 꿈들. 간절히 원하여 이루어진 꿈도 놀라운데, 그저 지나가듯 던진 말이 이뤄질때는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게다.

하지만 동시에 무섭기도 하다. 무심결에 내 입에서 떨어져나간 말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말일 때는 축복이고 선물이 되겠지만, 부정적이거나 화가 묻어있는 말들은 한마디로 저주가 되는것 아닌가? 복을 주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에게 나쁜 기운을 던지고 좀 더 나아가 저주를 퍼붓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엔 빈말은 없다.” (P16)

정말 그렇다. 세상엔 빈말은 없다. 말은 표현되어지는 그 순간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을 지난 날의 수 많은 체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말을 할때는 조심스러워진다. 특히, 부정적인 표현은 그러니까 만약에....”라는 가정으로도 하고 싶지 않다. 현실로 이뤄질까 무섭기 때문이다. 사실 딸들에게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며 가정조차도 입에 올리지 못하게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진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솔깃하게 한 부분은 바로 진실은 승리한다?’라는 소제목에 달린 내용이었다. 어떤 오해를 받거나 거짓 소문이 돌때 우리는 많이들 이렇게 위로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거야.” 하지만 밝혀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애써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것은 용기의 부족일 수도 있겠고, 지혜의 부족일 수도 있겠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거짓말이 등장하며 바로 불을 끄는 것이다. 시간을 놓쳐 확 퍼지기 전에, 그렇게 되면, 치러야 할 대가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뚝심 있게 정면승부를 하라는 얘기다. 개인이나 기업이 한번 루머에 휩싸였던 경력은 도마뱀의 꼬리처럼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자라나 두고두고 회자될 테니까.” (P22)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대대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관계 속에 부딪히며 살다보면 좀 억울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긴 하다. 그럴때는 대체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밝혀질거라고 생각하며 넘어가지만, 억울하고 분한 느낌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모든 일들을 사사건건 밝히자고 달려들 수야 없겠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좀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필요함을 느꼈다. 그것은 소통의 문제이기도 함을 알겠는게다. 가장 큰 소통의 문제를 느끼는 것은 가장 가까운 무촌인 부부사이가 아니겠나. 늘 느끼는 거지만 소통은 용기다. 치사해서 말 안하는게 아니라, 용기가 부족해서 말을 못하는 것.

어쨌든, 엉뚱한 소문이 퍼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뚝심있게 정면승부를 하라는 말씀은 내게는 새로운 배움이었다.

나의 관심을 붙들은 또 다른 진실에 관한 부분은 우리는 과연 언제나 진실되어야 하는가?”였다. 이 이야기는 나를 갸우뚱거리게했다. 미국의 유대교 신학자이자 랍비 마빈 토케이어의 말이다. 진실 가운데서도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해치는 진실이다. 진실은 분명히 진실인데도 거짓말보다 못한 진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P218)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한번도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없다. 심지어 아무리 화이트 라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기에 어떤식의 거짓말도 안좋은 것이라고 지금까지 배워왔던 내자신. 물론 그렇다고해서 내가 한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때로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때로는 모른척 하고 싶어서, 때로는 혼나는게 무서워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음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겠나.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진실은 거짓말보다 못한 진실이라는 랍비 마빈 토케이어의 말은 내게 살짝 충격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급공감이 되었다. 어쩌면 이윤제 신부님께서 강조하시는 율법과 사랑이 충돌이 될때는 사랑이 우선입니다.”라는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율법에 충실하고자 진실을 말하여 누군가를 해치게 된다면 이것은 사랑에 어긋나는 것인게다.

어쨌든, 이 말씀은 내게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랑이 우선되는 그 모든 것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언어의 의미가 주는 영향

의미는 언어를 통하여 탄생한다. 아지 언어화되지 않은 의미는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와 같은 처지다. 생명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미처 태어나지 않은 생명인 것이다.” (P34)

어떤 사물이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 네이밍은 심리학적으로 피그말리온 효과나 그 반대인 스티그마 효과를 가져오는데, ‘피그말리온효과는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기대 효과이고, ‘스티그마는 부정적인 암시나 태도,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면, 상대방이 그에 부응하여 부정적인 행동으로 반응하는, 말하자면 낙인효과라고 하는데, ‘스티그마라는 단어의 뜻이 너무 섬뜩했다. 즉 스티그마란 시뻘겋게 다군 인두로 가축에게 낙인을 찍는 것을 가리킨다하니 우리는 얼마나 많이 말로서 지울 수 없는 낙인들을 찍고다니는지. 나 역시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생각이 이르자 가슴에 통증마저 일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래서는 안되는걸 알면서도 억한 마음을 먹고 쏟아부을때도 있지만, 내가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렇게 화가 났을 경우가 아닌,  무심결에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스티그마 효과를 안겨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다시 한번 내가 하는 말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 세상 모든 의미는 우리의 네이밍, 언어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차동엽 신부님은 말씀하신다. 나는 어떻게 네이밍을 하는지, 어떤 스타일의 언어화를 하는지를 잠시 멈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 나에게는 성찰주제가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재밌었던 것은,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는 네이밍 방법을 가르쳐주셨는데, 내게 아주 적절한 순간에 다가온 네이밍 방법이었다. 먼저 내게 느껴지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떨린다” “화난다” “두렵다등의 감정을 정확한 네임을 붙이면, 우리 뇌에서 감정 처리에 중요한 기능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거의 즉시 진정되며, 그와 동시에 감정적 반응을 억제해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작동하는 뇌의 가장 현명한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뇌의 구조인지.

 

말과 운명..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지고, 내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말이 내 운명을 빚는다라는 말로 연결된다.  참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내가 무의식 속에 습관적으로 말하는 것은 곧 내 삶의 표현이기에 내가 하는 말이 내 인격을 표현해주는 것이라면, 그 인격은 바로 내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동엽 신부님은 그것을 바로 언격이라 표현하시며 우리가 쓰는 말이 곧 우리의 삶이 표현임을 강조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머리에 피똥이 마른 다음 부터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라는 명제를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왜냐면 지난 삶 속에 강렬한 체험이 있었기에 그 말씀을 조금의 의심없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쳐지나가듯 나의 바램을 던졌을 뿐인데, 어느 순간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그 바램이 내 삶 속에 이뤄지고 있음을 느꼈을 때의 전율이란...

천금말씨를 읽으며 그토록 열광했던 것은 바로 내가 삶을 통해 체험했던 강렬한 경험들과 막연히 혼자 느끼고 있었던 것들을 저명한 석학들의 입을 통해 전문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신부님께서 요목조목  보여주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감사, 희망, 사랑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게 아니라, 역시 모든 것은 감사로 통한다. 우리가 감사할 때 우리의 마음은 따스해지고, 우리가 일상 속에 맞닥뜨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하게 되고, 그 안에서 희망을 갖게 되며, 우리는 각박함 속에서도 단비와 같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 그렇게 되면 또 그 힘듦 속에서도 감사하게 되고 또 희망을 보며 사랑을 느끼게되고. 아름다운 선순환이 반복 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어쩌면 고운 말씨나 긍정적인 말씨보다 감사가 우선이 아닌가 모르겠다. 감사를 하다보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자연 부드러운 말씨로 표현이 되어지고, 그러다보면 희망과 사랑 속에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게되는 것이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상상이다.

많은 깨달음과 배움이 함께하면서도 참으로 유쾌한 책이었다. 얼마나 흥미 진진했는지 잠시라도 손에서 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읽고 난 후 가장 아쉽고 안타까웠던 것은 이 책이 한국말로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포어로 번역이 되어진다면 얼마나 감사할까하는 마음. 우리 딸 아이들뿐만 아니라 브라질에 살고 있는 한국말이 좀 어려운 교포 학생들 뿐만 아니라 브라질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아름다운 삶을 꾸며갈 수 있을텐데...하는 아...은 내가 아쉽다고 느꼈던 그 이상으로 안타까움이 깊었다.

 

  

차동엽 신부님께서 오셨을때 사목회위원들 부부들과 함께한 디너자리에서 한컷..

맨 왼쪽 하얀 정장을 입으신 분이 아데라 자매님이시다.

그리고 맨오른쪽이 차신부님의 형님이신 차사도요한 형제님이시다.

참으로 행복했던 기억이 함께하는 컷이다. 

 

덧붙이며..

천금말씨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지난 3월 차동엽 신부님께서 우리 성당에서 강연을 하실때 말씨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천금말씀에 대한 말씀을 잠깐 언급하셨더랬다. ‘이 입술 밖으로 표현되어지는 순간 생명력을 얻으며 강력한 힘을 발휘함을 지난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렇게 마음으로만 바래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기만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몇 일 전, 강연때 함께 오셨던 네트워크 부장님이시며 차동엽 신부님을 보좌하시는 장영옥 아델라 자매님께서 천금말씨를 보내주셨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스쳐지나가듯 만났지만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신 아델라 자매님. 종이배님을 통해 이윤기 작가님의 책을 선물로 받고 좋아라한지가 얼마 안되는데, 또 이렇게 아델라 자매님으로부터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선물로 받고보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는 대체 무슨 복이 이리도 많은건지. 요즘들어 삶 속에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나고 있다. 이렇게 선물처럼 다가온 아름다운 인연들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 고마워요 아델라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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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s Song..

너무나도 사랑하는 곡... 존 덴버의 애니송...

팬 플룻 연주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