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35] 신춘문예 당선작 최영희의 ‘연소증후군’을 읽고…

pumpkinn 2017. 1. 15. 08:04

                                             <출처: http://blog.naver.com/joyan57/220899773086> 

 


신춘문예 당선작 최영희의 ‘연소증후군’을 읽고...



리뷰에 앞서


오늘까지 마감으로 제출해야 하는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기말고사 과제를 겨우겨우 끝내고, 들뜨는 마음으로 연소증후군을 집어 들었다. 제대로 몰입하며 읽고 싶어 프린트로 뽑아놓았던 터다. 이 작품이 신춘문예 소설부분 당선작이라 마음이 들떴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내 공간에서 종종 느낌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님의 글이었기에 내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님의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내 작품이 당선된 듯 기쁘고 전율이 오르며 내 눈에 눈물 그렁대는 희열을 느꼈다.누군가의 꿈이 삶 속에 이뤄지는 것을 함께 곁에서 지켜 본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저 존재 자체로 내 삶에 아름다운 자극이 되고, 아무런 사사로운 감정 없이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축하하며 기뻐할 수 있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삶이 안겨주는 선물이다. 나도 내 꿈을 시도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모티베이션을 안겨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작품 속으로...


소설의 배경은 치료감호로 폐쇄병동이 있는 병원이다병원에서 일어나는 간호원들 아이야기환자들 이야기그리고 역시나 관계 속에 일어나는 미묘한 갈등들이 섬세하게 그려져있어 마치 그 안에서 내가 함께 생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잔한 듯 이어지는 스토리에선 날 선 긴장감이 돌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한 숨에 읽어내려갔다. 아파트 입구에 서있는 담배 피우는 남자부터, 귀곡 산장처럼 으스스한 주차장 분위기는 나를 얼마나 긴장속으로 몰아넣었는지. 화자가 셀프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다가 정전기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떠올리며 아침부터 방정맞은 생각만 줄곧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는 안도감에서 나오는 과장된 웃음이 터졌다. 아파트에서 주유소에 오기까지 어찌나 긴장했는지, 마치 자수한 김모씨가 사실은 다른 죄수였고, 진짜 죄수가 주유소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으니...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는 303병동 수간호사가 간호원들의 성격유형을 설명하는 장면에선 완전 웃음 빵 터졌다나 역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아주 솔깃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가방이 수시로 바뀌는 황간호사는 여성성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가방을 사는거라고 설명해주는 장면인데, 그 부분에서 화자의 말이 너무 의미심장해서 웃음이 툭 터졌다


그럼 남편이 가방을 끊임없이 사 보내는 이유는 뭘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내를 바꾸고 싶다는 무언의 메시지일까?”


진지하게 초긴장 속에 읽어내려오다가 완전 대반전이 일어나는 부분이었다. 하하하하~ ^^

그러면서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스토리는 다시 긴장 속으로 몰고 간다.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잔잔한 듯 이어지는데 결코 긴장에서 놓아주지 않은 템포가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화자에게 샌드가 들어있는 과자 한 봉지를 손에 쥐어준 뒤 목욕탕에서 진수가 목을 메어 자살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툭 떨어졌다. 안그래도 불안불안 읽어내려가던 참이었는데. 역시나 나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으로 버림받고 경찰서와 병원을 왔다갔다 하던 진수는 결국 자살을 택하며 삶을 놓았다. 어쩌면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주던 단 한사람일지도 모르는, 마음으로 의지했던 화자가 다시 본드 흡입을 하고 병동으로 돌아온 자신에게 실망하여 마음으로 놓아버림에서 오는 철저한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편과 따로국밥처럼 살면서 그냥저냥 각자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화자의 삶도 그닥 다르지 않다마음에 들지도 않는 촌스러운 가방을 시시 때때로 선물로 보내오는 남편그는 주식으로 재산을 날리면서도 늘 손해만 끼치는 남의 말을 여전히 귀에 담아들으며 여전히 돈을 날리고 있다화자인 박쌤은 박쌤대로 나이가 있지만 진급도 되지 못하고 마침 자신이 이브닝근무일 때 진수가 목을 맨 사건으로 감봉까지 당하며 근무지도 바뀌게 된다.

 

소설 첫 부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죄수 김씨는 고위직 공무원을 아버지로 둔 부잣집 외동아들이지만, 그 역시 아버지의 무관심과 새어머니의 학대로 마음 둘 곳 없없이 결국 깊은 외로움과 증오심 속에 마약에 손을 대며 성폭행까지 하는 범죄인이 되었다.

어쩌면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는 수 없이 노력했을 것이다. 비록 우리 기준으로 보면 부족해보였을지 몰라도, 그리고 자신들의 노력이 모두 헛되이 돌아갔을 때 그들은 삶을 놓아버리기도 하고, 희망을 놓아버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맺으며...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먹먹해졌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진수의 공허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릿해지는 화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아렸다. 어쩌면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연소증후군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가 아닌 각각의 하나로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더 먹먹해지고 슬프게 느껴졌던 걸까. 우리는 모두 점점 하키코모리가 되어 누군가 작동 버튼을 눌러주기를 기다리면서 철저하게 외로움 속으로 숨어드는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관심과 지지가 있다면 연소증후군이란 어려운 이름의 심리장애가 우리 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터다.


문득, 엄마에게 전화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를 떠올리니 갑자기 눈물이 떨어진다

시선을 나로부터 조금만 돌려 밖으로 향하게 한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덜 외로울 것을..

그게 그리도 힘든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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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Clayderman - Los Ultimos Dias de Anastasia Kemsky (The Last Days of Anastasia Kem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