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573

티스토리 이전 -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Daum이 종료된다는 소식과 하메 Tistory 로 이전 신청 안내 알림이 떴다. 사실 Daum이 오래전 부터 종료된다는 소문이 있었던 바.. 한 때 Tistory로 옮기고 싶었지만,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걱정이었지만.. 내 현실에 몰입하다보니 블로그 생활도 뜸해졌고 별 생각 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그런데 Tistory 이전이 가능하다니.. 별 생각 없이 이전 신청을 꾸욱~ 눌러버렸다.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Daum이 종료된다는 소식과 함께 Tistory 로의 이전 신청 안내 알림이 떴다. 사실 오래 전부터 Daum이 종료된다는 소문이 있었다, 15년이 넘게 일상을 적어온 소중한 기록들인데 없어지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에 Tistory로 옮기고 싶었지만 한꺼번..

펌킨의 하루 2022.07.11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오늘은 좀 일찍 사무실에서 나왔음에도 웬일인지 지하철 역에 사람들이 가득이다. 보통 이 시간에는 한가한데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피커에서 Metrô가 연착이 될 거라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오는 방향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문득 오래전 지하철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떠올라 살포시 미소가 그려졌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 생각지 않게 끼어들어 행복한 그림을 그려주는 예쁜 사건. 치과를 가는 길이었다. Ana Rosa 방향의 지하철을 탔다. 종착역까지 가야 하기에 문에서 벗어나 좀 안쪽으로 들어갔다. 붐비는 사람들을 피해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간 곳에 어느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는데, 깔맞춤으로 아이보리색 모시 양복을 입고 계셨다. 그에 어울리는 아이보리색 모자에. 그 모습이 어찌..

펌킨의 하루 2022.05.19

그래도 나름 흡족했던 새해 첫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말과 새해를 혼자 맞았다. 남편은 일 때문에 먼 곳에 있고, 딸들은 여행을 떠났다. 마리아도 나가고. 온전히 혼자였던 어제오늘, 묘한 느낌이다. 난 혼자 시간 보내는 것에 익숙하다. 한창 사춘기 시절 친구들과 떨어져 한국을 떠난 이후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 속에 절로 터득된 익숙함인 듯하다. 하긴 고등학교 시절 앙케이트의 특기란에는 ‘혼자 잘 놀기’라고 재미 삼아 써놓곤 했던 걸 떠올리면, 그때도 혼자 잘 놀았던 것 같다. 어젯밤 남편과 딸들과 화상통화로 난리부르스를 추며 시끌벅적하게 새해 인사를 하고 맞은 새해 아침. 그래도 새해 아침이니 기도부터 드려야겠다 생각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써니가 징징거려 부엌에 가서 바나나 하나 종종 잘라서 먹이고는, 미국에 계신 엄마에게 새해..

펌킨의 하루 2022.01.02

한국에서 날아온 '마음까지 전하는 우체국 택배'

사무실에 있는데 마리아한테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큰 상자가 도착했다고.. "아~ 미경이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구나" 놀라운 것은 평소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무엇이든 느린 나라라, 판데믹 사태로 지금 Fase Vermelho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 나는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도착하다니... 반가운 마음에 사무실 일 대충 정리하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 얼마나 큰 상자가 왔는지~ 상자를 여는데..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선물들… 혹시, 택배 상자가 아니라 메리포핀스의 가방?? 다 꺼내놓고는 넋이 나갔다.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이 많은 걸 들고 무거워서 어떻게 우체국에 갔을까… 이렇게 바리바리 싸서 보내놓고선도.. 넣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미경이가 ..

펌킨의 하루 2021.04.17

매일 아침 함께하는 작가와의 짜릿한 데이트

아침 출근 길에는 주로 음악을 듣는다. 조용한 음악보다는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듣는다. 비트가 신나는 음악을 듣는 이유는 지난 밤 꿈이 뒤숭숭했던, 뭔지 모를 불안감에 일어났던, ‘기분좋음’을 유지하고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나의 오랜 의식이 깨졌다. 음악 대신 작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로 대체되었음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푹 빠졌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고 나니 무언가 나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그런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느낀 짜릿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 몰입이 안겨준 후유증이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사무실까지 가는 거리는 고작 30분 정도. 그 30분에는 내가 집에서 나와 공원을 지나 지하철 역까지 가서 기차를 ..

펌킨의 하루 2021.01.28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똑똑”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 누구지? 잠이 덜 깬 눈으로 더듬거려 안경을 찾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오잉? 누구지? CH였다. 웃음이 빵 터졌다~ 벌써 학기도 끝났고 방학에 들어간지 벌써 한참인데.. 웬일이지? 잘 지내고 있냐고 물으니 공부하고 있단다. 방학이래도 엄마가 조금씩 공부하라고 하셔서 공부하는 중이란다. 무슨 공부하냐고 물으니 브라질 학교 공부도 하고, 한글 공부도 하고 지금은 Tabuada(구구단) 공부하고 있다면서 인증샷(^^)까지 보내왔다. 어찌나 이쁘고 기특하던지.. ^^ 선생님이 놀랐다고 아주 멋지다고 칭찬해주니 좋아라 한다. ^^ 힘들면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라고 이야기했더니.. “네~ 하고는 이모티콘을 잔뜩 날리고는 빠이~하고..

펌킨의 하루 2021.01.10

결심을 하는데 꼭 1월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1월 1일'이라는 시간이 되면.. 올해만큼은 꼭 해내겠다고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강박 관념 속에 사로 잡히곤 한다. 다짐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꼭 1월 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지난날 수없이 해왔던 바보들의 행진 속에 또 그렇게 자발적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내 안에서 자꾸만 꼼지락 거리며 나를 불편하게 한다. 암울하고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고통스러웠던 시간.. 잘 견뎌냈다고 잘 살아냈다고 토닥거리며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의식을 치르듯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고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던 31일은 놓쳐버렸다. 그러면 또 어떤가 지난 한 해는 참으로 하루하루를 살..

펌킨의 하루 2021.01.03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얼마 전 내 공간에 마음을 두드리는 댓글이 올라왔다. 펌킨님~ 매일같이 님 블로그를 펼쳐 놓고 새로 고침 하면서 댓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지요. 엄청 부지런하신 분 같은데 많이 바쁘신가, 아픈 건 아닌가... 뵙지 못한 분을 걱정도 했구요^^ 언뜻 닉을 봐서는 처음 뵙는 분이셨는데 이렇게 애타게 매일같이 새로고침을 하시면서 기다리셨다니.. 누구실까..? 계속 읽어내려갔다.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즐겨들으시던 중 갑자기 로딩이 안되어 검색을 해보니 서비스가 중지되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내 공간까지 들어오셨는데..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여서 부러우시다는 말씀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을 걱정하시고.. ‘내가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

펌킨의 하루 2020.10.07

코붱 작가님의 [글 읽는 밤]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지난달 초, 내 이멜함에 다소 생소한 제목의 이멜이 들어 있었다. 궁금함에 열어보니, 코붱 작가님의 [글 읽는 밤]에 대한 이멜이었다. 삶이 도 하나의 선물을 내게 안겨준 것이다. 그 이멜을 받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들떴었는지..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들뜬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답멜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코붱 작가님과의 인연은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활동이 정지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마음을 비우느라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뒤로 미루고 있던 리뷰들을 정리하며 올리면서였다. 언젠가부터 이라는 귀여운 닉의 작가님의 마음이 전달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감사의 답글을 전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글을 읽으며 따뜻한 댓글 나눔이 시작되었다..

펌킨의 하루 2020.07.06

작문 때문에 많이 웃었던 학기말 시험

드디어 오늘 기말시험이 끝났다. 오예~!! 시험은 학생들이 보는데 왜 내가 긴장이 되는 건지. 처음으로 보는 온라인 시험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2주 전부터 기말고사에 대한 사전 안내가 나갔지만 행여나 노파심에 어제저녁에도 오늘 시험에 대한 시간과 항목별 시험에 대해 알려드렸다. 어머님들로부터 답을 받고 나니 시험 사전 준비가 다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이고. 그리고 드디어 D-day!! 오늘 아침, 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 시험자료와 함께 안내자료를 다시 보내드렸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은 부모님들도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학생들도 구글 클래스룸에 “선생님, 인제 조금 있으면 시험이 시작돼요” 메시지가 올라오고. 9시 30분. 땡 하고 시험이 시작됐다. 구글..

펌킨의 하루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