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pumpkinn 2020. 10. 7. 01:54

fmf(?)

 

 

얼마 전 내 공간에 마음을 두드리는 댓글이 올라왔다.

 

펌킨님~
매일같이 님 블로그를 펼쳐 놓고
새로 고침 하면서 댓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지요.
엄청 부지런하신 분 같은데
많이 바쁘신가, 아픈 건 아닌가...
뵙지 못한 분을 걱정도 했구요^^

 

언뜻 닉을 봐서는 처음 뵙는 분이셨는데

이렇게 애타게 매일같이 새로고침을 하시면서 기다리셨다니..

누구실까..?

 

계속 읽어내려갔다.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즐겨들으시던 중 갑자기 로딩이 안되어 검색을 해보니

서비스가 중지되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내 공간까지 들어오셨는데..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여서 부러우시다는 말씀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을 걱정하시고..

‘내가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여서 부러우실만큼 간절한 마음.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행간에 묻어있는 절절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여러 가지상황으로 마음이 어지러워 내 공간 활동이 뜸해졌고,

가끔씩 이멜 체크만 하는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김영하의 팟캐스트에 대한 포스팅에 올려진 댓글..

기다리시는 동안 얼마나 마음이 애타셨을까, 죄송했다.  

 

김영하 작가님, 제가 돋보기는 씁니다만, 아직 라식 수술 안 했습니다..  ^^;;

 

 

2012년에 올려진 포스팅..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라 가슴이 덜컥했다.

 

‘이렇게 절절하신데 내가 다운 받은 팟캐스트 파일이 없으면 어떡하지?’

 

아니나 다를까 몇 년 전에 바꾼 내 컴에는 이미 파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혹시나 이 컴 저 컴 다 찾는데 없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

아, 그때 컴을 바꾸면서 중요한 파일들을 외장하드에 저장한 기억이 났다.

해서 딸아이가 논문 쓰느라 필요해서 준 외장하드를 다시 뺏어(?)와 들어가보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제목으로 파일이 예쁘게 보관되어 있는게 아닌가. ^___^

역쉬!!

 

그런데 기쁨도 잠시

‘전 에피소드를 다 받아놓을 걸 ‘

아쉬움이 밀려왔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46개라도 찾은 기쁨은 찰라로 끝나고, 미처 다 받지 못한 에피소드에 마음이 아리다니.

진한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그렇게 해서 찾은 46개 에피소드를 Zip을 묶어서 보내드렸다. 

 

김영하는 알려나요?
이렇게 간절히 당신의 목소리를 원하는 사람들
있다는 걸요^^ 

 

그러게..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애타게 당신의 팟캐스트를 찾아헤매는지 알까?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무엇인지 몰라도

내게 깊은 의미를 안겨주는 것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찾아 헤매는 나 이기에

그분의마음이 더 그렇게 와 닿았고 나를 움직이게 했는지도 모른다.

 

내게 소중하고 의미있는 무엇을 한 번 뵌적도 없는 분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

삶이 허락해준 선물이고 축복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한 분이 글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위로가 필요해서 팟캐스트를 들으려 했는데

김영하의 팟캐스트가 내려졌다는 것을 알고 놀라 인터넷을 찾아 헤매다

내 공간까지 흘러들어오셨다는 말씀이었다.

 

“갑자기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돌아갈 고향이 없어진 듯 몹시 허망한 마음”

 

가슴에 싸한 아픔이 전해져 왔다.

나도 이 느낌 잘 아니까.

 

그리고 어제였다.

댓글을 남겨주신 두 분 모두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애청하시는 분들이셨고,

당황하신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들어오신...

모두들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계신 분들이셨다.

 

두 분 중 한 분은 내가 실수를 하여 그 분 댓글과 내가 올린 답글이 모두 지워졌다.

이멜 주소도 없고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몰라 가슴이 먹먹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공감가는 내용을 올리셨는데, 내 실수로 지워지다니

단순히 댓글이 지워진 게 아니라, 그 분의 마음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분께김영하의 팟캐스트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셨는지 글을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에

내 마음이 이렇게 무겁고 아픈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 나 역시도 공허함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었을 때였다.

그때 같이 와우 팀원의 소개로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김영하 작가님의 열렬 팬이 되었다.

 

그분들이 올리신 글들의 공통되는 부분은,

모두 한결같이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통해 ‘위로’를 받으셨다는 말씀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위로를 받고 싶어서

마음을 쉬고 싶어서 들으러 오신 분들이었다. 

나 혼자 두고두고 듣고 싶어서

그냥 내 욕심에 다운을 받아놓은 것이 이리 귀하게 쓰일 줄이야.

 

지워진 댓글을 남겨주셨던 분의 말씀처럼

김영하 작가님의 목소리와 분위기는 다른 팟캐스트에서는 찾기 힘든 매력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김영하 작가님은 왜 팟캐스트를 내리셨을까?

더 진행을 하지는 않으셔도 그냥 위로받고 싶은 우리가 들을 수 있도록 놓아둘 수는 없으셨을까?

아니면 웹 사이트에서 서비스를 중단한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시끄럽게 들락날락했다.

 

혹시라도 우리의 이런 바램이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가

김영하 작가님 귀를 간지럽히면 다시 팟캐스트 서비스가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야무진 꿈도 꾸어본다.

 

김영하의 팟캐스트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

데이브 브루벡 음악을 찾아들으며 노장의 열정을 함께 느껴보기도 했고

데이빗 셀린저는 왜 글을 쓰기를 그만 두었을까 속상해 하고

조이스 매이너드와 데이빗의 러브 스토리에 호기심 잔뜩 어린  시선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게츠비를 김영하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언, 이적, 뮤즈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책 속으로 빠져들던...

 

어디 그뿐인가...

장 그르니에의 섬을 들으며, 

나 혼자 소중하게 읽고 싶어 가슴에 책을 넣고 달리던 알베르 까뮈의 그 설레임과 두근거림에

내가 까뮈가 된 듯 가슴 벅차하던 순간들...

 

출근길에, 퇴근길에, 스타벅스에서, 사라이바 서점에서 함께 했던 행복했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렇게 내 공간에 올려진 분들의 댓글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

덕분에 잠시 행복했던 기억 속에 잠겨보았다.

 

이 모두 '김영하 팟캐스트 보유자(?)'여서 누렸던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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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Johnson으로 목소리로 들어본다.
Imag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