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작문 때문에 많이 웃었던 학기말 시험

pumpkinn 2020. 7. 5. 13:32

 

 

드디어 오늘 기말시험이 끝났다. 오예~!!

 

시험은 학생들이 보는데 왜 내가 긴장이 되는 건지.

처음으로 보는 온라인 시험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2주 전부터 기말고사에 대한 사전 안내가 나갔지만

행여나 노파심에 어제저녁에도 오늘 시험에 대한 시간과 항목별 시험에 대해  알려드렸다.

어머님들로부터 답을 받고 나니 시험 사전 준비가 다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이고. 

 

그리고 드디어 D-day!! 

오늘 아침, 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 시험자료와 함께 안내자료를 다시 보내드렸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은 부모님들도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학생들도 구글 클래스룸에 “선생님, 인제 조금 있으면 시험이 시작돼요” 메시지가 올라오고.

 

9시 30분. 

땡 하고 시험이 시작됐다.

구글 클래스에 올려진 <어휘 및 문법>을 시작으로

두 번 째는 받아쓰기 시험. 받아쓰기 시험은 동영상으로 올려졌고.

그리고 읽기 시험과 작문 시험이 그 뒤를 이었다.

제출 마감 시간은 12시 30분이라고 다시 조용한 압박(?)을 드리고. 

 

 

 

재밌는 것은, 

하나하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시험을 끝내고 모두 한꺼번에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부모님들의 성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

(브라질도 어린 학생들에게는 핸드폰을 안 주기 때문에 수업도 시험도 부모님을 통해 보내진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한 30분쯤 지났을까.. 

한 학생이 구글에 올려진 <어휘 및 문법>  시험이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잉? 뭔 상황?

 

이미 제출한 학생들도 있으니 올려진 퀴즈 기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한데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구글에 들어가서 체크하고.

알고 보니 학생 컴의 문제였던 것. 

다행히도 금방 해결되어 학생도 나도 한 숨 놓고~

 

하나하나 보내져 오는 시험 답안지들을 보는데 얼마나 재밌는지..

받아쓰기에는 학생들이 비슷하게 틀리는 부분들이 있어 신기했다.

고 부분은 체크해 놓았다. 

다음 주에 함께 시험 문제를 풀어볼 때 강조해서 설명을 해 줄 부분들이다.

 


 

오늘 시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작문’ 부분이었다.

보내오는 작문들을 읽으면서 얼마나 재밌었고 또 감동했는지.

주제는 ‘꿈’이었는데, 그야말로 다양한 꿈들의 향연~ ^^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친구의 작문이 인상적이었다.

그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축구를 할 수 없어 속상하다며 왜 축구를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 친구는 축구를 하지 못하니 매일매일 축구 운동화를 신어본다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그 느낌을 얼마나 잘 그려내었는지 놀라웠다.

어린 나이에도 이토록  꿈에 대한 열정이 강렬하구나, 그 열정이 내게까지 전염되는 듯했고.

내가 어려워하는 '보여주기' 글쓰기를 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건축가가 꿈인 친구도 있었는데 아파트에 있는 수영장이 앞의 건물에 가려 햇빛이 안 들어와서 속상하다고.

그래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고,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그런 집을 짓고 싶단다.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집이란 표현에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예쁜지. 

꿈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건축가가 되고 싶은 목적과 이유를 너무 잘 전달해서 나를 놀라게 한 친구다.

 

판사가 되고 싶은 친구도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단다. 

사실은 화가가 되고 싶었단다. 그런데 화가는 죽은 다음에 돈을 번다고 해서 포기했단다. 

이 부분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아주 현실적인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잘 표현한 작문이었다.

 

한 명 한 명의 꿈을 모두 다 쓸 수는 없지만, 우리 꼬마들의 꿈은 참으로 다양했고 분명했다.

내가 보내온 작문들을 보며 놀랜 이유다.

 

연구원이 되어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모르는 병을 연구해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친구

엄마처럼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패션 여행도 가고 예쁜 옷을 만들고 싶은 친구

요리사가 되어 엄마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께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고 싶은 친구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친구

엔지니어가 되어서 게임을 하면서 좋은 집을 만들고 싶다는 친구

그리고 의사가 되어서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친구들이 세 명이나 됐다.

 

얼마나 기특한지. 

우리 꼬마들의 꿈이 하나하나 모두 이루어지길 기도드린다.

 

 

 

오늘 작문 시험에서 나의 온 관심을 사로잡은 친구가 있었는데, 단연코 압권이었다.

모두 50자~100자를 써내야 했는데 이 친구가 보내온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다.

자기는 꿈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못 골랐단다.

그러면서 몇 가지 더 붙이긴 했다. 공부도 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등등.

 

얼마나 당당하게 써놓았는지, 읽다가 그만 까르르 웃음이 터져버렸다.

아이의 작문 시험을 보내며 죄송해하시는 어머님.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며 걱정하시지 말라고 위로해 드리니 더 죄송해하신다.

 

읽고 또 읽었다. 어찌나 재밌던지

그렇게 짧게 써 보내면서도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렇지, 이 정도 배짱은 있어야지~!! 

아주 마음에 들었쓰~!! 

 

아무래도 작문 시험은  한국어 실력에 따라 그 수준 정도가 많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몇 명은 놀랍게도 한국말로 하는 표현은 서툰데, 작문을 참 잘했다는 것이다.

물론 받침이 맞고 틀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을 잘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작문 시험은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으니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인데

오늘 시험을 치르고 나니 작문 시험을 포함시킨 것이 탁월한 선택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다.

작문 덕분에 아주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대로 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혹시라도 작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시간을 좀 더 늘려주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12시 30분 전에 모든 시험 제출되었다.

 

학생들이 잘하고 있는 뒷배경에는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주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

우리 꼬마들도 익숙지 않은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르느라 수고가 많았지만

학생들 시험에 어머님들이 함께 수고가 많으셨던 오늘, 어머님들께 감사한 이유다.

 

인터넷이 끊어지는 불상사도 없었고, 

모든 시험이 무사히 잘 끝났다.

생각지도 않게 작문 시험으로 많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그래서 감사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