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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161]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나, 기억력이 짧은 나는 읽은 책들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내 장기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 리뷰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읽은 모든 책들을 기록하진 못하지만, 웬만하면 기록으로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리뷰를 쓰기가 참 어려운 책들이 있다. 책 내용이 어려워서도 두꺼워서도 아니다. 이해가 어려우면 해설 강의를 듣거나 공부를 해서라도 쓴다. 물론, 아무런 느낌이 없어서 쓰지 않고 통과하는 책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이유를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어 하나하나 행간의 여백까지도 마치 사진으로 찍히듯 그 느낌이 그대로 내 마음에 들어와 박히는 감동의 도가니에서 허우적거리게 하는 책들. 내 영혼을 촉촉히 적시고 심장을 두드려 그 안에 파묻히고 싶게 만드는 책들. 그런 책들을..

독서리뷰 2022.01.02

[독서리뷰 160] 방황하는 인간에 대한 위로, 괴테의 <파우스트> / 정서웅 옮김

괴테는 하도 많이 들어서 잘 안다고 착각하게 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그런데 정작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그의 책을 읽은 적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것은 멍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 매번 처음처럼 웃음이 쿡 터진다. 학창 시절, 시험 때마다 단골 주제로 만나던 그저 ‘문학사에 유명한 대문호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인 괴테를, ‘매력적인 인간’ 괴테로 만난 것은 바로 요한 페터 에커만의 책을 통해서였다. 에커만의 를 읽고 괴테에게 푹 빠져 열광했던 2010년의 6월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열광했던 책이 또 있었을까. 괴테의 매력에 허우적거리며 책을 읽는 내내 그가 에커만에게 해주던 따뜻하고 진심 어린 충고는 나에게 해주는 충고가 되..

독서리뷰 2021.11.14

[독서리뷰 159] 홍지재의 UDT The Funeral Code를 읽고..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세상 가장 서럽게 울어주던 사람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다 첫 페이지를 시작도 하기 전, 책 날개에 쓰여 있는 글을 읽고는 울컥했다. 타인의 초상집에서 자기 일처럼 울어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읍비'라 했다. 저자 홍지재는 읍비가 되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서럽게 울어주는 사람’ 그 아픔을 품어주고 마음으로 함께 울어주려면 그 마음은 얼마나 커야 할까. 다른 이의 아픔을 함께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되어 너덜너덜 해지면 누가 함께 울어줄까. 어쩌면 그 누군가들 중에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 는 첫 눈을 제대로 맞추기도 전에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내가 아는 군인들의 종류(..

독서리뷰 2021.11.04

[독서리뷰 158]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 박철 옮김

세르반테스의 는 어린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기에 굳이 이탈로 칼비노의 고전에 대한 정의를 빌려올 필요도 없이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대표적인 고전 작품 중의 하나다. 너무나 익숙해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하는 ‘일상’처럼, 오랜 시간 내 책장에 꽂혀 있었음에도 너무 익숙해져서 내 시선에 잡히지 않았던 가 어느 날 문득 새로운 색채를 띄면서 내 시선에 들어온 것은 작가 김영하 때문이었다. 김영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설과 현실을 착각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돈키호테’와 ‘마담 보바리’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는데 그렇게 자주 듣다 보니 어느덧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결국엔 책을 꺼내들 게 되었던 게다. 책을 펴자 특이하게도 서문에 앞서 이 책의 ..

독서리뷰 2021.09.24

[독서리뷰 158] 노인과 바다를 읽고 /이인규 옮김/문학동네

눈물이 북받쳤다. 폭풍이 지난 후의 고요함.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내려앉는 평화로움.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이 마지막 구절이 내게는 잔을 채우는 마지막 눈물방울 되어 넘쳐흐르고야 말았다. 우리 나이쯤 되면 굳이 말이 필요 없이 이해되고 그대로 공감되어 느껴지는 바로 그것.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84일 동안 아무것도 아무것도 잡지 못했던 노인이 큰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안겨준다. 그렇게 오랜 시간 물고기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투덜거림이 아니라, ‘오늘은 다를 것’이라며, 운을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모르니 충실하게 준비를 한다. 매일매일은 새로운 하루라며 겸허히 하루를 맞는 노인의 모습은 경건하기마저 하다. 큰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며 한없이 바다로..

독서리뷰 2021.09.07

[독서리뷰 157] 김영하의 ‘검은 꽃’을 읽고 / 문학동네

죽음이 그저 죽음에 불과하다면 시인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잠든 사물은 어떻게 될까?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중에서 검은 꽃. 작가 김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누군가 만약 자신의 책들 중 한 권만 읽고 싶다면 어느 책을 추천하겠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는 바로 이라고 했다. 과연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갈등과 혼동의 시기에 썼던 책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쓰고 싶어 책상으로 달려가게 했던 소설. 김영하는 을 쓰면서 내가 작가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이 아니었으면 하마터면 우리는 ‘김영하’라는 작가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 억지스러울까? 그 에피소드를 들은 후, 이미 오랜 시간 내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이지만, 선택받지 못했던 ..

독서리뷰 2021.08.02

한국에서 날아온 '마음까지 전하는 우체국 택배'

사무실에 있는데 마리아한테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큰 상자가 도착했다고.. "아~ 미경이가 보낸 택배가 도착했구나" 놀라운 것은 평소보다 더 빨리 도착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무엇이든 느린 나라라, 판데믹 사태로 지금 Fase Vermelho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 나는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도착하다니... 반가운 마음에 사무실 일 대충 정리하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 얼마나 큰 상자가 왔는지~ 상자를 여는데..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선물들… 혹시, 택배 상자가 아니라 메리포핀스의 가방?? 다 꺼내놓고는 넋이 나갔다.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이 많은 걸 들고 무거워서 어떻게 우체국에 갔을까… 이렇게 바리바리 싸서 보내놓고선도.. 넣은 게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하는 미경이가 ..

펌킨의 하루 2021.04.17

CEMS Master학위 논문 발표를 끝내고..

2021년 4월 8일 이렇게 쓰니까 꼭 내가 논문 발표했단 소리 같네~ ^^;; 오늘 애리 CEMS Master 과정 논문 발표가 있었다. 판데믹이라 Zoom으로 진행되었는데, 애리가 링크를 보내줘서 남편과 나, 우리 리예 모두가 함께 참석해서 들었다. ^^ 들어가 보니 애리 친구들이 잔뜩 들어와 있었다. 교수님들이 이렇게 가족과 친구들이 많이 참석한 논문 발표회는 처음이라며.. 놀라시는 모습에 괜히 뿌듯해지는 느낌~ ^^ How Engagement with Influencer Marketing Campaigns Affect the Brand Performance: A case of Stories on Instagram 위의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는데, 발표가 모두 영어로 진행되니 나의 짧은 실력으로 제대..

가족이야기 2021.04.10

[독서리뷰 156]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윤지관, 전승희 옮김

은 생각지 않게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김영하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알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씩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라이브 프로그램이 진행됨을 알게 되었다. 3월에 같이 읽을 책이 제인 오스틴의 으로 정해져 함께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계획에도 없이 충동적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하긴, 내 손에 잡히는 책들은 대체적으로 그 순간의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선택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편하게 나른한 오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듯, 그렇게 함께 한 책이다. 은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고, 영화로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많이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시골의 중간 귀족 집안의 다섯 딸들, 그중에서도 제인과 엘리자베스와 런던의 귀족 집안의 자제인 빙리와..

독서리뷰 2021.03.22

<독서리뷰 155> 영혼보다 피렌체를 더 사랑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강정인, 김경희 옮김

오랜 시간 바라만 보고 있던 악명 높은 을 집어 들었다. 밀란 쿤데라의 을 흠뻑 빠져 읽었던 터라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아직은 좀 더 진중한 분위기 속에 묻혀있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도 많이 들어서 마치 읽은 듯한 느낌마저 안겨주는 . 고전이란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라 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라면 는 고전으로서의 기본 의무(?)는 충실히 해낸 셈이다. 마키아벨리의 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고다. 결과가 왕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키아벨리가 전하고자 한 그의 주장들이 편협적인 시선으로 왜곡되어 알려져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키아벨리는 15세기 초인 1469년에 피렌체에서 태어나..

독서리뷰 202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