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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함께하는 작가와의 짜릿한 데이트

아침 출근 길에는 주로 음악을 듣는다. 조용한 음악보다는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듣는다. 비트가 신나는 음악을 듣는 이유는 지난 밤 꿈이 뒤숭숭했던, 뭔지 모를 불안감에 일어났던, ‘기분좋음’을 유지하고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나의 오랜 의식이 깨졌다. 음악 대신 작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로 대체되었음이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푹 빠졌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고 나니 무언가 나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그런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느낀 짜릿한 행복을 느끼게 해준 몰입이 안겨준 후유증이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사무실까지 가는 거리는 고작 30분 정도. 그 30분에는 내가 집에서 나와 공원을 지나 지하철 역까지 가서 기차를 ..

펌킨의 하루 2021.01.28

[독서리뷰 154]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 이재룡 옮김

오랜만에 책 한권 읽고는 리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끙끙거리기를 며칠. 머리로만 쓰고 있다가 마침 상파울로시의 생일로 공휴일이라 덩어리 시간이 주어진 오늘, 작정을 하고 컴 앞에 앉았다. 독특한 제목으로 인해 온갖 패러디가 난무했던 밀란 쿤데라의 은 오랜 시간 내 주위를 맴돌던 책으로, 이제 더 이상 책장에 꽂혀있기를 거부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내게 다가왔다. 몇 년 전, 우연히 만난 소설가 지망생 한 분이 이 책을 필사 중이라는 말씀에 호기심이 일었었다. 물론, 결정적으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작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였지만. ‘밀란 쿤데라’ 이름에서 풍겨나오는 뭔지모를 굵직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카리스마. 그의 이름이 주는 뭔지 모를 혁명적인 분위기는 그의 삶과 사..

독서리뷰 2021.01.26

Portrait in Jazz에서 만난 '쳇 베이커'

책장 앞을 서성이다가 내가 뽑아 들은 책은 Jazz에 미친 두 작가 와다 마코토와 무라카이 하루키가 함께 작업한 였다. 마코토는 그리고, 무라카미는 썼다. 제목이 근사하다.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엔 담배연기 자욱한 어두 컴컴한 재즈바. 삶의 고통, 삼키는 슬픔, 고뇌, 낭만, 열정, 사랑, 예술, 등등의 단어들이 떠올랐다. 어떤 뮤지션들의 어떤 삶의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호기심에 가득 차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전류가 내 혈관을 타고 오르며 감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 번째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쳇 베이커’였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중단된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공유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보내드리다가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어 다시 듣기 시작했는데, Episode 5 김영하의 에서 들려..

음악과 이야기 2021.01.18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똑똑”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 누구지? 잠이 덜 깬 눈으로 더듬거려 안경을 찾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오잉? 누구지? CH였다. 웃음이 빵 터졌다~ 벌써 학기도 끝났고 방학에 들어간지 벌써 한참인데.. 웬일이지? 잘 지내고 있냐고 물으니 공부하고 있단다. 방학이래도 엄마가 조금씩 공부하라고 하셔서 공부하는 중이란다. 무슨 공부하냐고 물으니 브라질 학교 공부도 하고, 한글 공부도 하고 지금은 Tabuada(구구단) 공부하고 있다면서 인증샷(^^)까지 보내왔다. 어찌나 이쁘고 기특하던지.. ^^ 선생님이 놀랐다고 아주 멋지다고 칭찬해주니 좋아라 한다. ^^ 힘들면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라고 이야기했더니.. “네~ 하고는 이모티콘을 잔뜩 날리고는 빠이~하고..

펌킨의 하루 2021.01.10

결심을 하는데 꼭 1월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1월 1일'이라는 시간이 되면.. 올해만큼은 꼭 해내겠다고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강박 관념 속에 사로 잡히곤 한다. 다짐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꼭 1월 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지난날 수없이 해왔던 바보들의 행진 속에 또 그렇게 자발적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내 안에서 자꾸만 꼼지락 거리며 나를 불편하게 한다. 암울하고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고통스러웠던 시간.. 잘 견뎌냈다고 잘 살아냈다고 토닥거리며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의식을 치르듯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고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던 31일은 놓쳐버렸다. 그러면 또 어떤가 지난 한 해는 참으로 하루하루를 살..

펌킨의 하루 2021.01.03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얼마 전 내 공간에 마음을 두드리는 댓글이 올라왔다. 펌킨님~ 매일같이 님 블로그를 펼쳐 놓고 새로 고침 하면서 댓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제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지요. 엄청 부지런하신 분 같은데 많이 바쁘신가, 아픈 건 아닌가... 뵙지 못한 분을 걱정도 했구요^^ 언뜻 닉을 봐서는 처음 뵙는 분이셨는데 이렇게 애타게 매일같이 새로고침을 하시면서 기다리셨다니.. 누구실까..? 계속 읽어내려갔다.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즐겨들으시던 중 갑자기 로딩이 안되어 검색을 해보니 서비스가 중지되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내 공간까지 들어오셨는데..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여서 부러우시다는 말씀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을 걱정하시고.. ‘내가 김영하 팟캐스트 파일 보유자..

펌킨의 하루 2020.10.07

코붱 작가님의 [글 읽는 밤]

[brunch]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지난달 초, 내 이멜함에 다소 생소한 제목의 이멜이 들어 있었다. 궁금함에 열어보니, 코붱 작가님의 [글 읽는 밤]에 대한 이멜이었다. 삶이 도 하나의 선물을 내게 안겨준 것이다. 그 이멜을 받고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얼마나 들떴었는지..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들뜬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며 답멜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코붱 작가님과의 인연은 코로나로 인해 모든 활동이 정지되었을 때 시작되었다. 마음을 비우느라 그동안 마음만 있었지 뒤로 미루고 있던 리뷰들을 정리하며 올리면서였다. 언젠가부터 이라는 귀여운 닉의 작가님의 마음이 전달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감사의 답글을 전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글을 읽으며 따뜻한 댓글 나눔이 시작되었다..

펌킨의 하루 2020.07.06

작문 때문에 많이 웃었던 학기말 시험

드디어 오늘 기말시험이 끝났다. 오예~!! 시험은 학생들이 보는데 왜 내가 긴장이 되는 건지. 처음으로 보는 온라인 시험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2주 전부터 기말고사에 대한 사전 안내가 나갔지만 행여나 노파심에 어제저녁에도 오늘 시험에 대한 시간과 항목별 시험에 대해 알려드렸다. 어머님들로부터 답을 받고 나니 시험 사전 준비가 다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이고. 그리고 드디어 D-day!! 오늘 아침, 개인적으로 한 명 한 명 시험자료와 함께 안내자료를 다시 보내드렸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은 부모님들도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학생들도 구글 클래스룸에 “선생님, 인제 조금 있으면 시험이 시작돼요” 메시지가 올라오고. 9시 30분. 땡 하고 시험이 시작됐다. 구글..

펌킨의 하루 2020.07.05

얼떨결에 시작된 온라인 수업, 벌써 기말고사라니

코로나 사태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적으로는 얼떨결에 반 강제적인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나는 정신적으로만 미니멀리스트 흉내를 낼 뿐, 삶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경제활동이 전면 중단되니 생활 속에 미니멀리즘이 자동적으로 적용되었다.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 활동은 생략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의식주 중에 ‘식’을 중심으로 소비가 일어났다. 대외적으로는 학교 수업이 오프 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수업 양식에 대변혁(?^^)이 있었다. 우리는 토요일에만 수업이 있는 주말 한글학교니까 온라인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만의 제멋대로 착각임을 알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

펌킨의 하루 2020.06.29

내게 다가온 삶의 깜짝 선물~

작가님들이 책을 내신 후, 독자들에게 읽힐 때 어떤 느낌일까? 나는 그게 참 궁금했다. 그렇다. 나는 책을 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책 한 권 내지 않은 내가 ‘작가님’이라 불려지는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때때로 내게 걸맞지 않은 화려한 옷을 입은 듯 뻘쭘하기도 하지만 그 허영스런 호사가 싫지 않다. 브런치가 안겨 주는 커피 향처럼 그윽한 즐거움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첫 댓글을 받았는데,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되었다. ‘나한테 작가라고 하신 거?’ 흠칫 놀랐다. 내가 작가가 아닌 건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으니.. 혹시 내가 글 속에서 그런 분위기를 은연중에 풍기며 작가인 척했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았다. 브런치에서는 책을 쓰신 진짜 작가님들도..

펌킨의 하루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