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 김태준 -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출처: 신경림(2002), 신경림이 읽은 아침의 시. 북갤랩>
오늘 김중철 교수님의 ‘문학과 상상력’ 첫 수업에서 첫번째로 만난 김태준 시인의 시 ‘감꽃’
4행의 짧은 시가 안겨주는 느낌은 참으로 강렬했다..
김중철 교수님은 이 시를 낭송하시고는 시에 대한 설명을 주셨는데
이 짧은 시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인간의 성장이 담겨있기도 하고,
또한 농경시대와 냉전시대, 그리고 현대의 자본시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또 다른 미래를 보여주는 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하셨다.
즉, 이 짧은 시가 인간의 성장과정도 담겨 있고 우리 인류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는 말씀..
그러시면서 우리에게 물으셨다.
“학생 여러분은 먼 훗날 무엇을 세고 있을것 같으세요?”
그러게...
먼 훗날 나는 무엇을 세고 있을까..?
난 어렸을 때 감꽃을 세지도 않았고,
전쟁통에 병사들의 머리를 세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손가락에 침을 발라 돈을 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무엇을 셌을까..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언뜻 떠오르는 생각, 공기 알을 세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커서는 날짜를 셌던 것 같다.
내가 속한 곳으로부터 떠나게 될 그날 까지의 시간들..
그리고 지금은..
그래... 어쩌면 나도 돈을 세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지불해야 할 청구서들, 거래처 지불서, 그리고 직원들 월급을 지불하기 위해서...
그 위에 살짝 하나 더 얹는다면..
나는 나의 꿈을 세고 있기도 하다.
하나하나 내 가슴에 별처럼 떠오르는 나의 꿈들을...
그럼 먼 훗날엔 나는 무엇을 세고 있을까..
교수님이 모니터 건너편에서 질문을 주셨을 때..
가장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내 흰머리를 세고 있을까..?” 였다.. 하하하~^^;;
뭔가, 좀 지적이고 독특하고 근사한 생각이 떠올랐음 참 좋았으련만...
엉뚱하게 ‘흰머리’를 센다는 생각이 툭 튀어나왔다. 하하하하~^^;;
꿈도 야무지지... 흰 머리는 무슨...
검은 머리를 세는게 더 빠를 것이다.
벌써 나는 100% 흰머리니 말이다. ^^;;
현대 염색약의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
염색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아직 남편이 젊어보이니 맞추는 수 밖에..^^;;
나의 상상은 풍선처럼 둥실둥실 떠올라 날아올랐다.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먼 훗날 나는 무엇을 세고 있을까....
지난 날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세고 있을까...
내가 이룬 꿈들을 세고 있을까...
아니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세고 있을까...
아니면 책장에 꽂혀있는, 아직 내 손에 간택되지 못한 책들을 세고 있을까...
나도 궁금해졌다.
나는 먼 훗날 무엇을 세고 있을까...................?
스페인이 사랑하고 내가 사랑한...
살아있는 노래하는 시인 José Luis Perales..
오랜만에 José Luis Perales 음악을 올린다.
José Luis Perales - Bunos Días Triste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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