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아빠와의 기억...

pumpkinn 2007. 6. 26. 22:55

 

 아빠...

아빠에 대한 기억은..내겐 아름다운 기억뿐이다..

물론..아빠에게 혼난적도 있었고...

아빠에게 반항한적도 있었다..

그럼에도...아빠를 기억하면...늘 좋았던 기억만 떠오른다...

 

아빠는..

내가 조금 철이 들 즈음에...

내겐 우상이셨고..이상형이셨다....

고등학교때...

학교에서...나의 이상형을 쓰라고 하면...

친구들이..배우..가수..유명한 인사들 이름을 나열하는 그자리엔...

항상...’울 아빠라고 주저없이 써넣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학부형 회의가 있으면...

지리를 잘 모르는 엄마 대신...아빠가 늘 직장에서 나와 다녀가셨고...

아빠가 지나가는걸 보면...

나보다 더 내 친구들이...”해경아~ 아빠 가신다~” 하며...

지들이 쫓아내려가서 팔짱끼고 가던 기억들...

 

그당시..무뚝뚝하고...차가왔던 나는...

그런 친구들이 참 고마왔었다...

 

내가 아빠의 어떤 점을 그리도 사랑했었나..가만 생각해보면...

아빠의 이성적이고 지적인 모습을 나는 참 동경했었던것 같았다...

 

불같고 개구장이 같은 애기처럼...

감정이 먼저 앞서는 엄마와는 달리...

항상 차분하시고...말없이 웃으시는 모습...

 

그리고..

직장에서 퇴근하여 오시면 크림색 줄이 가장자리에 놓인...

옅은 회색 앙고라 가디건을 입으시고...책을 읽으시는 모습은...

내겐 너무나도 멋져 보이셨더랬다...

 

선생님들이 아빠를 만나시면...

늘 아빠에 대해서 내게 하시는 말씀들...

그런것들이 나를 우쭐하게 만들기도 했다...

 

늘 우리에게 강조하신 말씀은...

절대 남탓하지 말고..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질것...

그리고..약속과 시간은 꼭 지킬것...지키지 못할거면 아예 약속 하지말것...

그리고..내 개인 감정을 남에게 터뜨리지 말것...

있는 사람..없는 사람..똑같이 대할것...등등..

많은 것이 있었지만..

내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내가 지금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것은...

바로 위에 나열한 4가지다...

 

난 아빠처럼 감정 컨트롤이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남편에게..그런 감정절제를 하는 내가 무섭고 정떨어진다는 소리를 때때로 들을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참 로맨틱한 부분이 많으셨다...

장미꽃을 사서 결혼 기념일에 엄마에게 드리는 그런 낭만주의자는 아니셨지만...

영화를 좋아하시고...음악도 좋아하셔서..

옛날 영화배우과 가수 얘기는 아빠에게 다 배운것 같다..

 

나는 아빠가...

언성을 높이시거나...화내는 경우를 거의 보질 못했다...

내가어렸을때...

가끔씩...엄마가 아빠한테 바가지를 긁으실때면...

스으윽 일어나셔서...오빠와 나를 옆에 세우고...

내 동생을 목마 태우고...동네를 한바퀴 돌고 오셨다...

그리고선 집에 들어오시면서 웃으시면서 엄마에게 건네시는 말씀...

인제.....다 풀?나~??”

그럼 엄마는..언제 화를 냈냐는 듯...

진수 성찬을 차려놓곤 하셨다...그러고는..

또 언제 그랬냐는듯..깔깔대며 얘기하시는 우리 철부지 엄마..

그런 두분의 모습이..내겐 참 신기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때...

아빠는 사업에 실패하셔서...모든 걸 다 잃으셨지만...

한국에서..가난한 셋방살이하는 우리집엔...

웃음이 끊일 날이 없었다...

 

그래서..아빠 별명은 시계셨다...

이웃분들이 지어주신 별명...

아침에..엄마가 깔깔 웃으시는 소리가 들리면...8...

아빠 출근하시는 시간..

저녁에..엄마가 깔깔 웃으시는 소리가 들리면...6시반...

아빠 퇴근하신 시간...

 

이민을 나오면서...

힘든 이민 생활에...함께 부딪끼고 살면서...

내눈에 그리도 완벽해 보였던 아빠가..꼭 그리 완벽한 분은 아니었고...

아빠도..약한 부분이 있고 안보고 싶은 부분도 있었음을 알게되면서...

나의 우상도..이상형도...바뀌었지만....

아빠에 대한 포근한 기억은 늘 내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주 월요일...6월 18일...

미국에 계시는 엄마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무래도 오늘을 넘기시기 힘드실것 같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그리고..몇시간후...

결국..아빠가 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출장중이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하는지...

알수없는 막막함...

다행히...남편 친구들과 아는 분들이....

신부님과 연령회에 전화를 드려서...연도와 미사 준비를 해드렸고...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연도를 받쳐주시고..미사를 넣어주셨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말로 표현할수 없는 감사함과 죄송함...

 

연도 내내 눈물이 났지만...

눈물을 흘리는 내자신이 용납이 안됐다...

뭘 평소에 잘했다고 눈물을 흘리는지...

마치 남에게 보이기위한 거짓눈물 같아서...

몸서리까지 쳐졌었다...내가 울자격이 있나...

 

그런데 미사를 드리는 중...

아빠가 참으로 행복한 분이시란 생각에...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

아빠의 얼굴도 모르는 많은 분들의...

이렇게 많은 기도를 받으시는 아빠...

아빠가 참 행복하시겠단 생각에...마음이 흐뭇해졌다...

 

종부성사도 받으시고..대세까지 받고 가셨으니...

얼마나 준비된 죽음을 맞으셨는지...

오랜 병으로 고생하셨으니..인제 편히 쉬신다는 생각에...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지금껏...

나만 잘살아보겠다고 나만..내 가족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아빠의 죽음을 맞으며...

아빠에게 못해드린것...엄마에게 해드릴수 있단 생각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마치 아빠가 남겨두고 가신 선물처럼...

엄마가 아직 살아계신게..너무 감사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하루전..

성서피정 떠나는 날 미사때...

문득...아빠에게 편지를 드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었다..

더 늦기전데..아빠에게 사랑한단 말..꼭 해드려야겠단 생각..

아빠가 인제 당신께서 가신다고 내게 일러주신걸까...

아빠는 다음날 가셨다...

 

사랑하는 아빠...

아빠는 내겐 얼마나 자랑스런 아빠셨는지..

우리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했는지...

친구들이 아빠같은 아빠를 가진 나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아시는지..

 

나는 늘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은 딸이었고..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고 싶었고...

아빠가 나를 생각할때 흐뭇한 미소짓게 만드는 딸이고 싶었음을...

아빠는 아시는지...

 

사랑하는 아빠...

지금쯤...주님 곁에서 행복하실 아빠를 생각하며...

얼마후 함께 만날 그날...나도 아빠계신 천국에서 만나뵐수 있도록...

착실하게..성실하게..

이웃과 함께 나누우며 사랑하며 충실히 살것을 약속드려요...

 

사랑해요 아빠...

편히 쉬세요...

.

. 

 

Tears in Heaven - Eric Cl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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