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썩은 사과...

pumpkinn 2012. 12. 3. 07:30

 

 

 

내가 중학교 3학년때였을때였다.

선생님 말씀이라면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던 순진했던 시절...

어느 여학교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특별히 인기있는 선생님이 계셨다..

물론 여러 선생님이 계셨지만, 우리반에서는 영어 선생님이 인기셨다..

 

이상호 선생님.

이상호 선생님은 어린 여학생들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잘생긴 선생님은 아니셨으나..

선생님은 영어를 아주 재밌게 가르치실 뿐만 아니라...

어린 우리가 보기에도 참으로 ''을 아는 선생님이셨다...

 

키가 크시고 살짝 마르신 체격...

늘 짙은 회색 양복을 멋드러지게 입으시고...

차분하시면서도 조용한듯 그런가하면 은근슬쩍 유머로...

우리의 집중을 사로잡으시는 타고난 스타강사 분위기의 선생님이셨다...

 

그랬기에 두근거림보다는 멋지고 능력있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었고...

그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하긴 남자 선생님이라고 좋아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의 별명이 '썩은사과'였다...

유난히 검은 피부를 지니셨고, 늘 웃는 얼굴이셔서 그런지 표정주름이 많으서 그랬나...

그 못난 별명이 어떻게 지어진건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못생기신 얼굴때문이 아녔을까 싶고,,

암튼 그분 별명은 썩은 사과였다...

 

그 시절...

나 스스로는 못느끼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듯 싶다.

아니면 선생님께 특별히 말을 걸 용기는 없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며 잠깐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매 수업때마다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는 영어시간이 끝나면 알면서도 모르는척...

선생님께 영어에 대한 질문을 하곤 했었다...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다가 질문을 하시면 열심히 잘난척 대답해가면서 말이다...

 

그게 내가 선생님께 열심히 하는 학생인 것처럼 보이는것 같아...

나는 늘 열심히 적당한 질문거리를 만드느라 머리를 쥐어짰더랬다.. 아이구야~^^;;

쉬운걸 여쭈면 쉬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실까봐 내존심이 상하고,

또 너무 어려운걸 여쭈면 선생님이 설명중 내게하시는 질문에 답을 못하게 될까 걱정되고.. ^^;;

그렇게 나의 영어공부는 마치 질문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되었더랬다..^^;;

 

어린 학생의 그런 속내가 선생님 눈에 안들왔을까마는...

선생님은 늘 항항 따뜻하게 설명을 해주시곤 했다...

그리곤 꼭 이름을 불러주시곤 하셨다.

 

하루는...

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을 놀려드리자고 계획을 세웠다....

함께 어울리는 여섯명의 친구와 함께...

 

친구중에 '이상온'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면 상온이가 선생님 뒤를 걸어가고...

그러면 우리는 뒤에서 '상호야~'부르자...

그러면 선생님이 우리를 보실거고...

우리는 친구 상온이를 부른거라고 시침 뚝~때자...

..이런 유치찬란한 계획이었는데...

 

선생님이 넘어가실리가 있나...

당연한 결과로 우리는 교무실로 불려갔다....-_-;;

 

생전처음 교무실로 불려가는 우리는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두 하고...

괜히 했다 싶은게 정말 후회 막급였다....

교무실로 끌려가는 것은 우리 계획에 없었던 그림이었던게다...

 

마침 교무실에 계셨던 아버지같은 우리 담임 선생님은...

우리가 그랬다는것이 웃기셨는지....

그렇게 영어 선생님이 좋냐고 부러우시다며...

그래두 선생님 성함을 부르며 놀린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다른 벌은 없이 반성문만 쓰고 올려보내셨다...

 

태어나서 처음 반성문이었다.

사실 일이 그렇게 이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것..-_-;;

 

그런 가운데 영어 선생님은...

화가 나신게 아니라 뭐가 그리 좋으신지 싱글벙글이셨다...

그런데 우리를 왜 교무실까지 가게해서 혼쭐을 먹이셨는지... 히궁...

 

그후로 놀란 우리는 선생님을 골려드리는 행동은 안했지만...

여전히 영어 시간이면 눈을 반짝 거리며 수업을 했고...

나의 질문도 여전히 이어졌더랬다....

 

오늘 애리와 리예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상호 선생님...

애리와 리예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니 자기들과는 사뭇 다른 학교 풍경에 깔깔대고 웃어대고..

하긴 지금의 학교 생활과는 정서도 풍경도 문화도 너무 다른 시대인 것...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녔던 사소한 거에도...

뭐가 그리도 즐거웠고 뭐가 그리도 재밌었는지...

정말 참으로 많이도 웃고 깔깔대던 시간들였다...

 

지금 이상호 선생님은 어떻게 변하셨을까..??

궁금하다..

원래 불어 전공으로 고등학교에 계시다가...

몸이 약하셔서 중학교로 오셔서 영어를 가르치시는거란 이야기를 언니들을 통해 들었던 기억이있다...

 

내 기억속에 내가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분들 중의 한 분...

이 상호 선생님을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모셨다..

그러고보니 지난 주 최명희 선생님 뒤로 이어진 이상호 선생님 이야기...

나의 진솔 이야기는 선생님 시리즈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오늘은 애리 리예 덕분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파릇파릇 되살아나...

나를 또 그렇게 웃음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리운 시간들..................

 

.

.

 

듣고만 있어도 나를 아련한 기억속으로 데려가는 노래.....

Olivia Newton John의 Let me be there~ ^^

 

 

Let Me Be There

Wherever you go
Wherever you may wander in your life
Surely you know
I always wanna be there

Holding you hand
And standing by to catch you when you fall
Seeing you through
In everything you do

Let me be there in your morning
Let me be there in you night
Let me change whatever's wrong
And make it right

Let me take you through that wonderland
That only two can sha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Watching you grow
And going through the changes in your life
That's how I know
I always wanna be there

Whenever you feel you need a friend
To lean on, here I am
Whenever you call, you know I'll be there

Let me be there in your morning
Let me be there in you night
Let me change whatever's wrong
And make it right

Let me take you through that wonderland
That only two can sha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Let me be there in your morning
Let me be there in you night
Let me change whatever's wrong
And make it right

Let me take you through that wonderland
That only two can sha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All I ask you is let me be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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