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으로

만화와 안젤리크...

pumpkinn 2012. 11. 4. 00:45


 

학생시절 나의 꿈 속의 왕자님 Jofrrey..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 Angelique...

 

 

 

나는 어릴때부터 만화를 참 좋아했다.

만화라면 알알이 사탕처럼 줄줄이 꿰고있다.

그래서 교양의 즐거움을 읽었을 때, 만화에 대한 부분에서 얼마나 열광했던지...

탈낭만화에서 살짝 헷갈리긴 했지만서두..^^;;

(순정만화, 명랑만화, 학습만화, 등등은 들어봤어도 탈낭만화는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

 

하긴, 만화는 나만 좋아했던게 아니다. 엄마만 빼고는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했으니...

방학때면 학원을 다니며 모자른 과목을 보충는게 아니라..

때는 이때다~!!’ 당당하게 몇십권씩 만화를 빌려 읽곤 했다...

 

만화를 빌릴때면 가족 구성원의 호불호를 감안하여 고루고루 빌려야 한다.

안그럼 담번엔 국물도 없다. ^^;;

 

가만보면 나는 여러가지면에서 자라는 동안 황금시대를 많이 누렸던 것 같다.

물론 의 황금시대가 아니 시대의 황금시대~^^

팝의 황금시대, 만화의 황금시대가 그 좋은 예다..

 

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또 날밤새어야 하니...

오늘은 주제로 뽑은 만화이야기로만..^^

 

캔디를 비롯하여..

베르사이유의 장미..

올페우스의 창...

나일강의 여신...

흘러간 미소...

북해의 별...

아르미안의 네딸들....

Mr. 블랙...

안젤리크 등등...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커다란 눈의 예쁜 그림은 물론이고...

탄탄한 스토리 구성까지. 그 모든 것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사실 나는 만화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허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잘 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영화를 보면서도 마찬가지다. 공포 영화 슬픈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

그래서 황미나의 만화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만화를 보고나면 후유증이 컸다.

주로 주인공은 기본 등장인물 전원몰살.

오죽하면 제발 모두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편지까지 썼을까..?

 

어쨌든...

캔디를 읽으며 장미 동산에 가면 안소니나 알버트가 정말 내 앞에 나타날 것 같았고...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읽으며 말없이 지켜주는 경호대장 오스카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고.

그가 실지 인물인지 그 두꺼운 마리 앙토아네트전기를 사서 읽을 정도였다...

안젤리크를 읽으면서는 내 평생의 이상형이 된 음유시인 죠프레 드 뻬이라크를 만났다..

 

그게 국민학교때도 아니었고 중학생때도 아니었던...고등학생 때였으니..

정말 그러구 싶었을까..?’

나의 얼라스러블한 정신연령을 우짠단 말인가..? -_-;;

 

고백하자면...

빌려온 만화책 속의 죠프레의 흑백 사진(?)을 몰래 찢어서는 코팅을 해놓았다..

(고백컨데, 딱 한번 찢었다...-_-;;)

그 코팅된 죠프레는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다...^____^ (흐뭇~!!)

 

안젤리크 만화를 통해 죠프레를 만나고부터..

내 일기장은 온통 죠프레 이름으로 가득채워졌다...

예쁘게 하트를 그리고 그 안에 죠프레 이름과 내 이름을 써넣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 이름 주위로 조그만 하트들이 춤을 추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내 친구들의 반응...

그래~ 네 사랑은~ 얼굴에 무섭게 칼 자국난 남자가 다리 쩔뚝거림서 나타날거야~” ß 이랬다.

영 돔 안되는 친구들... -_-;

 

하긴 그애들이 거짓말 한 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죽고 못살던 죠프레는 비파를 튕기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얼굴엔 심한 칼 자국이 나있으며, 한쪽 다리를 절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좀 공포스럽다)

그러면 어떠랴~ 그렇게 묵묵하게 자신의 사랑하는 안젤리크를 위해 보이지않게 지켜주는...

너무나도 멋지고 든든하고 하늘같은 품을 가진 그가 아닌가 말이다...

 

블라우스같은 셜츠에 긴머리를 리본으로 묶은 죠프레...

내가 결혼해서 얼마 안되었을 때 남자들도 긴머리가 유행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난 얼마나 남편이 머리를 길었음 했던지..^^;;

이유는 단 하나 머리를 좀 길러서 묶으면 멋질 것 같았다.. 하하하~ ^^

 

그얘기를 들은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 한마디~

“Mrs. , 남편을 밤 무대 세우려고 그래요~?” -_-;;

그때는 얼굴도 얄상하고 몸도 말랐기에 머리 길러서 묶으면, 멋질 것 같았는데,

 

그래도 몇 년이 지난 후 나름 소원은 풀었다.

ME에서 연말 뮤지컬을 할 때 우리 조에서는 미녀와 야수를 했는데...

개스톤 역을 맡았던 남편은 가발 쓴 긴 머리 묶고 화살통 들고 나왔더랬다. 큭큭~ ^^;;

 

그렇게 죠프레는 내게 아주 오랜 시간 나의 이상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이름이 안젤리카다.. ^^;;

 

그것은 한국에 있을 때의 나의 결심이었고 나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언젠가 외국에 나가게 된다면 내 이름은 안젤리크라고 할거라고...

 

진정한 이유는...

안젤리크같은 사랑스런 여성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었고...

안젤리크를 그토록 사랑한 죠프레 때문이었다.

죠프레가 그리도 사랑한 여인이 안젤리크였기에 내 이름은 안젤리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외국에 나왔고, 소원대로 안젤리크가 되었다...

미국 ID에는 안젤리크가 내 이름과 함께 올려져있다. ^^;;

 

그걸로도 모자라...

나는 영세를 받으며 안젤리크를 영세명화 시켰다..^^

그렇게 해서 Fake Name이었던 안젤리카는 나의 영세명이되었다.

남미화가 된 안젤리카...

안젤리카라는 이름에 대한 나의 병적인 집착이 느껴지는 부분...

 

영세명은 주로 내 생일 달에 있는 성녀 또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삶 속에 닮고 싶은 성인의 이름으로 짓지만...

나는 단순히 이런 웃기는 짬뽕같은 이유로 지었다는 사실이.. 웃기기만 하다...

 

안젤리카라는 이름의 성녀는 없지만...

안젤리카는 안젤라의 애칭으로 천사의 날에 축일을 지내기도 하고...

1 27일은 어린 소녀들의 교육에 힘을 썼던 안젤라 데 메리치 성녀 축일이다...

 

순수한 동기에서 지어진 이름은 아니지만...

어린 소녀들의 교육에 힘썼던 안젤라 성녀를 본받고 싶기도 하고...

천사처럼 선하고 순수하며,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의미도 넘 좋다...

 

역시 줄을 잘 선다...

엉뚱하게 만화책을 보고 갖게 된 이름임에도 이리도 의미가 깊으니...

 

안젤리카...

이렇듯 어렸을 때의 환상 속에 너무나도 엉뚱한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지만...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름이다...^^

 

펌킨에 이어진 이름에 관한 이야기...

이번 주엔 어떤 글을 축제로 올리나 생각 중에...

우연히 안젤리크 영화 OST In Her Eyes를 듣게 되어 떠올린 소재다..^^

 

마지막으로..

오래전 우연찮게 프랑스 영화인 안젤리크를 보고는...

만화 속의 이야기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라 실망했었고... (지저분한 다각관계..-_-;;)

주인공이었던 Michelle Mercier가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너무 도발적이고 섹시해 속상했고..

조프레도 만화 속의 샤프하고 매력적인 외모와는 달리...

너무 남성적이어서 죠프레역으로 안어울렸고...

지루한 스토리 전개와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만화 이미지를 깼다는 분노에..

보다가 꺼버린 기억이 있다..

 

그랬는데...

오늘 우연히 영화 컷과 함께 음악을 들으니 어렸을 때의 웃긴 기억들이 떠올라...

아침을 행복하게 보냈다....

 

그나저나...

증말...

그러구 싶었을까....? -_-;;

.

.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역시도 책을 읽을 때나 공부를 할 때는 항상 음악을 들었다...

만화를 읽을때 조차도...

 

그 당시 내가 많이 들었던 노래는...

Brown & Dana의 Ace of Sorrow였는데...

이 곡을 들으며 수 많은 상상들로 참 많이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캔디 7편의 마지막 장면 테리우스가 캔디를 뒤에서 안으며...

"잠깐, 이렇게 있어줘.." 울던 테리우스를 보며 울었고...

'흘러간 미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처절한 사랑에 눈물을 흘렸고...

사랑하는 앙또아네뜨를 지켜주지 못하는 오스카의 마음이 느껴져 또 그렇게 울었더랬다...

 

아고~ 쓰다보니 또 울컥하네~

 

난 조프레도 아니고, 오스카도 아니고, 클라우스도 아닌...

루도비꼬와 결혼했지만...

절절했던 마음은 같았던 듯...

 

If my love leaves me... what shall I do...

그러게 말이야....

훗날 난 그 의미가 무엇인줄 알았다...

내게 있어선 '떠남'의 의미가 아닌 '바라봄'의 의미였지만...

그것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이었는지를...

 

어렸던 나의 마음을 절절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데려갔던 노래...

Ace of Sorrow를 오늘 곡으로 올린다...

우리에겐 송창식과 윤형주가 듀엣으로 활동했던 트윈 폴리오가 불러 잘 알려진 곡이다...




'기억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어 선생님, 시, 그리고 에디뜨 삐아프..  (0) 2012.11.19
백트윗 보이~  (0) 2012.11.12
어린 시절 동두천에서의 기억...  (0) 2012.10.29
범표 운동화와 아빠...  (0) 2012.09.27
옥떨메와 호박...  (0) 201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