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여백...

pumpkinn 2006. 8. 2. 01:23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

.

어제 성서공부때...
수녀님께서 읊어주신 한편의 시...
도종환 시인의 '여백..'

'이시를 듣고 어떤 단어가 젤 와닿아요...??'


 

'여백..이요...'

'이시를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나도 바쁘게 나만을 위해 살아갈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볼수 있는 여유로움과..
포용할수 있는 넉넉함을 가질수있는 마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것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내게 던져진 수녀님의 질문과...
나의 동문서답...

말을하고 나니...
바로 내생활을 말하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며 뒤를 돌아볼새도 없는 달려가고 있는 나의 삶...
끝없이 이어지는 계획들...

수녀님께서...
우리의 삶이 여백으로 남을때...아름답다고 하신말씀...
하지만 우리는 여백으로 남아있고 싶어하질 않고 중심이길 원한다고..
그래도...
우리가 아름다울수 있는건...
바로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누군가가 배경으로 있기 때문이라는거...

그리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여백으로 지켜주고 있다는거...
사랑하는 남편의 여백...
사랑하는 아이들의 여백....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듯이...
바로 그배경으로 받쳐주고 있는...하늘 때문이듯이...

수녀님의 그 말씀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과연...

나는...내 사랑하는 남편과...

나의 사랑하는 두 딸들...

그리고..친구들..이웃들이 아름다울수 있도록...

맑은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걸까...

내가 멋진 그림이 되겠다고..

여백되기를 거부하고 다녔던건 아닐까...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
.

 

.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중의 하나..
George Moustaki...의 Ma Solitude...

 

죠르쥬 무스타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절제된 고독의 깊이가 느껴지는...
내겐 아주 특별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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