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함께함’이 안겨준 축복과 재속 프란치스코회 피정

pumpkinn 2022. 11. 7. 10:00

가슴을 치고 들어오는 말씀과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성사로 감동을 안겨주신 최상순 비오 본당 신부님.

 

2022년 10월 15일 (토요일)

 

 

나이가 들어가면서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은 ‘함께라는 단어의 의미다. 함께할 때 더 성장할 수 있고, 함께이기에 더 멀리 갈 수 있고, 함께함으로 더 깊이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 나이 60이 되니 철이 좀 드는 것 같다.

 

지난 일주일은 함께라는 단어가 유난히 깊은 감사의 의미로 다가왔던 시간이다. 석 달 전쯤, 리오바 언니로부터 이멜을 받았다. 정제천 신부님께서 주관하시는 이냐시오 영성 피정에 함께하자는 초대였다. 모든 것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고 하셨다.

 

영성 피정이라니.. 하느님께서 내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미사조차 나가지 않았던 내가 언니의 초대를 조금의 갈등 없이 받아들인 이유였다.

 

그렇게 어떤 계획이 있으시겠지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피정에 임하고 있는 요즘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 친구 마리아가 재속 프란치스코 1일 피정에 함께 가자며 초대를 했다. 온라인 영성 피정에 이어 재속 프란치스코 1일 피정이라니.

 

판데믹 때부터 새로 오신(? 2년쯤 전에?) 본당 신부님의 말씀이 너무 좋다는 말씀을 귀가 따갑게 들었던 터라, 마치 좋은 인문학 특강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따라나섰다.

 

마리아의 초대로 깜삐나스에 계시는 리오바 언니와 나타나엘 아저씨도 참여하셨다. 그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셨던 소피아 언니와 함께. 또 마침, 소피아 언니의 남편이신 홍요셉 아저씨가 프란치스코회 회장으로 계시다 보니,우연찮게 드림 산악팀이 모두 피정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또한 하느님의 계획이셨을까? ^^

 

재속 프란치스코 회원분들과 함께. 회원은 아니지만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고 참으로 은혜로운 피정이었다,

 

 

피정은 성무일도를 시작으로 아침에는 최효경 원장 수녀님의 강의가, 오후에는 최상순 비오 신부님의 강의와 파견 미사로 마무리되는 프로그램이었다.

 

최효경(효경) 원장 수녀님도 최상순 비오 본당 신부님도 처음 뵙는 것이고, 강의도 역시 처음 듣는 것이라 은근 기대가 되었다. , 그렇다고 얼마나 잘하시나 보자하는 그런 시니컬한 마음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며 진행되는 생동감 넘치는 실시간 강의가 그리웠음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현장에서 보아야 그 살아있는 느낌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듯이, 강의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신앙과는 거리가 먼 마음 가짐으로 참여한 피정이었다.

 

최효경 원장 수녀님은, 성무일도를 잘못 드린 부분을 차분하게 조근조근 설명을 해주시고는 강의로 들어가셨다. 영성과 구원에 대한 말씀이었는데, 특히, ‘구원에 대한 강의를 듣던 나는 완전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동안 그렇게 나를 궁금하게 했던,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던 (적어도 내게는) 부분을 심플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 주신 것이다.

 

수녀님이 한국에 계실 때였는데, 10대 남학생이 눈물범벅이 되어 수녀님을 찾아왔더란다.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었다며 연미사를 넣고 싶다고 말이다. 그 학생에게는 절절한 상황이 우리에겐 웃음으로 다가왔다. 어쨌거나, 수녀님께서 말씀해주셨단다. 강아지를 위한 연미사는 드리지는 않는다고.

수녀님의 이어진 질문이다.

 

하늘에는 동물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그러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없다였다. 언젠가 어느 신부님께서 동물들은 천국에 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 말씀은 틀렸다. 하늘 나라에는 동물과 식물이 있다가 정답이었다.

 

이어진 수녀님의 말씀, 동물은 각혼을, 식물은 생혼을, 그리고 우리 인간은 영혼을 가졌는데, 동물과 식물은 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창조물, 그 모습 그대로 살다가 하느님의 곁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 존재 자체가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영혼의 구원을 위한 연미사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오우~ 머리에 전구가 번쩍 켜지는 순간! 전율이었다.

 

오로지 우리 인간들만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로 살지 않고 죄를 짓기 때문에 영혼의 구원을 위해 연미사가 필요하고 돌아가신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다.

 

분명, 신앙엔 가끔씩 설명할 수 없는 그냥 믿어야하는 교리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논리적으로도 깔끔하게 설명되는 말씀이었다.

 

그렇지,동물이나 식물이 어떻게 죄를 짓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가는데 말이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불평하지 않고 주어진 모습 그대로 살면서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말씀에 울컥했다. 반면, 우리 인간들은 얼마나 불평 투성인가.

 

완전히 내게는 유레카~!!”를 외치게 하는 말씀이었다.

 

엄마, 강아지도 천국에 가?”

 

우리 써니(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자기 마음에 다 담을 수가 없다며 매일매일 절절한 사랑을 고백하는 막내가 어렸을 때 내게 던졌던 질문이다. 드디어 답을 찾았다!

 

첫 눈에 반해버린 따뜻한 카리스마의  최효경 (효경) 수녀님

 

 

그리고, 오후에 이어진 최상순 (비오) 본당 신부님의 강의는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역사와 재속 프란치스코회의 삶과 영성에 관한 말씀으로 이어졌다.

 

재속 프란치스코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세워지게 되었는지, 성령에 응답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말씀으로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교회의 의미 관한 말씀이 가슴을 치고 들어왔다.

 

교회는 예수님의 신부이며 우리는 교회를 통해서만 예수님과 소통하고 교회의 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며, 성모님은 나를 예수님께 이끌어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이다. 교회, 즉 예수님이 세우신 성사 안에 하나가 되고, 교회 안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셨다.

 

미사는 혼인 잔치의 개념이고, 그 안에서 구원의 신비가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즉, 우리는 미사를 통해 구원된다는 것인데, 그와 함께 이어 설명해주신 혼인 잔치에 입는 혼인 예복의 의미에 대한 말씀이 내게는 새로운 배움이자 깨달음이었다.예복, 옷감은 씨줄과 날줄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십자가 ()의 의미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와 이웃과의 올바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다. 이것이 혼인(, 미사)에 합당한 혼인 예복이라는 의미라는 것.

놀라웠다. 예복에 이렇게 깊은 의미가 숨겨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미사포의 의미 역시 처음 알았다. ‘나는 너의 사람이다’, 다시 말해 당신은 그리스도의 신부입니다라는 의미라는 것. 미사포를 쓸 때는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십자가를 걸친다는 기도를 하면서 써야 한다고 하셨다. 미사포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를 죽이는 의미이고, 미사의 주인공인 신부가 되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가끔, 성당의 미사에는 너무나 많은 의식이 있다고 느끼곤 했다. 물론, 멋있어 보이자고 그러한 의식을 행하는 것은 아님을  너무나 잘 알지만, 이렇게 작은 의식, 작은 소품(?) 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작은 의식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알아가는 것은 새로운 단어의 어원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그런 짜릿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돌아서면 또 잊어버릴까? ^^;;)

 

왜 기쁨과 희망이 항상 와야 하는가?’로 이어진 강의도 재밌었다. 기쁨은 그냥 내가 좋은 것, 즉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기쁨과 고통, 슬픔, 상처, 아픔등을 안은 기쁨도 있는데, 이것을 안고 살아가며 기쁨을 확신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말씀이셨다. 한 차원 승화된 의미의 기쁨이랄까.

 

마지막으로 내 가슴을 굵직하게 들어와 앉은 말씀은 구원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구원은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서 오는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신부님의 말씀의 힘은, 그동안 나를 분심으로 몰아넣었던 여러 신부님들의 '준비해온 자료를 읽으시는 강의'가 아니라 말씀의 뜨거움이 살아있는 힘있는 강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무 당연해서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예리하고 날카로운 터치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신다는 것이다.

 

비오 신부님의 말씀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되고 가슴에 그대로 담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우며 초집중의 몰입을 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말씀을 놓친건가. 후회까지 되는 순간이었다.

 

 

많은 분들께서 왜 그리도 주임 신부님의 강론을 꼭 들어야 한다고 하셨는지 온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너무 당연해서 놓치고 지나가는 부분들을 콕 찝어내어 설명해주고 계시는 최상순 비오 본당 신부님

 

 

신부님의 강의가 끝나고 조 나눔이 있었고, 각기 저마다 피정에서 느낀 간단한 느낌 나눔으로 이어졌다. 파견 미사 전에 성사 보실 분은 보라고 하셨는데, 그때까지도 성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내게 홍 회장님께서 오셔서 하시는 말씀,

미사를 잘 드릴 수 있도록 성사를 꼭 보세요

 

순간, 가슴에 출렁임이 일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뭐지? 결국 이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셨던 건가?’

 

갑자기 보게 되는 성사다 보니,지난 5년 동안의 성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정리가 되지 않아 그 순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은 초절정이었다. 하지만 내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어쩌면 나는또다시5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성사 보는 곳으로 가니 한 분은 이미 들어가 성사중이셨고, 앞에 세 분이 계셨다.

'미사 시간이 30분도 안 남았는데, 어쩌면 오늘 성사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홍 회장님께서 오시더니 앞에 계신 두 어르신께 자주 성사를 보시니 양보를 해주십사고 부탁을 드리시는 게 아닌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분들이시지만, 흔쾌히 양보해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게 감사했다.

 

이제 친구와 나만 남았는데 들어가신 분의 성사가 오래 걸려 과연 오늘 성사를 볼 수 있을까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첫 번째로 들어가신 분은 미사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나오셨고, 다행히 친구가 들어갈 수 있었다.

친구가 성사를 보는 동안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미사 시간 때문에 오늘 성사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 아직 저의 때가 온 것이 아닌 거라고 알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이미 미사 시간은 지나 있었고, 친구가 나왔다.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 잠시 머뭇거리는데, 친구가 들어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는 두근거림과 함께 뜨거움이 일었다. 

하느님께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구나.

 

고백성사 트라우마가 있는 나로서는 성사는 언제나 긴장되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다아주 오래전,첫 성사 때, 시작도 하기 전에 빨리 끝내라던 신부님의 말씀이 내겐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너무나 편안하게 공감하시며 들어주시니 나의 긴장과 불안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성사를 무사히 잘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렇게 시작된 미사는 눈물의 범벅이었다. 얼마나 오랜만에 모시는 영성체인지. 미사가 끝나고 나서 다가와 안아주시는 소피아 언니. 벅찬 감동과 감사의 눈물이 함께 했던 순간이었다.

 

오늘 이 감동의 순간이 있기까지 함께 해 주신 분들, 리오바 언니와 나타나엘 아저씨 두 분의 영성 초대를 시작으로 마리아의 재속 프란치스코 피정 초대, 홍회장님의 도움으로 보게 된 성사, 지난 모든 힘든 시간 동안 함께 하시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셨던 소피아 언니, 모든 분들의 벅찬 사랑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루도비꼬에게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알렸다.

자기야, 나 성사 봤어. 내일부터 나 미사 갈 거야”

얼마나 좋아하던지. 자기도 이제 성당 나가고 있다고 했다

 

구원은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에 의해서 오는 것 이라던 신부님의 말씀

오늘은 바로 내가 그 사건의 증인이 된 날이었다.

 

'함께함'이 안겨준 축복~!!

이 순간의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 아니, 잊으면 안 되기에 기록으로 남긴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나의 오랜 냉담의 끝.

마음으로 기다려주시고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난. 참. 복. 이. 많. 은. 사. 람. 이. 다.

 

 

왼쪽부터 리오바 언니, 소피아 언니, 펌킨탱이, 그리고 마리아. 이 모든 분들이 함께 하셨기에 오랜 냉담 시간을 끝내고 다시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뜨거웠던 은총의 시간을 선물로 안겨주셔서 감사해요. 잊지 않겠습니다.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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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자유의  하나님은 나를 지키시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