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은빛 대학 강의를 마치고...

pumpkinn 2018. 5. 19. 06:43




유난히 긴장되던 강의가 드디어 끝났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엔 긴장이 되다가도 강단에 서면 긴장을 잊어버리곤 강의에 몰입하게 되는데..

한 두 번 하는 강의도 아니건만 이번 강의는 유난히 긴장이 되었다.

 

사실강의 날짜는 이미 오래 전에 받았지만,

어떤 주제로 강의를 드려야 할지 포커스를 잡지 못해 시간만 보내버렸다.

그러다 강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서야 정신이 번쩍 든 게다.

 

은빛 대학 수녀님께서 새로 오셨기에 미리 뵙고 인사도 드렸어야 하는데,,

우선 의견을 여쭙고자 전화부터 드려 조언을 구했다..

수녀님도 ‘건강’이라고 하셨다빠뜨리시아 언니도 그리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연세가 드시면 건강에 자연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나저나내가 건강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릴  있을까...

건강에 관한 지식과 상식은 어르신들이 나보다  많이 아실테고..

50 중반에 들어선 지금의 나이에도 라면 2인분이 나의 한계니

건강식에 관한 주제도 내가 드릴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지난 강의 때, 우리 각자가 지닌 성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예로 설명 드리면서

갈등과 서로 다름의 차이에 대한 주제를 어르신들이  좋아하셨는데..

대인관계도 우선 내 자신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원만히 이뤄진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하면 에너지 균형을 잘 유지하여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강의를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에너지 균형과 건강한 삶’ 이번 강의 제목으로 잡았다. 

제목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하나하나 예로 풀어드리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준비했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발췌하여

현대인의 심리적 상태와 정신 건강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신체적 에너지정신/지적 에너지영적 에너지그리고 사회적/감정적 에너지 부분이

어떻게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4가지 에너지 균형을 하나하나 구체적인 예로 설명을 드렸다.


사실, 준비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재밌어 하실 만한 것들을 넣긴 했지만

이번 강의는 지루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의외로 솔깃해 하시면서 들으셔서 조금 놀라웠다. .

중간중간 메모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시고...

준비해간 PPT 자료들을 사진에 담으시는 분들도 계시고...

 

많은 경험은 아니어도 여러 나이층에게 강의를 해보았지만, 

리액션은 감히 어르신들을 따라가는 연령층은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열렬히 반응을 해주시는지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그대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달된다.

 

강의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적극적 반응을 보이셨던 부분은

정신적/지적 에너지 부분에서 치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글쓰기’ 대해 설명 드리는 부분,

글쓰기에서 일기쓰기난 묵상일기 쓰기를 쉽게 접하실 수 있게 설명을 드렸는데 관심을 많이 보이셨고,

영적 에너지 부분에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여드리면서

간단하게 화가의 삶과 함께 설명을 드렸는데 재밌어 하시며 반응이 아주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강의 마무리로 가져온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시를 함께 나누는 부분을 참 좋아하셨는데

연세가 당신들보다 훨씬 많은 99세의 나이에 시집을 내신 분이라는 부분에서..

생산적인 자극을 받으신 것 같았다.

바로 그러시기를 바라며 넣었던 부분인데, 잘 이해하고 받아주셔서 흐뭇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암튼, 

이번 강의를 통해 내가 느꼈던 것은...

어르신들이 가장 관심이 많으신 이슈는 ‘건강’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어쩌면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새로운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시는 것 아닐까?

문학이나 미술그리고 음악과 같은 예술과 인문학 부분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맛을 모르니 좋은지 싫은지 자체를 논할  없을 것이다.

나는 골프에 관심이 없다이렇게 자신이 해보지 않은 운동에 대해선 그 매력을 알 수 없듯이..

어쩌면 우리 어르신들도 많이 접해보지 못하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조차 멀게 느껴지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강의는 내게 여러 가지로 유익한 강의였다.

깊이 다루는 것은 지루하겠지만, ( 자신 역시도 깊이 모르거니와..)

어르신들에게 그러한 부분을 쉽게 풀어서 함께 나눠드리면 어떨까 하는..

나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어쨌든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후한 피드백을 받긴 했지만,

그 피드백이 내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던 것은 아니다.

언제나처럼다른 이의 피드백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평가가 내겐 큰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난  강의는 평가를 떠나서  스스로가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었다면.

이번 강의는 보통 정도였다.

이번 강의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는 70% 정도라고 하면   같다.


강의 자체가 썩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그럭저럭 무난히 해냈다는 것..

강의만 두고 보자면 60점을 주겠지만, 

열심히 정성스럽게 준비했음을 감안하여 70점을 주었다.

 

어쨌든

이번 강의는 어르신들께 다양한 주제로 다가갈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소득이었다.

강의를 끝내고 이런저런 좋은 덕담 주시며 조세피나 언니 하시는 말씀~

“다음 학기에도 강의 스케쥴 있는거 알지잘 부탁해~

“엉다음 학기에 또요?

 

잘했다는 말씀보다 강의 부탁이 더 기분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강의에는 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강의를 다뤄보는 것도 좋을  하다.

 스스로에게 공부도 되고 재밌을  같다.

 

어르신들께 어떤 내용을 전해드릴까..?

음악..?

미술..?

문학..?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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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lar Grey - Stand by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