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고백성사를 보다 잊어버린 죄

pumpkinn 2019. 12. 20. 12:29

 

몇 달 전 새로 부임하신 강요셉(요셉) 보좌 신부님. (오른쪽에 선 복사는 우리 반 귀염둥이 연우^^)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너무 은혜스럽다는 말씀을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었으나, 신부님의 미사는 처음이었다. 강론 말씀이 어찌나 은혜스러웠는지...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 넘 흐리게 나왔지만, 그냥 올려본다.

 

 

 

퇴근 , 미사를 가기 위해 조금 일찍 나섰다.

미사 전에 고백 성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착하니 벌써 앞에 분이 계셨다

 

이상하게 여기만 앉으면 많이 떨려...”

 

옆에 앉아 계시던 데레사 언니 말씀을 듣고는

나만 그런거 아니구나’ 

위로가 느껴졌다. ^^ 

 

조금 , 언니가 고백실로 들어가시고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며 고백할 죄를 다시 잊을 새라 복습(?) 열공~^^;;

 

드디어 내차례.

열심히(?) 복습한대로 말씀드리면 되는 거였다.

오늘 내가 고백하고자 했던 죄는 3가지였다.

 

1

2

3

순서에 맞추어 나의 고백 성사는 시작되었다.

 

1번을 고백하고는 2번으로 들어가는데, 

흐미~ 2번이 도저히 생각이 나는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2번을 건너 뛰고 3번으로 이어졌다.

등에서 땀이 났다.

 

그렇다고 모른척하고 나올 수가 없어 끙끙대다가

자수하여 광명 찾자~!!

 

신부님, 실은 죄가 3가지였는데 개를 잊어버렸어요~”

“@#$^%#@%$@@&”

 

~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시는 듯한 느낌~ ^^;;

어린애도 아니고, 아줌마가 고백할 죄를 까먹고는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아이구야~ -_-;;

 

암튼,

신부님께서는 죄가 가지인지 잊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다.

하느님은 이미 우리 죄를 알고 계시니.

중요한 것은 우리는 그냥 죄인 아니라  사랑받는 죄인임을 아는 것이라고 하셨다.

하느님께서 너무나 사랑하는 자매님이라는 말씀에 그만 울컥 눈물이 돌았다.

 

하느님과 맞추는 마음으로 미사에 임하라는 보속을 주신 신부님,

그렇게 마음으로 임한 미사는 너무나 은혜로웠다.

 

렉시오 디비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로 시작된 신부님의 강론은

가뭄에 단비처럼, 나의 메마른 영혼이 촉촉히 적셔지는 느낌이었다.

 

천사가 즈카르아 앞에 나타나 아들을 낳게 것이라는 예언이 나오는 오늘의 복음 말씀은

당신에게 의문을 갖게 하셨던 부분이라시며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천사는 즈카르야에게도 나타났고, 성모님께도 나타났고,

분도 아들을 낳을거라는 예언을 들었으며,  모두 의문을 가졌다는 것.

 

천사가 나타난 것도, 아들에 대한 예언을 들은 것도 그리고 의문을 가진 것도 모두 같은데,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되었고,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었다.

상충되는 부분이 당신께는 의문이 들었다는 말씀.

 

그러게, 글고보니 그랬다. 달랐을까?

신부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번도 그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 물론 성경 말씀을 많이 읽지도 않았으니 깊은 묵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거야 당연하긴 했다.

 

신부님의 오랜 물음과 묵상 속에 느끼신 것은,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것은 벙어리가 됨으로써 지켜보는 사람이 것이라 하셨다.

선포하고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이 됨으로써

믿을 없는 하느님의 역사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역사를 지켜보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을 통과함으로써, 침묵 속에서 지켜봄으로써  

하느님의 역사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는 것이라는 말씀.

 

하느님의 언어는 침묵이다.' 

 

성탄 때가 다가오면 항상 듣는 즈카르야와 성모 마리아님에 대한 복음 말씀...

놀랍게도 하는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당연했고, 성모 마리아님은 성모 마리아님이니까

모든 것은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으로 깊이 물고 빨고 핥으며 말씀을 읽을 어떤 깨달음이 일어나는지 새삼 느껴졌다.

언젠가 피정에서 신부님께서 하셨던 말씀...

 

모르는 것은 죄입이다. 말씀을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말씀을 알아야 하느님을 깊이 만날 있습니다.”

 

오늘 나의 고백 중의 하나가 말씀을 게을리함에 대한 고백이었다.

우리는 성경 말씀을 마치 강아지가 뼈를 가지고 물고 핥고 빨고 하듯이

그렇게 대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서 박혔다.

말씀에 게을렀던 나에게 말씀을 가까이하고, 심지어 안에 빠지고 싶다는 꿈틀거림이 일어났다.

 

미사 , 성령 기도회에서 함께 찬양하고 안수 기도까지 받고 나니,

감사함이 한가득이다.

 

처절했고, 치열했고, 두려움과 긴장 속에 연속이었던 모든 것이

오늘 하루의 은혜로운 마무리로 위로받는 느낌이랄까.

고백 성사와 함께 주어진 축복이고 선물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은혜로웠던 미사...

하느님과의 눈맞춤이 일어났음일까....

 

사랑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동을 주시는 주님은 찬미 받으소서, 영광 받으소서.

 

*


오늘 미사가 감동이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연우(오른쪽)가 오늘 복사를 섰기 때문이다.

우리 반 제일 나이 어린 학생인 연우...

얼마나 진지하고 정성으로 임하던지, 귀여워서 돌아가실뻔 했다.


알고 보니 오늘이 복사 첫 날~

요셉 신부님께서 New Face라며 인사시켜주시고, 박수쳐주시고...

사랑이 많으신 신부님 곁에서 많이 배우고 많은 사랑 받으며

지금처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사랑스런 연우로 자라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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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자유 -  하느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