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웠던 도보 여행

pumpkinn 2022. 10. 4. 10:36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도보 여행을 다녀왔다. Caminho da Fé 를 떠난 것이니 실은 ‘도보 순례 여행’이란 표현이 더 옳을 것이나, ‘순례’가 들어가니 엄숙한 분위기가 묻어 있어 슬쩍 뺐다.

 

이번에는 조금 일찍 떠나 지난번에 눈도장을 찍어놓았던 Santo Antônio do Pinhal도 잠깐 내려서 까페도 마시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내가 문제라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내 일을 해놓고 가야 하니 사무실을 일찍 나가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넵!” 대답을 해놓고도 마음 한 구석은 은근 걱정이 되었다. 일을 제쳐 놓고 여행 다닐 상황은 아님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아니까.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행 떠나는 금요일에 손님이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집에 들러 싸놓은 가방을 챙겨 장소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 10분 전이다. 곧이어 Sr. Hong와 소피아 언니가 오시고 잠시 후 마리아 도착. 우리 모두는 마치 일 년 내내 기다리던 소풍을 떠나는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마음으로 떠났다. Sr. Hong가 틀어주시는 재즈와 팝의 리듬에 룰루랄라~ 깔깔 거리며 목적지로 향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오~예~!!

 

 

그러게, 열심히 일한 우리는 그렇게 떠났다. 모든 근심과 걱정은 모두 뒤로 살짝 밀어 놓고.
 

겨우 1시간 일찍 떠났는데 마음도 시간도 어찌나 여유로운지. 지난번 도보 여행길에 너무 예뻐서 우리의 마음을 앗아간 Santo Antônio do Pinhal 마을에 잠시 내릴 수 있었다. 시골 도시의 매력은 역시나 아기자기함과 여유, 그리고 친절함일 것이다. 조그마하면서도 지역 특유의 개성을 뿜어내고 있어 그리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지나갔을 때는 밤이었고, 또한 Festa Junina (6월의 축제) 기간이어서 거리가 온통 축제 분위기였는데, 축제 시기도 끝나고 낮에 가서 그런지 분위기는 살짝 달랐으나 정겹고 아기자기한 자태는 그대로였다.

길을 걷다 보니 와인이 많이 나는 곳인지 분위기 있는 와인 매장이 여럿 눈에 띄었다. 

 

너무 예뻐서 사진에 몇 컷 담으며 걷다가 유럽풍의 맥주 집을 발견하고는 들어갔다. 애초 목적은 ‘까페’였는데 ‘맥주’로 변심하는 순간! 우리는 간단하게 수제 맥주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밝은 갈색빛을 띈 수제 맥주는 쓰지 않고 고소한 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요즘 맥주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지금 생각하니 치킨을 시킬 걸 그랬나? 나도 치맥이란 걸 먹어볼 걸~ 

 

 

 

 

 

그렇게 수제 맥주를 마시고 동네를 구경하고는 목적지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Hospedaria Piccola. 이전 여행에서 묵었던 바로 그곳이다. 숙소 주인인 Dona Ana의 친절함과 예쁜 숙소 분위기에 만장일치로 정해졌다. 하지만 걷는 구간은 지난 번과는 다르게 Canta Galo를 거쳐서 Luminosa까지의 구간을 걷기로 했다. 한 번씩 갈 때마다 무리하지 말고 한 구간씩 걸으며 완주하자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일치된 마음. 

 

도착하니 Campinas팀인 리오바 언니와 나타니엘 아저씨(형제님^^)와 따님인 데레사 씨가 벌써 와 계셨다. 서로 반갑다고 포옹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며 인사를 나누고는 우리는 곧장 뒤에 있는 뜰로 올라갔다. 지난 여행 때 너무 늦게 도착해 놓친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노을이 지기 시작한 기막힌 타이밍은 우리의 아름다운 여행의 시작을 반겨주는 듯.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듯 선명한 컬러로 펼쳐진 노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마치 에곤 쉴레의 작품을 보는 듯한 짜릿한 착각마저 일었다. 

 

우리는 각자 핸드폰을 들고 그 잊고 싶지 않은 풍경을 담고 있었는데, 역시 장비는 좋은 걸 써야 한다. 구식 핸드폰인 내 카메라로는 도저히 그 황홀한 색상을 담아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Sr. Hong의 우수한 카메라로 영혼을 터치하는 아름다운 색상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으니. (열심히 일해서 좋은 핸드폰 사자!! ^^;;)

 

 

Sr. Hong의 카메라로 찍은 노을 야경

 

 

그렇게 우리 모두는 노을에 취해 있다가 온전히 어둠이 내려오자 숙소로 올라가 다시 만난 Dona Ana와 열정적인 포옹으로 반가움을 나누고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는 Booking.com에서 예약 처리를 잘못하여 우리 방이 다른 손님에게 가는 바람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었는데, 이번에는 아무 불상사 없이 각자 자기 방을 차지(?) 할 수 있었다는 흐뭇한 사실. 아싸~!!

 

저녁은 지난 여행에서 매일같이 갔던 RCS Restaurante에서 먹었고, 역시나 마리아가 가져온 그 매혹적인 와인 Grand Enemigo를 마시며 우리의 또 한 번의 만남과 도보 여정을 축하하며 수다로 시끌벅적했다.

 

사실, 여행 첫 날인 금요일 밤에는 정체천 신부님께서 주관하시는 이냐시오 영신수련 온라인 피정의 첫 번째 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첫 모임이라 당연히 중요하지만, 난 여행 중이라 출석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우리 조 리더이신 박시형 목사님께 참석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멜을 드렸었다. 그런데, 리오바 언니께서는 당연하게 참석하시는 거라 생각하셨다는 것. 역시 우등생은 마인드부터가 다르다. 속으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

 

‘이럴 줄 알았으면 노트북을 가져올걸’ 아쉬워하고 있는데, 나타니엘 아저씨께서 핸드폰으로 Zoom을 연결해주셔서 생각지 않게 조모임에 잘 참석할 수 있었다. 옆에 함께하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과 결정이 달라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여행지에서 참석하게 된 조모임은 왠지 안정이 되지 않은 붕 뜬 느낌으로 긴장이 되었다. 하긴, 나는 zoom으로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색하고 뻘쭘한 느낌이 나를 경직시키기 때문이다. 

 

목사님부터 각자 소개를 하시면서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평소에도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엔 더 버벅거렸다. 스스로 생각해도 뭘 그렇게 버벅거렸을까 싶을 정도로 참담했다. 조모임이 끝나고 나니 어찌나 머쓱하던지. 많이 긴장했던 모양이다. 

 

어이가 없었던 것은, 자기소개를 하라셨는데 이야기를 끝내고 보니 ‘소개’가 아닌 ‘다짐’을 말한 것이 너무 웃겼다. 완전 동문서답!!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하는 수 없지 뭐. 그래도 이미 지난 일엔 끌끌 대지 않는 성격이라 잠은 잘 잤다. 

 

 

 

 

 

토요일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도보가 시작되는 날. Paraisopolis로 가서 아스팔트가 있는 지역까지는 택시로 가고 흙 길이 시작되는 곳부터 걷기로 했다. Luminosa는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오르는 곳이 많이 쉽지 않은 구간이라는 설명을 익히 들은 바, 조금 긴장이 되기도 했다.

 

Consolação도 풍경이 아름다웠는데 Luminosa은 가는 곳의 풍경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그 고혹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자태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확실히 이번에는 한 번의 경험이 있어선지 좀 덜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발인 내 발바닥은 불이 나고 있었고, 신발에 밀려선지 양쪽 새끼발가락은 고통을 더해왔다. 그래도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조절을 하며 잘 완주할 수 있었다.

 

점심은 Canta Galo의 조그만 식당에서 (휴게소라는 표현이 더 맞을까?) 딸기 쥬스와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하고는 Paraisopolis에서 준비해 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무 생각 없이 샌드위치를 먹는데 리오바 언니가 나타니엘 아저씨께 얼음을 많이 갖다 달라고 하신다. 시원한 물을 드시고 싶은가부다 했다.

그런데 오. 마. 이. 갓!! 가져오신 믹스 커피로 냉커피를 만드시는 게 아닌가. 완전 환성이 터지는 순간!! 사막에서의 오아시스 발견은 바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덕분에 신나게 마시며 지친 몸을 위로할 수 있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다리에 휴식을 취해준 다음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태양이 가장 뜨거운 시간이라 나는 점점 지쳐갔고, 그만큼 점점 우리의 간격은 멀어졌다. 저 멀리 보이는 마리아와 Sr. Hong, 그리고 소피아 언니. 그 한참 뒤로 펌킨탱이, 리오바 언니와 나타니엘 아저씨, 그리고 데레사 씨. 우리 모두는 자기 속도로 그렇게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

 

 

 
 

 

 

걷다 보면 삶이 보인다. 누가 대신 걸어줄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해내야 하는, 내게 주어진 길을 스스로 가야만 하는 것. 나만의 속도로 나 답게 가는 것.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았다.

 

앞서 가는 이를 따라가려고 무리를 하게 되면 탈이 난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페이스를 잘 알아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조절하며 가야 하는 것. 그러니 길 위에 있다 보면 자신이 더 잘 보이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오르막이면 오르막 길이어서 힘들고, 내리막이면 내리막 길이어서 힘들다.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는데도 운동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걷겠다고 굳이 여기까지 오다니. 어쩜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걷는 것이 좋다고 느꼈던 걸까.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남편과 싸웠을 때, 나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또는 직원들로 마음이 상했을 때, 그렇게 마음이 어지러울 때나 시끄러운 생각이 머리를 가득   저녁을 먹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동네 공원을 돌곤 했었다. 그러면 머리 속에서 제각기 싸우던 생각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마음엔 평화가 스며들어 집에 돌아올  쯤엔 미소  얼굴로 돌아오곤 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매번 그렇게 드라마처럼 해피 앤딩으로 끝난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부터 '걷는 것'이 좋다고 느꼈던  같다. 

 

한발 한발 무거운 걸음을 옮겨놓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 도달! 동네로 들어가니 저만치 Sr. Hong와 소피아 언니, 그리고 마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오아시스를 눈앞에 두고 쓰러진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나의 온 세포가 말하는 듯했다. 

 

앉아있던 마리아가 일어나 자리를 내어주자 사양 않고 풀썩 앉았다. 시원한 콜라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잠시 후, 리오바 언니와 나타니엘 아저씨와 데레사 씨가 도착.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장장 22 km의 여정을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완주한 것이다. *기특기특~* *쓰담쓰담~*

 

 

Luminosa에서는 사람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심지어 개를 말에 태우고 가기도~ ^^
 

 

예약한 택시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휴식을 취하고는 우리는 다시 Paraisopolis로 돌아가 우리 차를 타고 숙소가 있는 Sapucai로 향했다. 중간에 우리 단골 식당인 RCS에 들러 저녁을 먹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씻고는 곯아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아침.

 

떠나는 날이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갈 Sr. Hong가 아니시다. 마지막까지 알차게 여행을 만끽하시는 스타일. 우리는 아침을 먹고 숙소 뒤쪽을 돌아 Ana Chata라는 곳으로 향했다. ‘Chata’는 포어로 여러 뜻이 있지만, ‘못된’, ‘험악한’, 또는 '피곤한'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데, ‘못된 아나’라니 길이 어떨지 감이 잡히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Chata"였다.

 

리오바 언니와 데레사 씨는 어제 무리를 하신 덕에 숙소에서 쉬시고, 나타니엘 아저씨가 대표로 우리와 함께 가셨는데, 정말 오르막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중에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소피아 언니와 나는 아래서 기다리고, Sr. Hong와 나타니엘 아저씨와 마리아만 올라가셨다. 언니와 나는 바위 밑에서 간식을 꺼내 먹으며 잠시 주어진 피크닉을 즐겼다는. 

 

그런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갔던 일행이 돌아왔다. 우리 걱정이 돼서 끝까지 못 가셨단다. 그치. 우리만 두고 가시면 발병 나시지. ^^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올라가는  물론 힘들지만, 정말이지 내려오는 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체험했다.

 

 

Ana Chata 입구의 알림 표지판

 

 

이제 우리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 Dona Ana는 못내 아쉬운지 가기 전에 커피 마시고 가라며 기어코 커피와 과자를 준비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직이 학교 선생님이셨다. 어쩐지 숙소 분위기가 책도 많고 아주 학구적이더라니.

 

우리의 마지막 코스는 São Bento do Saupcai 최고의 맛집. Lá na Roça 였다. 꽤 떨어진 곳이라 먼지 휘날리며 달려갔지만 좀 늦은 시간에 도착한 터라 이미 점심시간 마지막 즈음이었다. 맛집 1위가 달리 1위가 아님을 가서 보니 알 수 있었다.

 

 

Restaurante Lá na Roça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전경과 Minas Gerais주의 맛있는 음식들 <출처: 구글>

 

 

한국식으로 말하면 '집밥'이라고 할까? 레스토랑 분위기의 요리라기보다는 집밥 분위기였다. 산과 들이 그대로 내다보이는 환상적인 뷰를 보면서 먹으려고 내려진 비닐 커튼을 접어 올렸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저씨 말씀,

 

 “커튼 올리면 음식 값이 더 비싸요”

"(뭣이라~??) $#@@$@@@#&^#$$%$@@"

 

밥을 먹다 체할 뻔했다. 아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겨? 커튼 올렸다고 음식 값을  받는다니?

 

알고 보니 이 카리스마 작렬하는 풍채의 남자분은 바로 주인아저씨였는데, '나름' 농담을 하신 게다. 아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진짜처럼 해? 표정이  진지했어야 말이지. 

 

이 식당은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매력적인 여자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바로 아내되시는 분으로 요리 담당이었고, 아들과 딸들 그리고 자제들의 애인들이 모두 와서 함께 도와주고 있었다. 아들과 딸이 어찌나 잘생기고 예쁘던지, 우리의 칭찬에 엄마가 마냥 흐뭇해 하시고. 엄마 마음이 다 그렇지~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는 Sr. Hong의 제안으로  제1 독서와 제2 독서 그리고 복음을 돌아가며 읽으며 미사를 대신했다.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할 시간. 그곳에서 방향이 다른 깜삐나스 팀과 격정적인 이별의 포옹을 하고는 다음 도보 여행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상파울로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막히던지, 우리만 여행 떠난 게 아닌가벼! 어찌나 차들이 많은지. 일찍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밤이 돼서야 상파울로에 도착했다. 그 시간에 열린 식당이 거의 없으니 선택의 기쁨은 주어지지 않았고, 열려 있는 아무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가자로 의견을 모았다. 

 

다행히 일미정이 열려있었고 신난다고 김치찌개를 시켰는데 평소의 나와는 달리 겨우 몇 숟가락 뜨지 못했다. 너무 피곤했던 탓이다. 마리아는 든든한 아들내미가 와서 모셔가고, 나는 Sr. Hong와 소피아 언니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 집에 오니 우리 써니나 꼬랑지가 떨어지도록 흔들어대며 기뻐라 한다.

 

남편은 멀리 있고, 애리도 해외 출장 중이고, 리예는 휴가라 여행 중이고, Maria는 주말이라 나갔고. 텅 빈 집에 혼자 들어왔음 살짝 외로운 느낌일 뻔했는데 우리 써니가 반겨주어 어찌나 고마웠는지. 겨우 2박 3일의 주말여행이었는데, 마치 2-3년 만에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여행이 좋은 것은 여행 여정이 좋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기억’이 아닌 잊을 수 없는, 아니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되는 것. 그래서 설렘이 함께 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머지 않은  그리움으로 다가올  하나의 예쁜 추억이 그려졌던 여행.

 

그랬다. 홍요셉 아저씨의 말씀처럼, 사진 속의 저녁노을처럼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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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씀

 

오자마자 후기를 썼어야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서야 올린다. 처음 며칠은 괜히 마음이 바빴다. 인제 좀 쓸까 했더니 컴퓨터 고장. 컴퓨터를 수리했더니 우리 써니가 아파서 병원으로 날아가고. 

게으름으로 미뤘더니 플러스알파가 일어나 일주일이 후딱 지났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내 기억을 소환해내기 어려워지기 전에 부랴부랴 올린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Aselin Deb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