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 Kiss, 그리고 Café Sacher Original Torte

pumpkinn 2015. 1. 7. 12:49

 

 

 

2014 10 11일 토요일

 

애리와 나는 어제 늦게까지 무리를 한 관계로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11시쯤 호텔을 나섰다.

내참~ 여행을 온건쥐~ 잠을 자러 온건쥐~ ^^;;

 

오늘의 계획은 Belvedere 미술관이었다.

빈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읽었던 윤운중의 벨베데레 미술관 소개를 읽고는

도저히 클림트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 호텔에 도착해 Check in을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호텔 프론트에 놓여져있는 빈 소개 팜플렛에 나의 시선을 잡는 구절 하나~

 

Don’t Leave Vienna without Kiss~!!

 

난 이게 뭔소리가 했는데 바로 Klimt 작품 Kiss를 꼭 보고 가라는 벨베데레 미술관의 광고였다.

그 밑에는 그림이 함께 올려져있고.

안그래도 클림크와 실레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음은 더 확실하게 굳어졌다.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Belvedere 미술관

 

벨베데레 미술관은 좀 먼거리에 있었다. 전철을 3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했던...

지하철역에서 나오면서 나는 깜짝 놀랬다.

문화와 예술의 나라인 오스트리아는 부러 그렇게 도시계획을 한건가 싶었다.

왜냐면, 벨베데레 미술관이 지하철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

어제도 쉔부른 궁전이 지하철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있었는데, 벨베데레도 마찬가지.

 

Belvedere는 지난 날 궁전이어서 그런지 그 우아하고 품위있는 자태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사치스러워보이지 않는 품위있는 우아함이란 표현이 딱 어울렸다.

정원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이보리색 궁궐 앞에 연못 주위로 합창하듯 피어있는 핑크색, 주홍색 꽃들.

그 모두 하나하나 자신의 멋을 내면서 함께 어우러져 내는 하모니는 아름다운 음악 같았다.

 

 

 

  

 

클림트 & 실레

 

    

 

 

나는 Gustav Klimt Egon Schiele의 그림을 보러 왔기 때문에.

그들의 그림이 전시되어있는 Upper Belvedere 입장권만 샀다.

역시나 애리는 오스트리아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음에도

독일 대학 학생증으로 디스카운트를 받았다. 20% 씩이나.

이렇게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커다란 문을 통과하니 입구의 정원보다 훨씬 더 큰 정원이 있었는데

그 정원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벨베데레 미술관이 나뉘어져 있었다.

 

 

 

 

 

우선적으로 그들의 그림을 보고 싶었으나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오른쪽 방부터 하나하나 돌아보기로 했다.

전혀 이해 안되는 그림들도 많았고, 나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선을 끄는 작품들도 많았다.

내가 그림을 너무 가까이서 봤는지, 경비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살짝 마음은 안좋았지만, 그림 보호 차원이니 그 못되보이는 여자 경비원을 존중을 해야지. ^^;;

 

그렇게 한참을 돌다보니 그들의 그림은 왼쪽 방 끝에 있었다. 하하하~

내가 왼쪽부터 돌기 시작했음 먼저 보았을걸~ ^^;;

미술학도도 아닌 내가, 그림에 관심도 없었던 내가, 윤운중의 그림 설명을 좀 읽었다고

그들의 그림을 보자 가슴에 떨림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구야~ ^^;;

그때 확실하게 알았다. 역시 아는만큼 느끼고, 아는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 세계와 그들의 삶을 엿본 후에 보는 그림은 과연 그 느낌이 달랐다.

금 세공을 하는 아버지를 둔 아들답게 금빛 가루를 많이 섞어 쓴 클림트.

남녀를 남성안에 넣어 표현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도 눈에 들어오고.

남성 안에 그려놓은 두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을 그린 KISS.

그 둘을 둘러싼 것이 남성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고 보는 그림은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뭔가 원초적이면서도 더 본능적인 인간의 내면이 느껴졌다.

원초적, 인간의 본능, 사랑. 이것은 클림트의 인물화를 보며 느껴진 키워드였다.

 

 

 

 

 

그렇게 클림트의 인물화를 보다가 만난 그의 풍경화는 나를 온전히 사로잡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Kiss에 열광하지만, 나는 그의 풍경화에 열광했다.

한치의 빈 공간도 허락치 않는 그의 풍경화. 여백의 느긋함을 느낄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내겐 그의 평면적인 가득채움이 웬지 모르게 평온한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풍경화를 그릴때 하늘을 그리는 것을 피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하늘을 그리게되면 공간과 구조에 신경을 써야하기에 그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사실.

그러한 그의 기법이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도했다.

 

어쨌거나, 간혹씩 우연하게 보게되던 그의 작품들을 직접 만나고보니,

마치 내가 평생을 그의 그림을 보기위해 기다려 온 듯한 이상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야말로, 마치 내가 오스트리아 온 것은 그를 만나기 위한 운명적인 여행이었다는 착각까지 일으키게되는...

참으로 스스로도 의아했던 낯선 느낌이었다.

그만큼 그림엔 관심이 없었던 나였기에 그러한 느낌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당연할게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그의 풍경화집을 샀고, 그의 삶을 담은 책을 사고야 말았다.

 

인간의 깊이 숨어있는 본능을 엿보게하는 그의 인물화,

그리고 평면적이고 정적인 분위기의 풍경화의 클림트의 작품 세계와는 달리,

에곤 실레의 그림은 뭐랄까 좀 더 원초적이고, 치열했고, 절절했고, 격정적이고 동물적이었다.

인물화는 남녀의 뒤엉킴이던 아니면 자화상이나 초상화던, 긴장, 초조, 불안, 열광이 느껴졌다.

어찌나 그 느낌이 강렬했던지 가슴이 쿵쾅거리기까지 했던.

이건 그림에 대해선 문외한인 내가 느낀 느낌이다.

 

 

 

   

 

 

풍경화에선 그의 격정적인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나처럼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색깔이나 표현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요동치는 격렬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그리고 한켠에 숨어있는 우울함, 절망도 함께 느껴졌다.

 

확실히 그의 결혼 전의 그림과 결혼 후의 그림은 분위기가 달랐다.

윤운중의 말대로 결혼 후 평온함이 느껴지는 그의 그림은,

실라의 치열함과 절절함을 사랑하는 팬들에겐 어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슬쩍 지나갔다.

 

 

 

 

 

 

그렇게 클림트와 실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벨베데레를 나오니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의 눈과 영혼은 즐거웠는지 몰라도 나의 다리는 고통에 아우성을 쳐댔다.

얼마나 아팠는지 그저 아무데나 앉고 싶었다는.

 

 

Café Sacher Original Torte

 

우리는 미술관 안에 있는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나왔다.

호텔로 돌아가기엔 억울한 시간이라 우리는 성스테판 성당이 있는 Stephane Platza로 향했다.

남편 선물을 사기 위함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딱히 없어 나오다가

책에서 보았던 Café Sacher Original Torte를 정말 너무나도 우연히 발견했다.

 

그런데 어찌나 줄이 긴지, 내일 다시 오려고 돌아나오는데,

Hotel Jahre가 눈에 띄는게 아닌가?

실은 그곳이 오리지널 자허 케익의 본점인게다. 으하하하하~

 

저쪽은 언제 들어갈지도 모르게 길이 긴 반면,

이곳은 호젓한 분위기에 넉넉한 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게 왠떡이야~!!

 

가서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저기로 가세요~”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고~ 네다리나 챙기세요~!! 다리가 너무 아파 걍 마음으로만 끝냈다. 하하하~^^;;

 

우리는 혹시 호텔에 묶는 사람에게만 오픈되어있는건 아닌가? 살짝 걱정은 됐지만,

일단은 들어갔다. 그런데 잘생긴 청년이 어찌나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던지..

덕분에 우리는 아픈 다리도 달래주고, 그 유명한 자허 케익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그런데, 솔직한 나의 느낌을 말하자면,

그 케익이 왜 유명한걸까? 내 입맛엔 그닥이었다~ 하하하~ ^^;;

(혹시 그곳에 가고 싶으신 분들의 환상을 깨는 스포일러가 되는건 아닌쥐~^^;;)

여운이 살짝 쌉싸름하게 남느 색다른 맛이긴 했지만,

그것을 먹겠다고 비엔나에 갈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브라질의 맛있는 케익에 내 입맛이 익숙해져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어쨌던, 180년동안 그 이름을 유지해오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케익엔

뭔가 남들과는 다른 장인 정신이 숨어있는 것.

놀라운 사실은 그 모든 케익이 지금까지도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크림과 함께 자허 케익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아주 예술적인 하루를 보냈다. 하하하~ ^^

클림트와 실레와 함께 했던 오늘은 아주 잊을 수 없는 깊고도 묘한 감동을 안겨준 하루였다.

하지만 어찌나 피곤했던지 그대로 넉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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