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
누구지?
잠이 덜 깬 눈으로 더듬거려 안경을 찾아 메시지를 확인했다.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오잉? 누구지?
CH였다. 웃음이 빵 터졌다~
벌써 학기도 끝났고 방학에 들어간지 벌써 한참인데..
웬일이지?
잘 지내고 있냐고 물으니 공부하고 있단다.
방학이래도 엄마가 조금씩 공부하라고 하셔서 공부하는 중이란다.
무슨 공부하냐고 물으니
브라질 학교 공부도 하고, 한글 공부도 하고 지금은 Tabuada(구구단) 공부하고 있다면서
인증샷(^^)까지 보내왔다.
어찌나 이쁘고 기특하던지.. ^^
선생님이 놀랐다고 아주 멋지다고 칭찬해주니
좋아라 한다. ^^
힘들면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라고 이야기했더니..
“네~ 하고는
이모티콘을 잔뜩 날리고는 빠이~하고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선생님 잘 지내고 있어요?” 로 시작된 아침..
잠시 우리 꼬마들과 함께 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재앙처럼 다가온 코로나는 우리 모두에게 변화를 요구했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하는 온라인 수업으로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날을 더해가며 나도 학생들도 함께 적응하며 배워나갔던 시간.
그랬기에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CH는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학생이다.
처음엔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는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인데도
열심히 따라와 주었다.
온라인 영상 수업은 매주 토요일 9시에 보내지는데
8시부터 수업 영상 빨리 보내달라며 메시지 보내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역사 캠프 퀴즈 대회에도 해보겠다고 선뜻 응했다.
브라질 학교 기말고사와 한글학교 기말고사가 겹치는 시기에 있었던 퀴즈 대회였는데도...
선뜻 능동적으로 임해주어 또 한 번 감격을 안겨주었던 CH.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바로 그때 어머니께서 아프셔서 입원을 하셨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스스로 알아서 퀴즈 연습도 하고, 날짜와 시간까지 열심히 챙기며 열심히 임해주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2학기에 들어오면서부터 자기표현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아졌다.
어쩌면 메시지로 주고받는 대화가 CH에게는 좀 더 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니 선생님이 편해졌는지 대화도 많아졌다.
CH와 이야기하는 할 때는 종종 까르륵~ 웃음이 터지곤 한다.
선생님과의 대화니만큼 나름 존칭어를 쓰는데,
어설픈 존칭어 표현이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게다.
“선생님, 잘 자요”
밤에 숙제 때문에 메시지로 물어보고는..
잘 자란다.
주무세요도 아니고. ^^
역사 퀴즈 대회 끝나고 상은 못 탔지만 퀴즈 대회 나가길 잘했다며
선생님 말씀 듣기를 잘했다며 메시지를 보내와 감동시키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코로나 나가면 다시 만나요.”
방학하는 날 종업식이 끝나고 보내온 메시지는
급기야 나를 눈물 흘리게 했다.
CH의 수줍음 가득한 얼굴을 떠올리면
내 입가엔 미소가 가득 그려진다.
코로나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꼬마들 덕분이다.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보고싶어요”
“선생님, 빨리 학교 가고 싶어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느끼는 그대로 감정 표현을 열정적으로 해오는 우리 꼬마들..
내가 우리 꼬마들에게 준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간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참 많이 행복했단다.
지금처럼, 맑고 순수한 눈빛을 그대로 간직하며
삶의 축복을 마음껏 누리며 꿈을 사는
멋진 우리 친구들이기를 기도드린다.
.
.
.
우리 꼬마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이 떠오른다.
오늘은 박지윤 버젼으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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