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결심을 하는데 꼭 1월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pumpkinn 2021. 1. 3. 11:20

 

 

이상하게 '1월 1일'이라는 시간이 되면..

올해만큼은 꼭 해내겠다고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해야 할 것 같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강박 관념 속에 사로 잡히곤 한다. 

 

다짐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데 꼭 1월 1일이어야 하진 않지만..

지난날 수없이 해왔던 바보들의 행진 속에 또 그렇게 자발적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지만...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안에서 자꾸만 꼼지락 거리며 나를 불편하게 한다. 

 

암울하고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고통스러웠던 시간.. 잘 견뎌냈다고 잘 살아냈다고 토닥거리며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의식을 치르듯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고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던 31일은 놓쳐버렸다. 

그러면  어떤가

 

지난 한 해는 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그야말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생존이 삶이 되었던 일상이었다.

 

만약 한글학교에서 수업을 맡고 있지 않았다면 어쩜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매주 이어지는 수업을 준비하며 잊었고,

열심히 반응하며 따라와주는 우리 꼬마들을 보며 잊었고,

선생님, 사랑해요!! 우리 꼬마들의 사랑 고백에 일상의 힘겨움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외의 시간은 걱정을 잊기 위해 때론 치열하게 때론 멍한 상태로

넷플릭스에 올려져 있는 영화와 드라마들 속에 빠져 지냈다.

그럴 때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

브런치에 리뷰를 정리해서 올리는 작업도 중단되지 오래다. 

 

1월 1일이 되면 결심을 하게 되는 건지

아니면, 결심을 하기 위해 1월 1일을 기다리는 건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나..

어쩌면 1월 1일은 나에게 꼭 필요한 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아닌..

멍하게 살아지는 대로 살아오던 나 같은 사람에게 잠시 멈춰 돌아보라고 주어진...

'잠시 멈춤'을 하게 되는 시간. 

 

"더 이상 이렇게 보낼 수는 없잖은가.."

올해는 무언가 좀 다르게 보내야 한다는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조금씩 어지러웠던 내 마음과 정신을 정리하고 조금씩 재정비를 해 나가자고 다독거려본다.

대단한 계획이 아닌, 내 일상에 주어진 소소한 것부터 차근히 하나하나씩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금방 식어버릴 시끄러운 열정이 아닌..

조금씩 은은하게 데워지며 오랜 시간 식지 않고 잔잔한 온기로 이어지는

행동력이 따르는 다짐이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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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men Goett - La Lhorona

 

이렇게 절절한 사랑의 고백이 있을까..

죽을 것만 같은 사랑..

 

사랑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던

이정하의 시가 떠오른다..

 

 

 

 

¡Ay! De mi Llorona
Llorona de azul celeste
Aunque la vida me cueste, llorona
No dejaré de quererte

No sé que tienen las flores, llorona,
las flores del campo santo;
que cuando las mueve el viento, llorona,
parece que están llorando.

A un santo Cristo de fierro, Llorona,
Mis penas le conté yo,
¿Cuáles no serían mis penas, Llorona?
Que el santo Cristo lloró.

No creas que porque canto, ay Llorona,
Tengo el corazón alegre,
También de dolor se canta, ay Llorona,
Cuando llorar no se pue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