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아빠레시다 도보순례 후기…

pumpkinn 2017. 8. 22. 10:56

도보순례에 앞서 설레는 마음으로 모두 다함께 한컷~!! ^___^

초록색 풀과 오렌지색 티셜츠의 환상적인 조화~ ^^

두 수녀님께서 순례길에 함께 하셨다.

앞줄에 사비나 수녀님과 두번째 줄에 서계신 올리바 수녀님~^^

어머니회, 자모회, 아버지회 분들의 정성스런 준비와 수고로 참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__^

 

2017820일 일요일

 

2주 전, 어머니회 회장을 맡고 있는 벨라뎃다 자매님이

어머니회 주최로 아빠레시다 도보 순례를 가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며 물어왔다.

 

도보 순례…?’

 

신부님이나 수녀님께서 들으시면 마땅찮게 들으시겠지만,

나는 공동체에서 어딜 간다고 하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도보순례라는 말에 귀가 쫑긋거렸다.

 

한번 가볼까..?'

 

산티아고 순례를 꼭 걷고야 말겠다고 야무진 다짐을 하고 있는 바..

순례길을 걷는 것을 내가 감당해낼 수 있을지 느껴보고 싶었다.

지독한 평발이기에 나의 한계를 알고 싶었고

얼만큼 걸을 수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결론은 정말로 내가 해낼 수 있는 건지 맛보고 싶었다.

 

겨우 하루 갔다 오는 도보 순례로 뭘 그리 많이 알 수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순례라는 목적보다는 개인적인 사심을 한 가득 안고는

온갖 거창한 이유를 다 달아 덜컥 신청을 해버렸다.

 

사실, 가겠다고 신청은 했는데 그때부터 떠나는 날까지 나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6시 정시에 출발이라는 것이다.

6시면 다른 분들에겐 이른 아침이지만, 내게는 꼭두새벽이다.

 

새벽에 어떻게 일어나지? ‘

안 그래도 고민 중이었는데, 떠나기 전 날 받은 연락은

“540분까지 성당에 도착하셔야 합니다였다.

“%$#@@#$%@@~” 아이우갸~

 

비가 온다는 예보에 옷과 우비 우산 넣고..

약을 넣고, 비상 간식 초콜렛까지 준비~

그리고 옷과 양말을 여벌로 집어넣고 새벽 4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혹시나 못 일어날까 긴장 속에 잠이 들었다.


하지만,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나의 우려와는 달리 알람 소리에 발딱 일어났고,

준비해 둔 베낭을 매고 집을 나섰다.

이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는 스스로를 아주 기특해하면서…^___^

 

새벽에 택시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했는데..

Uber3분만에 도착~

정확하게 537분에 성당에 도착을 했다. 앗싸~!!

 

도착하니 이미 여러 분들이 도착해 있었고..

그 코딱지만한 회비로 무슨 단체티까지 준비를 했는지..

오렌지색의 예쁜 티셔츠를 배당 받고는 버스에 올랐다.

 

원래 주임 신부님께서 함께 도보 순례 후

아빠레시다 성모님이 나타난 강가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했는데

갑자기 성당에 일이 생겨 준비를 다하고 나오셨다가 강복만 주시고는 돌아가셔야 했다.

 

버스를 타고 묵주기도를 끝내고 나니 아침 식사용 간식이 나오는데..

안그래도 배가 고팠던 터라 얼마나 반가웠는지

하나하나 투명 백에 쌓여진 간식들..

사과, 샌드위지, 주스, 사탕, , 그리고 손 닦는 휴대용 손수건까지흐미~

게다가 나중에 커피까지 나오고..

얼마나 정성스럽고 예쁘게 준비를 했는지 완전 감동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가 되자 아빠레시다 성모님에 대한 역사 팜플렛까지 나오고..

오우~대박 서비스~!!

 

그렇게 씨리즈로 계속 이어지는 서비스에 감동 속에 감탄을 자아내는 동안에

목적지인 Chacara dos Leoes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준비 운동을 걸쳐 드디어 도보가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Estrada Cladudio Ferreira de Macedo를 따라 걷게 된다.

단체 기념 촬영을 한 컷 인증샷으로 남기고 드디어 출발~!!



 

도보순례를 시작하며.. 

은빛대학 선생님이신 올리바 수녀님의 힘찬 발걸음~ ^^

친구인 루시아도 보이고~ ^^

처음엔 함께 가다가 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자기 페이스대로 한 줄로... ^^

 


Pancada de Chuva (한 때 억수로 비) 라는 일기 예보가 무색할만큼,

하늘은 어찌나 맑던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로 괜히 들뜨는 마음..

온갖 무장을 준비한 우리는 일기 예보가 틀렸다며 신난다고 길을 나섰다.

 

길이 얼마나 예쁜지

이 길은 새로이 만들어진 순례 길로 일본 수사님이 발견하시고 개척해서

몇 년 전에 Caminho da Fe 정식 루트가 되었다는 가이드를 맡으신 형제님의 설명이었다.

그 일본 수사님이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했다.

그토록 길이 너무나도 정갈하고 브라질같지 않은 유럽풍의 풍경이 설렘까지 안겨주었다.



'까미뇨다페'를 감싸고 있던 아름다운 풍경~

비가 와서 살짝 어두웠지만.. 참으로 벅찬 아름다움이었다.


 

너무나도 잘 걷는다며 서로 칭찬하며 룰루랄라 가는 우리들

순례 길인지 피크닉인지..

이러면 어떻고 또 저러면 어떤가..

순례 길을 눈물을 흘리면서 고통스런 얼굴로 다녀야 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닐까..

 

묵주 기도를 드리면서 가는 분들,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는 분들

혼자 깊은 생각 속에 걷는 분들

자연스럽게 그렇게 자기 페이스로 순례 길을 걸었다.

 

나 역시 처음엔 친구와 짝이 되어 걷다가

산을 타는 친구라 걸음이 빠르다보니 자연스럽게 앞서 가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걸으며

하나 둘 나를 앞서 가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가..

혼자도 걷다가..

수녀님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순례 길을 걸었다.

 

재밌었던 것은,

순간의 기쁨도 잠시, 일기예보대로 역시나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워낙 맑았던 하늘이라 잠깐 오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우비를 입지 않았는데..

점차 많이 내리는 비.. -_-;;

그때는 이미 옷이 많이 젖어 있어서 우비를 입자니 찝찝해 아예 비를 맞고 걸었다

나중엔 안경에 빗물이 가득히 앞이 보이질 않아 안경을 벗고 걷는데

어찌나 기분이 상쾌하고 좋던지..^^

 

정작 비를 맞고 걷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는데..

나를 보는 분들이 더 걱정들이시다…^^;;

행여 감기에 걸릴까..

숱 없는 머리는 홀딱 젖어서 그야말로 비에 젖은 생쥐꼴이라

아는 동생이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옷을 가져 갔으니 나중에 갈아입으면 된다는 마음에..

내가 좀 더 느긋했던지도 모르겠다.

 

단지 비를 맞는 건 상관이 없는데

운동화가 젖어 발이 젖게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여름에도 비가 오면 높은 부츠를 신을 정도로 발이 젖는걸 싫어하는 나다보니

젖은 신발로 걷는 것은 순례 중 보석이 되었다.


   

비를 맞으며 걷고 있는 신자분들..


 

겨우 하루였던 순례 여행에서 재밌다고 느껴진 것은

그 하루 안에 삶 전체가 그대로 담겨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고 표현하기도 식상한 부분이지만, .

하루는 삶이고, 삶은 하루임을 온전히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어디 삶이란게 그렇게 우리가 계획한 대로 그대로 이어지던가

이 짧은 시간 안에도 얼마나 수 많은 사건들이 생겨나는지

마치 그 모든 순간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그렇게 분명한 모습으로 그려져

그 사건들 사이의 간극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

시간이란 사건들의 연속이란 사전적 정의를 떠올리게 했다.

 

매순간 좋은 일이든 원치 않았던 일이든 사건은 일어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고,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삶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

흥미로웠다.

 

원래 11km를 걷고 그 지점에서 버스로 점심 먹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5km를 걸어 아빠레시다까지 걷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통에 진흙탕에서 문제가 생겼고,

우리가 만나기로 한 그 지점에 올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식당까지 걸어서 가야 했고,

나눠서 걸어야 하는 거리를 한 번에 다 걷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된 것

방에 물집이 생기고, 발톱이 빠질 것 같은 아픔 속에 고통스러웠고..

내 다린지 네 다린지 느낌도 없이 그저 로보트처럼 옮겨지는 지친 발걸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재밌다며 그런 우리 몰골이 웃기다며 함꼐 걸어가는 우리들

이럴 때 우리는 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끈끈하 동지애가 느껴진다..

 

드디어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고지를 달성한 승리감을 맛보았다.

그 깨끗한 식당에 진흙탕으로 엉망진창인 신발로 들어서니

식당 안이 얼마나 더렵혀졌는지 바닥을 더렵혀서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식당 주인은 무슨 말이냐며 괜찮다며 힘들텐데 어서들 빨리 앉으라며 위로한다..

그 말 한 마디로 추웠던 몸은 따뜻함으로 가득해지고

재밌는 것은 식당 이름도 Caminho da Fe였다. ^^

 

가까운 사람들과 앉지 않고 도착하는 대로 자리 난 곳에 앉다 보니

평소 성당에서 얼굴은 봤지만 함께 봉사를 할 기회가 없으니 잘 모르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앉게 되었는데..

그렇게 비를 맞으며 힘들게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어..

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또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게 된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오늘 성당에서 만나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하는 우리들…^^

서로들 발은 괜찮은지 감기는 안 걸렸는지 수다스런 안부를 주고 받으며 좋아라하는 우리들…^^

너무 좋았다고 다음에 또 가자고 약속을 했다. ^____^

그러게 또 가야지…^^

그때는 발에 붕대를 꼼꼼히 감고 양말을 신어야지 혼자 나름의 야무진 계획도 세우고~ ^___^;;

 

비록 비가 많이 와서 걸을 때 고생은 되었지만,

그렇게 비 맞으며 걸은 것이 왜려 더 즐거운 추억이 된 시간이었다.


비 내리는 아빠레시다 성당 정경~

뒤로 보이는 산 앞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이 어찌나 운치있게 깔렸던지...


 

나중에 아빠레시다 성당에 도착하여 미사를 드리고,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

배가 출출하단 생각이 들었을 즈음..

또 어머니회에서 정성스레 준비해온 단팥빵과 바나나와 물 서비스가 들어온다.

 

완전 감동의 도가니~

그렇게 완벽한 준비를 위해 어머니회 회장님과 임원들이 얼마나 수고를 하셨는지..

일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버지회원분들은

행여나 낙오되는 분들이 없도록 세군데 (맨앞, 중앙, 맨뒤)로 아버님들이 나뉘어

그렇게 함께 간 분들을 보호하며 다니셨다..


길을 걷고 있는데 쨘~!!하고 나타난 말을 탄 싸놔이들~!! ^^

뒤에 걸어가는 아버지회 가이드 분이 보이고...

말발굽 소리에 급하게 셔터를 눌렀는데 앞에서 찍은 사진은 흔들려 뿌옇게 나와 뒷모습이 찍힌 사진으로 골랐다.

저렇게 뒷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아주 재밌게 보았던 미국 드라마 마이클 랜던 주연의 보난자가 떠올랐다..^^



우리가 이렇게 편히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회, 자모회, 아버지회의 정성스런 준비 덕분이었으니..

그분들께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잊을 수 없는 도보순례가 되었답니다.  ^^

.

.


Angelinha Jordan의 Back to Black..

어제 저녁 초대를 받고 갔다가 카타리나 언니가 Angelina Jordan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오늘 종일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녀의 음악에 그저 그녀의 노래 속에 허우적 댈 뿐...


글의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줄 알면서도..

굳이 고집하며 안젤리나의 곡을 골랐다,..


처음 곡을 들으면서 웬지 모르게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에미 와인하우스의 Back to Black...

안젤리나의 목소리로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