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Dream 1 -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

pumpkinn 2018. 2. 3. 08:44


 



Dream 1 -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


오래 전, 빠울로 꼬엘료의 순례자를 읽은 후 내 안에는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꼭 가야 한다는 뭔지 모를 염원 같은 것이 생겼다. 그곳엘 다녀와야 한다고 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꼭 해내야 하는 임무도 아닌데, 마치 내가 이세상에 보내진 소명처럼 느껴졌다.


순례길을 걷는 것에 대한 어떤 환상이 있는 것도,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어떤 그림을 그렸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에 자리한 조용한 열망은 영화 ‘The Way’를 보면서 강렬하고 뜨거운 열망으로 바뀌었고, 마치 대대로 내려오는 숙원처럼 꼭 가야만 하는 그곳이 되었다. 마치 이슬람교도들이 평생에 한 번은 가야 하는 메카처럼 그렇게, 산티아고는 꼭 가야만 하는 내 마음의 메카가 되었다.


나는 연금술사의 크리스탈 가게 주인처럼 그렇게 평생 메카에 가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 마음의 별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목표는 이루라고 있는거고, 이루고 나면 또 나를 들뜨게 하는 다른 목표를 만들면 되지 않나. 크리스탈 가게 주인에게 메카라는 것이 단순히 성지 메카의 의미가 아님을 모르난 바 아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꿈을 현실에서 만지고 느끼고 누리고 싶었다.


그렇게 빠울로 꼬엘료가 심어주고, 영화 The Way에서 마틴 쉰이 불을 지펴놓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빠울로 꼬엘료처럼 나의 검을 찾고자 떠난 것도 아니었고, 마틴 쉰처럼 먼저 떠난 아들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떠나고 싶었을 뿐이다. 그저 그 곳에 있고 싶었고, 나의 신경을 붙잡고 있는 일상을 벗어나 그 길을 걷고 싶었을 뿐이다.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나를 만나고 싶었다.


처음엔 혼자 떠나고자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과 함께 가고 싶어졌고 우리는 우리를 붙잡는 모든 것을 벗어나 우리 길을 떠났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이며, 지지자고 후원자인 남편과 함께 우리 애리가 걸었던 Porto를 지나가는 여정을 걸었다.


남편과 함께 묵묵하게 걷는 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염원했던 나의 꿈을 누리고 있음에 때때로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그렁거려지다가 급기야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지고. 지금 이 순간 이 길을 걷고 있는 내가 너무 행복했고, 이렇게 나의 또 하나의 꿈은 이루어졌고, 이 가슴 벅찬 경험을 또 하게 되었다. 이 모든 순간에 함께 해주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걷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애리와 리예에 대해, 그리고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남편은 주로 걷는 내내 묵주기도를 드렸고, 나는 주로 음악을 들었다. 내 눈 앞에 비쳐진 이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운 자연을 표현해낼 재주가 없음에 안타까운 절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진작에 책 좀 많이 읽을 걸..’


알베르기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쉴만 했고, 친절하면서도 수줍음 많은 그곳 사람들은 순례길을 더욱 정겹게 느껴지게 했다. 오며 가며 정겨운 눈인사를 건네 주시는 분들, 폴츄기스를 하는 우리가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친절을 베풀어주는 식당 직원들. 좋은 순례길 되라며 응원해주시는 주민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중간중간 스치듯 만나며 대화를 나누게 되는 순례길 친구들이다. 하루 20 km 이상을 걸으며 지치고 힘들긴 했지만, 얼마나 충만함이 느껴지는 여정이었는지. 역시나 애리가 말한대로다.


마지막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 대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순간은 장마비처럼 쏟아져내리는 은총 속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대천사들과 성인성녀들이 우리와 함께 미사를 드리는 듯한 착각. 그 은혜로운 미사와 함께 하느님의 사랑의 샘 안에 풍덩 빠져있는 듯한 느낌… 잊을 수 없은 축복의 시간.


역시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고, 꿈은 꾸면 이루어진다. 나는 정말이지 축복받은 사람이다.. 어쩜 나도 길에서 만난 많은 순례자들처럼 눈을 감는 그 날까지 행하게 될 연중행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느님은 찬미 받으소서, 영광 받으소서~!!


* 살짝 얹어놓는 한 마디..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을 미리 이룬 듯 써본 꿈이었삼~!! ^____^;;



My Dream List (Ver. 2018)


1.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 

2. 미술관 순례 여행 

3. 심리학 대학원 진학

4.  & 드럼 배우기

5. 미술사 공부

6. Quer Desabafar 자원봉사

7. 영국에서 Billy Elliot 뮤지컬 관람 

8. 독일오스트리아 여행

9. 용기있는 침묵지혜로운 침묵을 하는 나

10. 록댄스 배우기

.

.


하루 온 종일을 걸으며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 마을로 들어갈 때면..

마치 '시인의 마을'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것 같다.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아기자기한 정경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 같을 것 같다.


언젠가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 순례를 떠날 때...

내가 듣게 될 음악 리스트에 빠질 수 없는 곡...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


사실 이 곡 만큼은 남편이 정태춘보다 더 잘부른다는...^^;;

(넹~ 저 팔불출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