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43]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pumpkinn 2017. 9. 3. 03:52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나는 유시민이 왜 좋은걸까..

 

내 책장에 유시민의 책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유시민의 열렬 팬이 되면서부터다. 처음 유시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은 '항소이유서'를 읽고서다. 그때부터 '유시민'이라는 이름 석자가 인터넷에 뜨면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는 그저 내 앞길만 바라보며 고민하던 그 시기에 누구는 그렇게 역사의 흐름 속에 반항하며 싸웠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던 것이다. 그의 열렬 팬이 된 날은 바로 JTBC의 뉴스룸, 역시나 내가 좋아라 하는 손석희 앵커와 함께 한 자리였다. 손석희의 예리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에 어찌나 편안하고 느긋하면서도 명료하게 답을 하던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 대담을 그렇게 재미나게 보았던 적은 처음이었던 듯싶다. 그저 귀에 익숙했던 이름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순간. 관심이 생기면 안테나가 그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의 강의를 들으려 유튜브를 찾게 되고,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 보게 되었고, 자연스런 결과로 그의 책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런 경로로 읽게 책이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내가 유시민에게 이리도 격하게 공감하며 좋아라 하는 것은 왜일까. 나이에 맞지 않게느껴지는 순수한 열정, 천진함이 묻어나는 어린이 같은 웃음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설득력있을까. 하긴,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누군가에게 굳이 설득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년을 넘어서 60을 바라보는 노년의 문턱에 서있는 남성에게 순수함’’ 천진스러움이라는 표현이 가능하기는 한건가. 작가 유시민에게는 아직 설레는 청년의 꿈이 느껴지고, 두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순수한 열정이 느껴져 고개 갸우뚱거려지는 호기심이 일게 된다. 그 거친 정치 파도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투장했던 역사 속의 한 사람. 그렇다고 자신을 역상의 물결 속에 파괴되도록 놓아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인간적인 매력이 나를 끌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내가 왜 그렇게 유시민에게 열광하는지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남자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또 유시민처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풀어주는 맛갈스런 글을 쓰는 글쟁이도 아니다. 더더욱 나는 나라의 부조리를 위해 한 번도 싸워본 적도 없고, 데모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다. 이렇듯, 내가 유시민과 겉으로 드러나는 닮은 점은 없다. 그런데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깊은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삶 속에서 느끼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에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인 결론을 내려 보았다.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저 닥치는 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이 닮았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금도 한다는 것이 닮았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 닮았다. 그 일이란, 배우고 깨닫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작업이라는 것도 닮았고, 내면에서 솟아나오는 욕망을 표출하면서 살고 싶은데 스스로 가두어 버렸던 것도 닮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꿈틀거리는 것도, 심지어 지구를 떠나는 방법까지도 닮았다. (물론 나는 죽기 전의 파티까지는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김동인의 소설처럼 나는 발가락이 닮았다고 우겨대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내가 존경하는 분과 닮았다고 떼를 써보는 것, 지나치면 심리 상담가를 찾아가봐야 하겠지만, 한잔 걸친 듯 얼큰하니 기분 좋은 정도쯤으로 표현하는 거야 자긍심도 느껴지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겠느냐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리뷰 속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작가 유시민이 어느 날 행복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는 이젠 해야만 하는일이 아닌 하고 싶은일을 하기 위해 정치에서 물러나 글쟁이로의 삶을 시작하며 쓴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구절구절은 물론, 행간의 여백까지도 공감하면서 읽었다.

 

유시민이 살아오면서 어떤 꿈을 가졌는지, 학생 때 청년 때 그는 어떤 꿈을 그렸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꿈을 그리고 있는지, 또한 어떤 죽음을 꿈꾸는지를 함께 나누고 있다. 한 마디로 유시민의 을 함께 엿본 듯한 느낌이다.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가는 그의 이야기는 재밌으면서도 신뢰가 갔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알고 자신의 뚜렷한 주장을 보여주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공정성이 느껴졌다. 그의 열린 사고가 내 숨통을 탁 터주는 느낌이었다.

 

재능 없는 열정의 비극을 읽다가는 깔깔 웃음이 터졌다. 아버지처럼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만 축구선수로서의 뛰어난 재능은 부족한 막내 아들래미 이야기. 열정의 유전자는 물려주었지만 재능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아빠의 마음이 어찌나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던지. 재능이 없음을 속상해 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그것과 함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아빠 유시민의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 분위기와 오버랩 되어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아들과 같은 눈높이에 맞춰 함께 아파해주고 속상해하며 또 새로운 꿈을 바라보게 하는 아빠, 함께 바둑을 두며 고민하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어찌나 이쁜 그림이던지. 평범한 유시민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진보와 보수의 다룬 부분은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는데, 나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아주 이분법적인 사고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진보와 보수에 관한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해주니 그 개념 차이가 분명하게 다가왔고,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잘못 이해하고 어설프게 아는 사상으로 그렇게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보주의란 무엇이며 보수주의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이해하면 그 차이를 비교적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진보는 서민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부자증세를 찬성하지만 보수는 반대한다. 진보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내국인의 이익과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한다. 진보는 동성애에 대해 너그럽지만 보수는 동성애를 혐오한다. 진보는 전쟁에 반대하고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부국강병을 좋아하고 외부 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선호한다. 진보는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매우 강조하지만 보수는 덜 그렇다. 진보는 무슨 문제가 있으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개인과 가족의 책임을 중시한다

뭉뚱그려 말하면 보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진보는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P 254~P255)

 

이제야 이해가 갔다. 내가 왜 어떤 특별 유형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지, 때때로 화가 나거나 분노하게 되는지. 나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외국 생활을 하며 소수 민족으로써 때때로 인종차별을 당했기에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다. 물론 그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나, 기질적으로 진보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는 아마도 돌아가신 아빠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늘 열린 사고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수용하고 존중하라고 강조하셨다. 지난 날, 내가 자라오면서 아빠로부터 배운 많은 것들이 바로 그러한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성향에서 오는 것임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의 견해가 정치적인 진보나 보수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삶을 바라보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DNA와 가르침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재밌는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생물학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문화유전자도 함께 받았다는 사실이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어떤 전공이나 직업을 강요하지 않았고, 지금 내게 어떤 문화적 성향이 있다면 그것은 부모님 덕분이다. 책과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통해 그 당시 쉽지 않았던 음악과 영화를 접할 수 있었고, 늘 책을 읽으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은 내게 책에 대한 로망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못말리는 학구열은 지금 내게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엄마의 학구열에 반의 반도 못 미치지만 말이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의 즐거움은 그 어떤 희열과도 비할 수 없을 것 같다. 뛰어나진 못해도, 지금까지도 그렇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새로운 것을 알게 될때의 그 짜릿한 희열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고, 놓지 못하기 때문이고, 다른 별나라로 떠날 때까지 깊게 깊게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리뷰를 마치며..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며 어떤 부분에 깊이 공감하고 무릎을 쳐가며 깔깔 웃어댔는지를 말하려면, 아마도 339페이지로 쓰여진 또 한 권의 느낌서가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구절구절 단어 하나하나가 내 마음인 듯, 내 생각인 듯, 그렇게 공감하며 읽혀졌다.

 

몇 년 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똑 같은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몽테뉴의 삶을 통해 바라본 사라 베이크웰의 특유의 편안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 쓰여진 책이었다. 그 책을 읽으며 얼마나 열광했던지, 아직도 그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감히 그의 지적 역량에 다가 설수는 없지만 성향이라던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행동이 비슷해서 깊은 친밀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의는 여러 편 들었지만, 겨우 책 한 권 읽고 그를 잘 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의 삶을 함께 엿보고, 생각을 함께 나누며 어떤 느낌을 진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앎을 가질 때 느껴지는 바로 그 기쁨이고 희열이다. 그래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고, 골치 아픈 일로 피곤했던 일상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쉼을 안겨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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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취향도 비슷해~ ^^;;

리뷰 배경 음악으론 어울리지 않음을 알지만..

유시민 작가가 좋아하는 가수 조관우의 곡을 골라보았다.

 

'늪'이나 '모래성'을 올릴까 하다가...

'님은 먼 곳에 '로 방향 전환~!! ^^

 

오랜만에 들어보는 조관우의 '님은 먼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