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달밤에 체조...

pumpkinn 2017. 3. 19. 05:31

문이 닫혀있는 공원... 

사진 속에 비는 보이지 않지만, 비내리는 공원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 컷 담았다. 



                                                                              2017318일 금요일

 

Annie’s Song이 나온다.

820분을 알리는 알람 소리다.

운동하러 가야 할 시간이다.

 

남 영 교수님의 이슬람 문명과 중세 과학사에 대한 강의를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듣고 있던 중이었다.

갈등은 생겼지만, 눈을 질끈 감고 벌떡 일어났다.

 

운동을 하고 오면 집중도도 높아지는 것을 이미 체험했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위로하며 일어났다.

하루 이틀 공부하고 끝낼 것 아니니까.

점점 흩어지는 나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몸을 단련 시켜야 한다.

 

오늘만이라는 결심으로 공원 돌기를 기를 쓰고 나갔는데..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전보다는 나가기까지 나와의 싸움이 점점 쉬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레첸 루빈의 말은 맞았다.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것을 내가 늘 하는 일상에 사이에 집어넣기..

나는 그것을 학습 사이의 휴식이라는 명목으로 집어넣었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훈련이라는 설득력 강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살짝 추운 느낌마저 드니 걷기엔 더 없이 좋은 날씨였다.

긴 팔 운동복을 걸치고 나기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확실이 공원을 도는 사람들 수가 적었다.

나야 아줌마라 그렇다지만, 간간이 보이는 젊은 남녀들이 홀로 뛰는 모습을 보니..

괜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애인도 없나~?” 하하하~

오지랍도 넒어라~

 

날씨가 선선하니 걸으면서도 어찌나 기분이 멋드러지는지..

음악을 들으며 돌면서 노래도 따라 불렀다가

칠 줄도 모르는 드럼 흉내도 내면서..

그렇게 혼자서 신난다고 도는데..

라우리 빠우지니와 안드레 보첼리의 듀엣 곡이 나왔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고향인 투스카니의 호숫가 옆에서 열렸던 공연에서 불렀던 곡이었다.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그 중에서 내가 마음의 그물에 잡힌 생각은 나의 꿈 리스트였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투스카니 공연을 보면서 꿈꿨던 꿈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그 나라에 가서 보는 거였다.

몇 년 전, 10년 후 이루고 싶은 꿈이라며 썼던 드림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그 꿈은 5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루어졌다.

안드레아 보첼리가 데이빗 가렛으로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얼마나 행복한 기억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면 10년 후 나의 드림 리스트를 써야겠다는 생각.

순간 이루고 싶은 꿈들이 적어도 네개가 떠올랐다.

 

이렇게 혼자서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보슬비라 걷는데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낭만적인 분위기나는 완전 멋진 밤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내가 목표한 6바퀴가 끝났다.

귀에선 이어서 존 덴버의 Annie’s Song의 오케스트라 버전이 흘러나오고..

기분이 UP 되어 내친김에 한 바퀴를 더 돌아 완전 숫자 7을 만들었다. ^^


비를 맞으며 운동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이건 달밤에 체조도 아니고,

비오는 달밤에 체조하는 내 모습이 갑자기 넘 코믹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고 돌아오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순간만큼은 이런저런 현실적인 걱정에서 벗어난..

순수한 행복의 절정을 만끽했다... ^^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살은 아주 조금밖에 빠지진 않았다. 요거이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10년을 차곡차곡 찌운 살을 겨우 한 달 걸어놓고 빠지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도둑놈 심보인지..^^;;

 

오늘을 사는 나였던 하루

감사한 하루였다.

내일도 오늘을 사는 나가 되야지.

.

.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나에게 가장 좋아하고 가장 사랑하는 곡을 딱 한 곡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John Denver의 Annie's Song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수 많은 곡들..

내게 선택되지 못한 곡들에게 정말이지 너무나고 괴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이겠지만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라디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라디오와 함께 하루를 마감하던 시절...

그 시절 눈을 뜨면 머리 맡에 있는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악 방송의 시그널 뮤직이

바로 플룻으로 연주되는 존 덴버의 애니송이었다.


햇살 가득한 따뜻한 사랑의 노래..

바래기 쉬운 핑크색도 아니고..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빨강도 아닌...

따뜻한 봄 햇살을 느끼게 하는 개나리 색깔...

그러면서도 코끝 맵게 만드는 감동이 함께하는 노래...


행복했던 공원 돌기를 떠올리며..

존 덴버의 애니송을 골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