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찾는 Saraiva 서점...
저녁 약속 모임까지 시간이 어중되어
스타벅스에서 까페라떼를 사들고 사라이바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조용할거라는 나의 추측은 착각이었다.
그 곳에 엑스박스를 설치해놓아 꼬마들이 와서 게임을 하니
조용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던게다. -_-;;
(브라질 서점에선 책 뿐만 아니라, CD, DVD은 물론 게임과 휴대폰도 판매를 한다)
어린 꼬마들이 와서 이런저런 게임을 하는데,
아마도 학교가 끝나면 거기에와서 게임을 즐기다 가는 모양이었다.
한 아이는 할머니랑 같이 왔는데 7살쯤 되어보이고, 다른 덩치 큰 녀석은 9살쯤 되어보였다.
그런데 이 덩치 큰 녀석은 동화 속에 나오는 전형적인 악동 분위기라 자꾸 신경이 쓰였다.
둘은 오늘 처음 본 모양인데, 돈 내기를 하자는 둥 불량스런 분위기가 다분했다.
둘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역시 한 7살쯤 되어보이는 귀여운 꼬마가 나타났다.
역시 학교 끝나고 게임을 하려고 들린 모양인데,
이미 두 녀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옆에서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 불량스런 녀석이 게임을 하다가 잘 안되던지, 욕을 내뱉었다.
그랬더니,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귀여운 꼬마 하는 말..
“할머니랑 어른들이 계시는데, 욕하면 안돼~”
손자를 기다리시던 할머니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대체 뉘집 자식인지 교육한번 제대로 잘 받았네..
할머니와 나는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하다며 꼬마 칭찬을 하다가
이런저런 아이들 교육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러던 중 이 귀여운 꼬마의 엄마가 왔는데,
집에 가자고 해도 이 귀여운 꼬마는 게임을 한번하고 가고 싶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더니,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더니 묻는다.
“Senhora é a professora de Português?” (아줌마, 폴츄기스 선생님이세요?)
느닷없이 받은 질문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그 많은 선생님 중에 하필 ‘폴츄기스’ 선생님? 하하하~
심한 엑센트에, 그저 먹고 사는 정도의 포어 구사력을 지닌 내게 포어 선생님이라니.. ^^;;
내가 선생님처럼 생겼느냐고 물으니 꼬마가 하는 말~
“네~ 스타벅스 커피에 서점에서 책을 읽고 계시잖아요. 포어 선생님들이 그러시거든요~”
아고~ 어쩜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똘똘하게 표현하는지~
옆에 있던 꼬마 엄마와 나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꼬마가 어찌나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운지, 너무 귀여웠다.
안그래도 할머니와 이 꼬마 아이의 기특한 행동에 이쁘다고 이야기 나누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귀여운지.
꼬마 엄마에게 이름을 물으니 ‘마르셀’이란다.
마르셀 프루스트를 떠올려 프랑스 이름이냐고 물으니 유대인이란다.
그랬구나.. 역시나..
아드님이 너무 예의바르다며 교육을 참 잘 시키셨다고 하니,
엄마가 흐뭇해하는 모습이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녁 약속 시간이 다 되었고,
할머니와 마르셀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책 읽는데 방해해서 미안하시다는 할머니..
약속 장소로 가는데 마르셀의 귀여운 얼굴이 떠올라 내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어르신들 계시는데 욕하면 안된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마르셀~
내가 포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한 이유를 분명하고 또렷하게 설명하는 마르셀~
앞으로도 그렇게 반듯하고 똘똘하게 자라서 사회에 공헌하는 멋진 어른이 되기를~
귀여운 꼬마 마르셀 덕분에 행복한 밤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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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Collins - Both Side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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