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기특했던 하루...

pumpkinn 2017. 3. 14. 11:19

Park (1909) by Klimt

클림트의 풍경화중 가장 좋아라 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내 정상 몸무게보다 10Kg나 오버된지는 이미 오래고..

급기야 15kg를 향해 달리고 있는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이 버쩍 들었다.

 

 내가 왜이러나…’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짐 되는 것, 정말 싫지만..

그것보단, 있는 꿈 없는 꿈 혼자서 다 꾸고 다니는 나

건강해야 뭐래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누워서 무슨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말이다.

그게 제일 두려웠다..

 

한번 앉으면 무섭게 집중력을 발휘하던 나였는데..

확실히 공부할 때나 책을 읽을 때 집중력도 떨어짐을 느끼던 터라 은근 걱정이 되었는데..

무릎까지 아프니

산티아고는 어떻게 가지..?”

덜컥 겁이 났다..

 

제대로 걸어야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것 아닌가

공원 걷기를 시작하게된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한지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주제파악이 확실하게 된 상태라, 계획이랄 것은 애초에 없었다.

굳이 계획이라고 한다면..

비가 올 때와 저녁에 일이 있을 때 빼고는 무조건 가기였다.

 

알람 시계를 820분에 맞춰놓고,

존 덴버의 Annie’s Song이 나오면 그 순간 무엇을 하고 있던 손 놓고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간다.

 

걍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난다.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만 하자~’ 스스로 도닥거리며 일어나 나간다..

이렇게 하고 보니 의외로 실행력이 따름을 느끼게 되니 조금 탄력이 붙는 듯하다.

 

그레첸 루빈이 귀뜸을 주지 않았나.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므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당장 내일이라도 그만두게될지도 모르는 의지가 약한 나임을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오늘은 6바퀴 돌던 바퀴를 한 바퀴만 더하면서 7바퀴를 돌았다.

스스로 얼마나 기특했는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MocedadesJose Luis PeralesAy Amor…

너무나 아름다운 서정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페니쉬 노래 중의 하나다.

 

목덜미를 스치는 찬 바람에 괜한 가슴까지 설레지고

공원 주위로 떨어져있는 나뭇잎들은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듯..

행복한 착각을 안겨주고

아마도 이 곡을 한번 더 듣고 싶어서 마지막 한 바퀴를 더 돌았던건지도 모르겠다.

.

호박탱이~

기특한 하루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