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남영 교수님의 ‘혁신의 과학사’ 첫 강의를 듣고..

pumpkinn 2017. 3. 4. 20:29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고 있던 심리학 공부를 하게되어

두근거리며 첫 학년을 시작한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벌써 3학년이 되었다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매학기 시작할 때마다 나를 가장 들뜨게 하는 시간은 바로 수강 과목을 고를 때이다.

전공 과목이야 당연히 내가 들어야 하는 과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교양 과목을 선택할 때는 정말이지 나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듣고 싶은 과목이 많은지..

어느 과목을 다음 학기로 넘겨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때는 정말이지 가슴이 아릴 정도다.

전선과 전필을 제하고 나면 내게 주어진 교양 과목 수는 2개 정도일 뿐이니..

 

이번 학기엔 즐거운 동화 읽기혁신의 과학사가 내가 택한 교양 과목이다.

이미 내 레이다망에 잡혀 이번 학기에 꼭 듣겠다고 벼르고 있던 과목들이었다.

 

혁신의 과학사수업은 정말이지 짜릿함그 자체였다.

남영 교수님의 차분하면서도 한치의 빈틈 없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수업은

너무나도 재밌어서 그 안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발명왕인 에디슨이 제너럴 엘렉트릭 창업자였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전구는 에디슨이 처음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에 발명되었고

에디슨은 전구가 더 오래 켜 있을 수 있도록 필라멘트를 개량하여 상품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월가의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는 사실은 최초의 벤처 기업가라 불릴만 했다.

 

남영 교수님의 혁신의 과학사 강의가 내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단순히 연대별로 과학사를 강의하신 것이 아니라,

다른 강의에선 쉽게 듣지 못하는 과학이라는 단어의 어원부터 시작되었음이다.

대부분의 언어가 그렇듯이, Science라 불리는 과학이란 단어도 라틴어에서 나온 단어고,

과학이라 번역되어진 것은 일본의 동경제국대학에서 과학학부가 구성되며 지금까지 그리 블리고 있다는 것.

 

오늘 이 공부를 하면서 확실하게 알았다. 내가 왜 역사를 좋아하는지..

근원을 알아가는 것, 뿌리를 알아가는 것에 열광한다는 사실이었다.

단어의 뿌리를 아는 것, 어원을 알게되는 것은 내겐 언제나 짜릿한 희열이 동반한다.

 

이 과학이란 단어가 탄생된 시기는 불과 19세기 초였으니,

교수님 말씀대로 셰익스피어는 ‘Science’란 단어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뉴톤이나 갈릴레오 같은 이들은 그 당시 어떻게 불렀을까..?  

그들은 자연철학자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과학이전에 자연 철학로 불렸던 시대의 이론들은 자연히 철학자들에 의해 발생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강의의 첫 시작은 그리스 철학부터 시작이 되었다.

 

마치 줄기를 하나 뽑아 들자 주루루 달려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자연철학 이야기에 나는 완전 흥분에 열광이었다.

내가 그리도 열렬히 사랑하는 그리스 아닌가 말이다.

 

우선 그리스 자연 철학에 앞서 세계 문명들의 공통점을 살펴 보았는데,

어렸을 때 그토록 머리 쥐어짜며 외웠던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은

하나의 영화 줄거리처럼 이어지는 스토리 텔링이라 너무 재밌게 들렸다.

 

세계 4대 문명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국의 황하 문명, 인도의 인더스 문명, 이라크 근처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그리고 이집트 문명인데

4대 문명의 공통점은 바로 강을 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물이 잘 흐르는 강이 아닌, 홍수가 범람하는 강이다.

그러면 왜 세계 4대 문명은 홍수가 범람하는 강에서 발생이 되었을까? 아주 재밌다.

홍수가 발생하니 당연히 농사를 위해 홍수를 막으려는 치수를 통한 관개농업이 탄생을 했는데,

치수를 위해서는 사람을 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그렇게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바라볼 수 없으므로 저수지를 만들고, 관개 농업을 할 수 있게 되니

도시 혁명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문명으로 이어졌다는 것.

문명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대체 난 학교 다닐 때 뭘 공부를 한건지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문명은 다른 데서 발생했는데,

그럼 왜 자연철학은 그리스에서 발생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가 관개 농업에 기반하지 않은 2차 문명이었다는 사실이다.

2차 문명이란 1차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집트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운명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관개 농업에 기반하지 않은 문명을 말한다.


암튼, 그리스가 관개 농업에 기반하지 않은 2차 문명이었기에

중앙 집권이 일어나지 않았고, 분산된 도시국가 형태로 이어졌으며,

바로 그런 환경으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배경이 만들어졌고,.

이것은 자연철학의 발생을 불러일으킨 그리스의 기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쯤에서 잠시 사족을 달자면,

그리스가 세계사와 문학, 그리고 철학 부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잠시 들여다보자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대륙 명칭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부르던 것이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동쪽에 있는 터키 지역을 아시아라 불렀고,

그리스를 중심으로 남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이집트를 만났고, 그쪽 땅을 아프리카라고 불렀으며

또한, 그리스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배를 타고 가면 나오는 땅들을 가리켜 Europe라 불린 것이

오늘날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긴가.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을 들여다보자면,

이오니아(밀레투스) 학파, 피타고라스 학파, 변화의 철학자, 원자론 그리고 의학등을 들 수 있는데,

탈레스를 비롯한 이오니아 학파의 공통점은 물질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것과

합리적 유물론 논쟁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즉 이오니아 학파는 서로 각각  다른 원소를 제시하긴 했지만,

모두 다 만물의 근원을 물질에 두었다는 것.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을 제시했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했으며,

합리적인 유물론이 시작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그야말로 내겐 무슨 장미의 이름을 읽는 듯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

피타고라스 정리로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 학파는 사실, 학파라기보다는 종교단체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를 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는데, ‘근원자체라기 보다는 만물의 구성요소로 보았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분수로 표현할 수 없는 무리수를 발견하여 그들은 당혹스런 상황에 처했고,

무리수의 발견을 비밀에 부쳤는데,

무리수의 비밀을 발설한 학자를 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부분이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하나하나의 의문점과 호기심들이 풀어지다보니

강의가 끝났다.

얼마나 쫄깃쫄깃하고 맛있는 강의였는지..

강의가 끝나는 게 아쉬웠다.

 

이 강의 뿐만 아니라, 매 학기마다 두근대며 푹 빠져 듣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년뿐이다.

앞으로의 2년은 더 빨리 지나가겠지. 생각만해도 가슴에 싸한 아픔이 인다.

 

‘Now and Here’을 중시하는 상담심리학 학생답지 않게 미리 걱정이라니..

미리 아쉬워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시간.. 매 초 매 분 매 시간을 만끽해야지..

 

정말이지 너무나도 행복한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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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로 돌아가 들어보는..

The Alan Parsons Project - Eye in the 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