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전기 없이 보낸 일주일~

pumpkinn 2017. 2. 2. 05:40



 

지난 일주일동안 전기가 가출했었다.

내가 정신이 없긴 했던 것 같다.

이사를 오면서 가스니, 전화니, 다른 모든 것은 다 이름을 변경했는데,

전기는 하지 않았었나보다.

 

지난 주에 전기가 끊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니..

전 주인이 명예 이전을 하면서 자동으로 전기가 끊어진게다. 아이구야~

 

전화를 해서 명예 변경을 하고 전기를 연결을 청구했더니, 이틀이 걸린다고.

하는 수 없지 뭐~

그런데 중간에 공휴일이 끼어 이틀이 삼일이 되었다.

하지만, 삼일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는 깜깜 속에 있었다.


일이 안되려면 엉뚱한 실수들이 생기는 듯..

전기 회사 직원의 실수로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이 벌어진 것.

전화로 해결이 안되니 직접 가서 상황 설명을하고는 '위급상황'으로 접수가 되었다.

그렇게해서 일주일을 꼬박 채우고서야 불이 들어왔다.

  

이번에 전기가 없음으로 해서 느낀 것은

그야 물론 당연히 불편함이었지만,

그것을 떠나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전기가 없으니 따뜻한 물에 목욕도 할 수 없고,

밥도 못 해먹고, 세탁기도 못 돌리는 것은 물론,

내 컴은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 탑이기에 컴도 쓸 수가 없었다.

인터넷도 안디고, 블로그에도 들어올 수 없고..

어두우니 책도 읽지도 못하고.. 등등..

그외 많은 불편함들이 생겼다.

 

촛불을 곳곳에 켜놓았지만, 온통 어두움이 지배하니

마음까지 우울해지는 듯한 느낌..

밝음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런데....

역시 사람은 적응하게 되는 것 같다.

복도에서 불을 끌어와 급한대로 냉장고는 연결해놓았고..

촛불을 치우고 엑스텐션으로 스탠드를 연결해서 불을 켜놓았다.


불이 나감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진 감사함은..

우선 불이 없고 인터넷이 없으니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진게다.

처음으로 가족들이 함께 써니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고,

남편과 나는 함께 Bar에 가서 꼬치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인터넷이 있으면 각자 컴 앞에서 공부를 하던지 일을 하던지 각자 시간을 보내는데 말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아이들 이야기며, 매장 이야기며,

서로 속으로 걱정하고 있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주고 받으니

또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했는지

 

우리 부부는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지만,

때때로 말하기 힘든 것은 나는 속으로 그냥 삼키는 스타일인데,

이번 기회에 모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더랬다.

 

그래도 전기가 없었던게 다행이지..

물이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어..

여름이었으니 그래도 샤워가 가능했지.

겨울이었으면 어떡할뻔 했어..

 

이렇게 위로를 하다보니..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해주는 아주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일상에 묻혀있는 감사함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는 감사함들로 생각지 못한 잔잔한 행복을

선물로 받았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깊이깊이 이어졌고...

우리 부부는 약속했다.

힘들다고 어두운 얼굴을 하지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우리가 되자고 말이다.


감사한 경험이었다.

일상 가득 숨어있는 작은 감사들을 발견하게 해준...


.

.


비가 내리고 있다.

내 마음이 깨끗이 씻겨지는 듯한 느낌...

바란다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비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괜스레 먹먹해지는 이 마음은 뭔지...

오늘은 그냥 이렇게 비가 밤새도록 내렸으면 좋겠다...


Jason Mraz - Quiet




'펌킨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꼬마의 귀여운 질문~  (0) 2017.02.14
여진천 신부님과 공항에서의 짧은 만남~  (0) 2017.02.10
집안일~  (0) 2017.01.20
마리아가 휴가를 떠났다...  (0) 2017.01.13
새로운 동선을 그려넣은 하루~  (0) 2017.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