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서리뷰 137] 그레첸 루빈의 ‘Better than Before’를 읽고 / 유혜인 옮김

pumpkinn 2017. 2. 21. 07:30


 

 

그레첸 루빈의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를 읽고

 


리뷰에 앞서...

 

비록 작심삼일로 끝날지라도 새해나, 어떤 특정 날짜를 계기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결심한다는 것은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참으로 기특한 행동이건만, 올해는 거창한 계획은 커녕 소소한 계획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낌이 가는 대로 순간순간 임했다. 특별한 모티브가 없었다. 처음엔 새로운 계획이어도 계속 하다보면 일상이 되고, 어떤 것은 그냥 묻혀지기도 하니 특별한 동기부여가 느껴지지 않았다. 쓰고보니 좀 모순적이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 일상에 소소하게 임하던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나의 내적 상태가 이런 가운데 그레첸 루빈의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를 읽게 되었다. 원제는 Better Than Before’라는 짧은 제목인데 한국말 번역은 어찌나 거창하던지. 하하하~ ^^ 그런데 바로 이 거창한 제목이 나의 시선을 끌었으니, 성공적인 번역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습관 변화나 자기계발 책은 사실 색깔만 다를 뿐 하는 이야기는 같은 내용이고, 또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식의 글체는 정말이지 거부반응이 일어나기에 별 관심이 없던 쟝르의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습관변화에 대한 책을 손에 집어 들은 것은 절정에 달한 나의 게으름에 그야말로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어쩌자고 나는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흘려버리고 있는 건지. 나는 오늘 이렇게 아무런 의미없이 낭비해버린 시간을 얼마나 후회할 것인지, 그 후회를 어찌 감당하려는 것인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떤 한 가지만 정답이고 옳다고 하는 것에 불편해 하는 스타일이다. 갑갑하고 숨이 막히기때문이다. 삶이란게 어디 한 가지만 정답인게 있던가. ‘사랑’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빼고는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전쟁에서 조차도 과격한 정치 이념을 떠나, 결국은 각자 자기 나라를 위해서, 자기 가족을 위해 전쟁터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과연 누가 옳다고 그르다고 말할 수가 있을까 말이다. 하물며 자라온 환경과 받은 교육이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한 작가가 자기에게 맞는 습관 변화를 독자들에게 그것만이 마치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에게는 오만으로 비쳐지며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거부 반응 없이 재밌게 읽혔던 이유는 자신의 방법만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학습과 연구를 통해 여러 성향의 유형으로 나누어 맞춤형 전략으로 서로의 다름을 짚어가며 설명하여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찹터 숫자만큼 나열되는 습관 변화를 위한 전략은 4가지 유형의 사람으로 나뉘어 설명되어 있다. 남과 자기 자신이 기대하는 행동을 하는 ‘준수형’, 스스로 최선이라고 믿는 행동을 하는 ‘의문형’,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강제형’, 그리고 원하는 행동을 자기 방식대로 하는 ‘저항형’으로 구분하며, 각각의 유형이 준수형인 작가의 경험과 학습과 연구를 통해 원하는 습관을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솔직하고 시원하게 보여주며 각각의 유형의 사람들은 어떤 스타일로 원하는 습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를 하지는 못했다. 특히, Lesson 14에 나오는 9. 거짓 자아의 맹점에 열거한 리스트에 올려진 대부분은 나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녀가 리스트에 올린 내용들은 내겐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나는 한번 뿐인 인생에 시도하고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인생은 짧으니 가끔은 일탈을 하며 조금은 하고 싶은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녀가 어떤 관점에서 이 같은 목록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한 번의 와인잔은 그동안 알코올을 끊기 위해 노력했던 모든 시간들이 날아가버릴 것이며, 한 조각의 치즈케익으로 그동안 온갖 유혹을 이겨내며 지켜온 다이어트가 하루 아침에 무산되어질 수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닌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들을 모든 사람에게 보편화시킨다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 이렇게 쓰고 보니 어쩜 이래서 나는 좋은 습관을 내것을 못하는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스쳐지나갔다.  ^^;;

 

어쨌든, 습관은 내가 행복해야 내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 늘 자동적으로 행하는 일상 사이에 끼워넣으면 더 성공적으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가더라도 상징적으로 지키는 것이 어렵게 내것으로 만든 습관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조언은 참으로 좋은 Tip이었다.  온갖가지의 많은 습관 전략이 나와 살짝 부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중에 하나 쯤은 내것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기도 하는 양가감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레첸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좋았던 것은, 그녀는 이 책을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을 그저 이론적으로만 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찹터에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심지어 블로그에 들어오는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강한 공감을 이끌어 냈다. 그들의 경험 속에 느낀 성공담과 실패담은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고, 누군가의 성공과 실패가 나의 성공과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결국, 모든 습관은 나의 성향과 정체성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그 습관변화로 이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목표가 습관 변화를 좌우한다는 것을 아주 편안하고 재밌는 스토리 텔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 많은 전략 중에서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결승선의 함정’이었는데, 결승점에 도달하면 우리가 힘들게 지켜온 습관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였다. 자기목표에서 중간 목표 지점을 세우지 않은 것이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지금가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반대의 이야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지난 날의 시간 속에 아주 많이 경험한 것이어서 깔깔대며 유레카를 외치며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부분이었다. 단기 목표가 아닌 장기 목표에선 중간 목표 지점을 세우는 것은 왜려 해가 된다는 것은 기억해두어야 한 꿀팁이다.

 

‘나보다는 환경을 바꾸는 편이 낫다’는 부분은 “맞어~맞어~!!”하며 무릎을 치게하는 순간이었다. 이부분만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그녀의 말을 옮겨오자면 “무엇보다 나는 내 성향을 잘 안다. 집에 있을 때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할 힘이 많이 필요하지만 도서관에는 인터넷의 유혹이 없다. 왜 공연히 아까운 자제력을 낭비하는? 나보다는 환경을 바꾸는 편이 더 간단하다. (P229)

이 얼마나 호탕하고 시원한 결론인지. ^^ 내가 종종 집으로 오지 않고 사라이바 서점엘 가는 이유다. 집에 오면 인터넷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해야하고, 더 슬픈 일은 나는 종종 그 유혹에 마음껏 나를 맡기곤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나와의 승부없는 싸움을 하느니 차라리 환경을 바꾸는 것인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은 두 말하면 벅찬 진리인 것. ^^

 

철저하게 준수형인 그녀와 나는 물론 100% 같지는 않다. 나는 준수형 35%, 의문형 20%, 강제형 10% 그리고 저항형 35%로 아주 복잡한 성향의 소유자이다. 준수형과 저항형의 비율이 같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의외로 각 유형이 나타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의외로 잘 굴러가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 그녀와 내가 너무나도 닮은 부분이 있어서 읽다가 웃음이 빵 터졌는데, 그것은 책에 관한 부분이었다.

 

 매일 밤 시를 읽어야지. 읽은 책을 전부 독서 사이트에 기록해야지” (P272)

 나는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따라 읽기 시작한 책은 무조건 다 읽는 습관을 들였다. 진정한 독서가라면 모름지기 책을 다 읽어야 하지 않나? (P285)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배꼽을 잡았다.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가~!! 하하하하~

전엔 독서리뷰 올리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는데, 작년부터는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그 약속을 다시 지키고자 결심을 했던 터였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을 보며 또 웃음이 빵 터졌다

 

“그렇지만 나는 책에 흥미를 잃는 순간 포기하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결심했고 덕분에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나아가 지루한 책을 내려놓으면서 좋아하는 책을 잃을 시간이 더 생겼다” (P285)

바로 그랬다. 끝까지 읽어내야 한다는,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은 약속을 스스로 하고는 흥미가 없는 책을 손에 들고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던 나. 인제는 아니다 싶으면 덮어버리고 다른 책을 손에 든다.

 

이렇게 그레첸의 습관 변화 경험 속에 함께 들어가 하나하나 같이 살펴보며 나에게는 어떤 전략이 맞는지, 나는 어떤 유형인지, 어떤 성향인지, 나는 어떤 정체성을 가졌고, 어떤 것에 목표를 두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은 의외로 즐겁고 흥미로웠다.

 

어떤 습관을 갖고 싶은지, 그래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어떤 것인지 명확해야 그 습관을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며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는 그레첸.

“우리가 좋은 습관을 들이려는 이유는 변화를 통해 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위함이지 그냥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P286)

그렇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그냥 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의 악습을 버리고 원하는 습관을 내것으로 만들어 좀 더 행복한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리뷰를 마치며...

 

읽는 내내 그녀가 주위 사람들이 좋은 습관을 익히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사람들을 졸졸 쫓아다니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씨익 웃음이 그려졌다. 너무나사랑스런 그녀 그레첸.  자신을 정의하면 그에 따라 살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녀. 그래 우선은 내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꾸고 다르게 정의하자.

나는 게으르다고 말하지 말자. 나는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것이 게으른 것은 아니다. 나는 아침형이 아니라 밤형(저녁형도 아닌 ^^;;)일 뿐이다.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고 말하지 말자. 나는 경젱하는 시합을 싫어하는 것이지 걷는 운동은 좋아하니까.

 

~!!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어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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