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단어 총량과 언어의 무능~

pumpkinn 2016. 12. 30. 06:35

 



한 사회가 소유하고 있는 국어사전의 총량이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의 잣대라고도 한다.

, 그것은 내가 갖고 있는 국어 사전과 언어 사전의 총량 그 두께가 

나라는 인간의 문화적 수준을 곧바로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성환 교수님의 공감하고 배려하는 소통능력에 관한 강의에서 하신 말씀이다. 뜨끔했다.

과연 나의 국어 사전에 올려진 단어 수는 몇 개쯤 될까..?

식상한 단어들, 상투적인 단어들을 나열하며

새로운 표현을 쓰고자 하는 노력에 게으른 내 자신..

 

행복한 사전이라는 일본 영화의 한토막을 보면서 또 움찔했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 속에 식상한 표현이나 모방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들.

나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는가…?’

나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바라보아야 했다.

 

오른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왼쪽의 반대쪽은 안된다. 왼쪽과 오른쪽은 서 있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니까.  

북쪽을 향하였을 때의 동쪽과 같은 쪽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올려져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숫자 10을 쓰고, ‘0’이 쓰여지는 자리가 오른쪽이라는 아주 재밌는 설명을 한다.

그 설명이 사전에 올려졌는지 어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만의 표현을 써내는 노력을 나는 얼마만큼 하는가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언어를 풀어가는 동안 자신의 삶까지 변화하는 내성적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꼭 보고 싶은 영화다.

 

그와 함께 나의 시선을 붙잡았던 부분은...

바로 언어의 무능이 생각과 공감의 무능을 낳게되는 다른 사례였다.

세계 제2차 세계대전시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한 삶의 삶에 대해 보여준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잡힌 그에게 주어진 죄명은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였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한 가스실을 창안한 사람..

달리는 기차의 가스실, 아우슈비츠 가스실이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시키는 일을 충실히 했다고 증언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서는, 만약 자신이 월급을 받고선도 충실히 일하지 않았다면

죄책감을 느꼈을 거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평범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인 그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재판에서 내려진 죄명은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가 진짜 중죄다라고 했다.

오래 끌어진 이 재판을 끝까지 바라본 한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다.

악은 대단히 사악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 같은 이들에 의해서 부지불식간에 저질러진다고.

 

이렇듯, 언어는 사고를 프레이밍한다.

언어의 무능이 생각과 공감의 무능을 낳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었고

상투적이고 관례적인 언어만 구사했다고 한다.

 

우리가 더 많은 언어를 만난다는 것은 더 많은 세상과 더 많은 인간을 만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는 교수님의 가르침이셨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곧 나고, 내가 사용하는 표현들이 내 삶을 말해주는 것이고,

그것들은 결국 나의 인생이자 나의 역사라는 것은 나를 고개 숙이게 한다.

나의 단어 수를 넓히고,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 않도록 치열하게 고민하자.

오늘 내게 주어진 배움이었다.


.

.


Enya 음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China Ro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