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사회과학 고전읽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pumpkinn 2016. 12. 3. 01:27

'사회과학 고전' 강의 중이신 김신영 교수님...

진지하면서도 깊이있고, 또한 너무 재밌는 재밌는 강의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www.hycu.ac.kr>



 

요즘 내가 왜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美친건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오늘..

사회과학 고전읽기기말 고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일인줄 알고 있었던 것.

 

어제 우연히 소피아 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시험 날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한국과 브라질 시간 계산을 잘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 우짜문 좋아~

안그래도 남편의 입원으로 사회과학 강의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이 밀려 있는 상태였는데다가

내일인줄 알고 공부 스케쥴을 그에 맞춰 세워둔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라는 덩어리 시간이 날라간 것이다.

 

급한 일만 처리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와 공부를 시작하는데..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리던지..

객관식이면 찍기라도 하겠지만,

김신영 교수님께서는 첫 강의때부터 강하게 당신의 생각을 말씀하신바~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 시험이라고 강조하셨던게다.

 

강의 시간이 길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용은 깊고 진지한 주제들로 묵직했고,

그것을 한번에 소화해낸다는 것은 어림 없는 상황~

게다가 중간 고사가 없었기에 다른 강의와는 달리 14차시 모든 강의를 공부해야 했다는 사실~

이것이 최대 관건이었다~ -_-;;

 

우선 최근에 공부했던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앤써니 기든스와 3의 길은 나중으로 돌리고

학기 초에 공부했던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뒤르껭의 자살론과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복습

그리고는 비몽사몽간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끝내곤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문제는 쿤과 기든스였다.

물론 최근에 공부한 강의라 잊어버리긴 했지만..-_-;;

다시 들여다 보아야 하는데~

난 졸리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다. 우선 자야한다. -_-^;;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아마도 잠이 깊이 들었던 듯 피곤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긴장 속에 과학혁명의 구조를 공부하고,

마지막으로 기든스를 리뷰하는 중에 시험 시간이 다가왔다. 히구~

 

드디어 시험 문제가 올라오고...

창을 클릭을 하는데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단 시험 문제를 받고 나니 왜려 마음이 편해졌다.


시험 보면서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황성훈 교수님 시험때 뿐인데

(~ 깜박 든 잠에  마감 10분을 남겨놓고 서양 미술사 시험을 쳤을 때도 그랬다. -_-;;) 

암튼, 뭐든지 그렇다.

기다릴 때는 숨 막히고 떨리는 불안 초조 긴장의 상태지만,

불이 떨어지고 나면 마음에 평정이 되는 이상한 현상은 늘 내안에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 두 번째 문제, 세 번째 문제를 쭈루 흩어내리고는

가장 잘 안다고 착각되는 문제부터 먼저 풀었다. 하하하~ ^^;;

잘 안다고 착각되는’ <-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에 대한 문제를 시작으로

기든스의 제 3의 길에 대한 문제,

그리고 뒤르껭과 베버로 끝냈다.

 

마감 시간 10분전에 답 제출~

답안이 올라가지 않을까봐 초긴장을 하며 클릭~!!

답안이 제대로 마감 시간 전에 올라감을 확인하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쭈우우욱~ 빠지고

 

휴우~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없다.

객관식은 객관식대로 장단점이 있고, 서술형은 서술형대로 장단점이 있다.

모르면 객관식처럼 찍을 수도 없어 자동 F학점이 되는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개념을 알면 내식대로 풀어나갈 수 있으니..

물론, 그것은 내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또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만약, 어제 언니와 통화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내일이 시험인줄 알고 있었을테고,

그러면 그동안 공부한 보람도 없이 F학점으로 직행했을 테니

 

내가 몰라서, 못해서 학점을 못 받는 것과

기회 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그 기회의 불발이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불찰에 의해 박탈되어진거라면 어디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이불 뒤집어쓰고 울수 밖에 없는 소름끼치는 상황~

 

시험을 잘 봤던 못 봤던, 답을 제대로 써냈던 못 써냈던 상관없이

오늘의 시험이 끝난 후 내가 감사한 이유다.

잃을뻔했던 기회를 절묘한 타이밍으로 놓치지 않았음에서 오는 감사함..

하느님께서 나를 보호해주심을 또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너무나도 재밌게 들었던 사회과학 고전 읽기수업이 끝났다..

너무나도 아쉽고 또 아쉽다~

늘 말로만 듣던 사회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의 책을 접하며,

그들의 사상과 이론을 조금이나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열정적으로, 때론 시니컬한 멘트를 날리시는 김신영 교수님의 강의는

내 삶 속에, 사회 환경 속에 그냥 무의식 속에 받아들였던 많은 부분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했고,

지금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환경이나 권리가 어느 시대에 있어서는

투쟁을 해야 누릴 수 있는 것들이며, 그러한 것들이 어떤 학자들에 의해서 내려온 것이며

앞으로의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되는..

아주 흥미롭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지적 만족에 대한 표현을 가끔씩 하셨는데,

그야말로 나의 지적 만족을 채워주고, 또한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불쏘시개가 되어준 시간이었다.

 

무조건 오픈 마인드한 자세가 아니라,

내 가치관과 세계관을 뚜렷하게 세우고 다름을 수용하고 받아들일줄 아는..

그런 내가 되어겠다고 자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 행복했던 시간


그래서 아쉬움이 이리 짙은건지도

.

.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던..

행복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함께하는 노래...
Jason Mraz - I'm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