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pumpkinn 2016. 8. 11. 11:58



 

들뜸과 함께 배움을 시작한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학년이 되었고 1학기를 끝냈다.

하긴 1학기가 끝난지 한 달이 지났다.

 

2학년 1학기는 아쉬움이 많고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한 학기였다.

처음엔 열심히 했으나,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중간 고사 이후로는 공부에 집중하질 못했다.

그런 내 모습이 얼마나 생경스러웠는지.

왜냐면, 공부는 늘 내게 피난처였고 휴식처였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 마음 복잡하고 머리를 시끄럽게 하는 문제가 있을수록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나기에 그런 내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더랬다.

 

사람은 변하는 것..

어쩌면 더 이상 공부가 나에게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여야겠지.

나이 일수도 있겠고, 상황일 수도 있겠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는 이러한 변수를 감안하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뿐.

 

어쨌든,

기말고사 때는 놀라운 상황도 벌어졌더랬다.

그 중요한 시험에 늦게 일어나 마감 10분을 남겨놓고 시험을 치게되는..

상상도 못할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어느 과목은 어렵기도 했고 열심히 차시를 따라잡지 못했기에

잘 하지 못할 과목에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아예 제쳐놓고,

내가 잘하는 과목에 집중했다.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집중을 발휘해야 했다.

그렇게 보냈으니 당연히 성적에 대한 기대는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열심히 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도둑심보 아니겠나.

 

시험 운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해주었고, 아마도 잘 찍었던 것 같다.

4과목은 A+, 나머지 한 과목은 A 학점으로 마감했다.

기쁘진 않았다. 내 실력이 아닌 그야말로 운이 좋아 받게 된 점수니까.

 

그럼에도 사람 마음의 간사함은 이럴 때 나타난다.

자신이 운이 좋아 성적이 좋게 나와주었음에 고맙게 생각지 않고,

늦게 일어나 시험을 친 과목이 A 학점이 나온 것에 아쉬움을 느끼다니...

 

All A+가 아니라 이번 학기엔 장학금이 면제(?) 되었다.

내가 공부에 임한 행태를 보며 아쉽다고 느낄 수도 없음을 넘 잘 알지만,

가끔은 도둑놈 심보가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학기엔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지.

 

이번 주에 2학기 수강신청이 시작되었다.

전필과 전선을 택하고, 나의 입맛을 자극하는 교양 과목을 추려내느라 시간이 많이 투자되었다.

욕심은 많아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어쩌겠나.

 

맛보기 강의를 하나하나 들어보고,

강의 평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엄선을 하여 골랐다.

얼마나 재밌는지 얼른 2학기가 시작되었음 좋겠다는 조바심마저 생기고..

 

이번에 내가 신청한 강의는 다섯 과목이다.


-      임상심리학

-      인지심리학

-      문학으로 세상읽기

-      사회과학 고전 읽기

-      미술의 이해와 감상 2

 

임상심리학인지심리학은 내 전공과목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문학으로 세상읽기 1학년 2학기때 소설과 영화를 재미나게 강의해주신

김중철 교수님의 과목이고 문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흥미로워 신청했는데

이번 학기에 내 관심을 끄는 과목은 단연코 사회과학 고전 읽기.

맛보기 강의를 통해 들은 처음 뵙는 김신영 교수님의 강의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평소 관심은 가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던 루소나 막스 베버나 푸코 등등의

사상가나 철학자들의 저작을 직접 읽으며 배우게 되는 수업은

나의 못 말리는 호기심을 강렬한 터치로 자극해왔던 것.

강의안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책이 바로 우리의 강의안이 되는 것.

시험도 객관식이 아니라 과제 형식이라는 것도 나의 흥미를 자극했고...

 

이렇듯 다가올 2학기엔 흥미로운 강의가 가득하다.

8월 말에나 시작되는 학기가 많이 기다려진다.

지난 1학기를 그렇게 성실치 못하게 보냈기에 계절 학기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

내겐 꼭 필요했던 쉼이 되어준 것 같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러더러 쉬어가며 가야지.

에너지 충전이 되어 다시 일어날 기운을 모아지지.

주문한 책이 빨리 도착했음 좋겠다


나도 박상영 선수처럼 내가 하고 있는 것을 힘을 빼고 리듬에 맡기며..

내게 주어진 이 귀한 시간을 '즐기며'가야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설레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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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라이바에 앉아 책을 읽다가..

이어폰을 타고 랜덤으로 플레이되어 흘러나온 곡...

Journey의 Open Arms...

고등학교 때 참으로 좋아했던 곡이다..


Journey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심장이 멎는 듯한 감동 속에 꼼짝 없이 얼어붙은 듯 숨을 죽이며 듣곤 했던 기억..

이상하게 그들의 노래는 아련한 그리움과 잔잔한 슬픔이 묻어있다.

그 시절의 내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곡으로 골랐다.

어쩜 이렇게 나의 삶은 그리움으로 가득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