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영화 The Way와 Santiago de Compostela~

pumpkinn 2016. 2. 23. 11:07



어제 영화 The Way (Em busca de um caminho)를 보았다.

그리고 오늘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과 또 보았다.

남편이 이 영화를 꼭 보길 바랬던 마음.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세상을 알고 싶어 기나 긴 여행을 떠난 아들 Daniel

안과 의사인 아빠 Tom은 프랑스 경찰로부터 아들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던 첫 날 폭풍으로 인한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된 것.

 

아들의 시신을 가지러 프랑스엘 갔다가 아들과 나누던 대화를 떠올리며

아들이 오르고자 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게 된다. 재가 된 아들을 상자에 고이 담아.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게 된 목적은 모두 다르지만,

함께 하는 여정 속에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가는 곳곳에 아들의 재를 뿌려주고...

 

그렇게 함께 하는 동안 끈끈한 우정을 나누게 되며

아들을 잃은 깊은 고통 속에 있었던 아버지 톰은 웃음을 되찿게 된다.

아들이 살고자 했던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삶의 의미를 느끼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깊은 내면 속에 가둬놓았던 자신의 꿈을 삶 속에 발견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아버지 톰.

아버지의 삶을 통해 아들이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닌,

아들의 삶을 통해 아버지가 삶을 배우게 되는 잔잔하면서도 깊고 긴 감동이 이는 스토리였다.

 

아버지가 순례 길을 걷는 동안 아버지는 모든 장소에서 아들의 모습을 본다.

아들의 모습이 나타날 때 마다 눈물이 고이게 되는..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성야고보 성당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 장면..

그 곳에서 수사님들이 커다란 향을 띄우는 장면은 감동을 넘어선 감동을 안겨주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모두 산티아고 순례 여정을 끝내지만, 그들이 원했던 목표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

담배를 끊고자 했던 사라는 여전히 담배를 피고 있었고,

영감을 얻고자 했던 작가 잭은 여전히 갈등 속이고,

살을 빼고자 했던 요세프는 여전히 커다란 배를 떠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면,

자신이 원했던 목적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수용하는 부분, 이 부분이 내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순례길을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절절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눈물을 떨어뜨리게 하는

묘한 감동의 연속인 영화 The Way..

아버지 역으로는 Martin Sheen, 그리고 죽은 아들 역으로는 Emilio Estevez가 연기했는데

아들인 에밀리오 에스떼베스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한 작품에 아버지 Martin Sheen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 작품이 내게 더 감동으로 느껴졌던 것은

에밀리오 에스떼베스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았고, 해서 아버지의 성인 Sheen을 쓰지 않고,

할아버지의 성인 Estevez를 고집한 반항아였다.

그런데 자신이 감독한 영화에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모셨다는 것은

가족간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 아닐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학생 때 에밀리오 에스떼베스를 살짝 좋아했던 팬으로서

두 부자 지간에 만든 감동 스토리는 영화 속에서나 현실 속에서나 내게는 감동을 안겨 주었던 것이다.

 

이 영화가 내게 안겨준 느낌은 강렬하고 뜨거웠다.

그저 막연했던 Santiago de Compostela 순례에 대한 막연했던 열망을

현실적인 꿈으로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루지 못할 꿈의 또 다른 표현인 언젠가를 현실 속에 만져지는 무엇으로 다가오게 한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라는 단어를 지우기로 했다.

 

3년으로 잡았다.

그 동안 걷기 운동을 하며 체력을 진지하게 단련시키자고 다짐했다..

60살이 넘으면 못 갈 것 같아서 3년으로 잡았다.

황창연 신부님 말씀따라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려면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차근차근 정보도 수집하고 마음을 모아야겠다.

그래야 꿈에 대한 열꽃이 사그러지지 않을 테니까.

나만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짐을 지난 삶 속에서 수 없이 체험을 했음을

또 다시 꿈을 꾸는 나는 또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꿈이 있을 때 삶에 생기가 돌게 되는 것 같다.

 

3년이면 리예도 대학 졸업이고, 나도 공부가 끝나고,

올해 고비만 잘 넘기면 그때는 가능하지 않겠나..

남편과 함께 3주 코스로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한달..?

 

무엇을 얻고자 하는 떠남이 될지..

마음을 비우고자 하는 떠남이 될지 알 수는 없으나..

분명 돌아왔을 때는 얻음이던 비움이던 무언가는 깨닫고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마음

아니, 그저 ()’의 상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무엇도 그려질 수 있는 하얀 도화지...

 

그때는 나도 갈리시아까지 가야지...

톰이 아들의 마지막 재를 뿌렸던..

집시가 꼭 가야한다고 했던 그 아름다운 바다..

그곳에 꼭 가야지...

.


영화 The Way OST

Pink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