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위대한 게츠비’와 빗나간 화살...

pumpkinn 2015. 11. 21. 06:29

 

 

영화 속의 세계 문화 - ‘위대한 게츠비’와 빗나간 화살...

 

 

영화 위대한 게츠비와 함께 그 시대적 배경과 그 당시의 문화와 사회 풍토를 공부했던 이번 강의는 언제나처럼, 몰랐던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될 때 느끼게 되는 희열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사실, 위대한 게츠비는 내게 있어 별로 즐거운 느낌을 갖게 해주진 못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원작을 읽고 싶어서 집어 들었던 ‘The Great Gatsby’,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는 정말이지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피츠 제럴드의 작가로서의 명성을 의심케 하는 졸작이어서가 아니라, 바로 게츠비가 그렇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쳤던 여인은 끔찍한 무뇌아 된장녀로 그의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었던 데이지라는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뒷 맛이 씁쓸해지고, 허망함이 짓누르는 너무나도 슬픈 소설이었다. 그렇게 뻔질나게 게츠비의 집에 드나들었던 이들 중 그의 장례식에 나타난 사람은 없었다. 오로지 닉 만이 그의 뒤처리를 수습해주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을 뿐.

 

읽고는 너무 열이 받아서 영화를 보지 않았다. 영화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 책을 읽었던 것인데 말이다. 시리즈로 열 받을 일도 없을 뿐더러, 열 받을 걸 알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도 우스운 일.

 

어쩌면, 게츠비는 데이지를 사랑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음 속에 그려놓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데이지를 사랑했고, 또한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데이지라는 환상 속의 누군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게 데이지여도 좋겠고, 그레이스여도 좋았겠고, 도리스여도 좋았을 것이다. 가끔 우리는 그렇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 대상이 아니라 그를 통해 보고 있는 내 자신일 수도 있고, 또는 꿈일 수도 있는 것.

 

김영하는 말한다. 자신에게 이 책을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들”이라고 말이다. 깊이 공감 가는 표현이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소설을 쓰면서 느낌이 어땠을까? 자신과 닮은 게츠비와 자신의 아내 젤다를 닮은 데이지를 그려내면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써내려 갔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가진게 없다고 청혼을 거절한 젤다가 성공 후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 순간의 성취감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훈장 같은 느낌. 아니면 일종의 복수였을까? 아니면 오르지 못할 계단을 오르며 그녀가 누리는 사교계의 위치를 더불어 누리며 겉멋 들린 인기 작가의 역살에 만족했을까.그의 삶도 슬프다.

 

데이지가 우울증에 걸려 정신 병원에 입원했음은 사교계의 생활 속에 얼마나 정신적 방황이 함께 했을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관리하게 위해 얼마나 수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며 행여나 그것을 놓치게 될까봐 전전긍긍해야 했을까..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 공감한다. 1920년대의 미국와 지금의 한국이 너무 닮았다는 말씀. 한국의 모습은 참으로 많이 썩어있다. 명품에 목숨을 걸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잣대가 그어지며, 그러다 보니 성형 천국에 지옥에서조차 얼굴을 맞춰보느라 신원조회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웃지 못할 유머까지 나올 정도니 얼마나 씁쓸한 모양샌지.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함으로 사회에 많은 이들이 소외받고, 꿈은 소멸되어지고, 점점 물질이 우상화되어 영혼이 헐떡거리는 세상. 그것이 요즘 한국의 모습이 아니라고 과연 누가 말할 수 있있을까?

 

어쨌든, 위대한 게츠비를 공부하며 함께 배운 시대적 상황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특히, 1920년대에 개발된 성상품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그것들은 바로 자동차, 지퍼, 미스 아메리카, 나일론 스타킹, 그리고 리스테린과 질레트였다는데, 그 중에서도 질레트는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성상품이었다. 5 O’clock Shdow라고 해서 오후 다섯시가 되면 뽀족이 튀어나오는 수염을 그 날 밤의 유희를 위해 깍으라는 마케팅이었다니. 참으로 기발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또한 씁쓸하기도 했다. 하긴 요즘 속옷 광고는 겨의 포르노 수준이 아니던가? 아이돌인 걸 그룹들의 의상은 또 어떻고.

 

이번 강의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너무나도 흥미로웠던 한 가지는 바로 백화점이 페미니즘 운동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 백화점들이 매장 내에 여성들의 회합 장소를 만들어 제공했으며, 여성 참정권 쟁취 운동의 장소를 제공해주었고, 백화점 쇼윈도를 운동의 홍보에 활용토록 도와주었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인지.

 

잊고 싶었던 게츠비를 다시 떠올리며 순간순간 분통 터져하면서도, 아주 진지하게 임했던 수업이었다.

 

브라질은 1930년대 대 공황 이후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나 역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이 어려운 공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역사적 사건을 만나게 될지 그려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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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재즈는 아니지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재즈 한곡을 올려본다.

게츠비에게 어울릴 듯한...

Madeleine Peyroux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