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영화 'The Help'를 통해본 인종차별과 나의 경험...

pumpkinn 2015. 11. 18. 13:30



영화 'The Help'를 통해본 인종차별과 나의 경험...


이번 차시에서는 영화 ‘The Help’와 함께 인종차별에 대한 예민한 주제를 다루었다. 영화 ‘The Help’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흑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영화를 처음 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삶 안에서 그려진 그들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차별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러 나라를 다니며 살다보니, 흑인들이 당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긴 하지만, 인종차별은 내게 있어서도 그닥 낯선 단어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인종차별 사건

처음 엄마 아빠를 따라 기대 속에 이민을 떠나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겪었던 그 사건을나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너 같은 Persona Ordinaria (Ordinary people)은 우리와 같은 길을 다니면 안돼하며 인도에서 나를 밀어냈던 금발의 남학생. 영어권도 아니었고, 국민 수준도 한국보다 낮은 곳에서였다. 참으로 신기했던 것은 그 당시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스페인어를 잘 알지 못했으면서도 그 뜻을 알아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차라리 못 알아들었으면 좋았을걸

그 당시 내가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던 것은 밀침을 당했다는 이유보다는 그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 바보같이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스페인어를 모르면 한국말로라도 한 마디 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나이도 어렸고, 너무 갑자기 당했던 황당했던 일이기에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도 부끄러웠고, 스페니쉬를 할 줄 모른다는 사실에 그 자리를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더랬다. 물론 어린 나이긴 했지만 어렸기에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은 오랜 시간 내 안에 머물러 있었고, 그 이유는 스페니쉬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언어는 삶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라 생각했다. 능력 있는 자만이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은 그때부터 내 삶의 신조가 되었던 것 같다. 

암튼, 그 사건은 늘 뜨뜻미지근한 성격이었던 나로 하여금 열심히 공부하게 하며 삶에 열정적으로 임하도록 전환점이 되게 한 아주 근원적이고 강렬한 동기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LA Riot

LA Riot은 내가 유학하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일어났었다. 무서웠다는 느낌보다는 실감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때 우리는 알지 못했다. 왜 백인과 흑인의 싸움의 표적이 한국인이 되어야 했는지. 하지만,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벌레(?)처럼 일하면서 금방 부를 축적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있었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매스컴에서 백인들을 향한 흑인들의 분노가 아시안들에게 향하는 교묘한 작전을 쓰기도 했지만, 그 여러 아시아인들 중 왜 유독 한국인들의 피해가 그리 컸을까하는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 백인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는 피해자이면서, 우리도 역시 가해자였다는 사실이었다. 흑인들을 무시하고 예의없이 대하는 한국인들. 폭동 후 그러한 한국인들의 자세에 대한 반성이 강하게 요구되었더랬다.

그 와중에 흑인들 동네에 계시는 어느 한국 가게는 그곳은 손대지 못하게 동네 흑인 친구들이 직접 나서서 지켜주었다는 훈훈하고 아름다운 일화도 함께 피워냈다. 그곳 주인 아저씨께서 그 동네 흑인 손님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친절로 대했음은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께다.


 

 

마틴 루터 킹 & 로자 파크

마틴 루터 킹의 “I have a Dream” 연설은 영혼 깊이로부터 끓어오르는 외침이라 그런건가.. 들어도 들어도 감동이고 눈물이 그렁댄다. 그들이 느꼈을 모든 수모와 절망과 분노는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Tired of Giving in” 로자 파크의 말 없는 반항은 그 어떤 유혈 반항보다 더 강렬하고 더 처절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만약 내가 그 당시 흑인으로 태어났더라면 과연 나는 어떤 유형의 운동가 영역에서 함께했을까?  아마 마틴 루터나 로자 파크 같은 평화주의자보다는 말콤 엑스쪽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모든 것이 부당함의 연속인 것이 내 일상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래서 마틴 루터 킹과 로자 파크가 존경받는 것 아닐까? 간디가 그랬듯이.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그 파워는 점점 불어나간다. 물론 그 이상이나 신념을 따라 가는 이들도 있겠지만, 결국은 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부당한 희생자가 되는 것을 보며 피가 끓게되는 것이니.. 악순환 그 자체인 것.

이번 수업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사실이었다. 시대가 시대였으니만큼, 그가 배우고 자란게 그거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해야되는 것인지.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라는 조건도 웃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엔 떡하니 Afro-American 대통령이 앉아있다. 역사는 변한다. 그 거대한 흐름 안의 내용은 더디게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우리 나라도 인제 다문화 가정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단일만 좋은 것도 아니고, 다문화만 좋은것도 아니다. 모든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데 다름을 수용하고 존중할 줄 아는 열린 마인드를 가진 성숙한 우리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크다. 단일민족이라 그런지 유독 다양성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 나라. 외국에 나와 살다보니 얼마나 좁은 편협적인 사고 안에 갇혀있는 우리인지 알겠는게다. 물론 안 그런 분들도 많으시지만, 원래 좋은 것은 잘 드러나지 않고, 안 좋은 것은 쉽게 눈에 띄며 그것이 마치 모두를 대표하는 것인 양 고정관념으로 굳혀져 보여지는 것이 사회 아닌가? 그게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강의 리뷰를 마치며..

사춘기 시절 한국을 떠나 50이 훌쩍 넘은 나이까지 외국에 살다보니 인종차별이란 주제는 삶 속에서 때로는 크게, 대로는 보이지 않게 은근한 방법으로 느껴오던 예민한 테마라 공부를 하면서 참으로 생각이 많았기도 했고, ‘다름다양성의 존중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

.

역시 'Discrimination'을 다뤘던 영화

Philadelphia..

에이즈 환자였던 톰 행스가 아리아를 부르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인종 차별은 아니었지만 에이즈 환자의 사회적 차별을 다뤘던 영화...

흑백으로 이어지는 회색 분위기의 필라델피아 거리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악...

오늘 '인종차별'에 관한 강의에 참 잘 어울리는 음악 같아 골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