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브라질, 미션 그리고 체 게바라~

pumpkinn 2015. 11. 4. 10:48




내가 사랑하는 브라질, 미션 그리고 체 게바라~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강의를 듣는 내내 여린 떨림이 함께 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그렁대는 눈물.. 내가 살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공부가 이토록 나를 감동 속으로 빠져들게 하다니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나는 브라질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물론 치안이 불안하고, 지금은 최악의 경제난 속에 있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브라질이 좋다.

 


Mission..


제레미 아이런,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으로 나왔던 미션. 오늘 영화 토막을 보며 놀랐던 것은 바로 리암 니슨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라 잘 기억을 못헀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던 순간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사랑과 파괴의 역사다. 사랑과 파괴는 늘 빛과 어둠처럼 그림자처럼 서로 붙어 다닌다. 원시 문명을 파괴하려는 정복자들과 그 문명을 지키려는 예수회 신부들. 대학생 때 보았던 미션, 삶의 연륜이 좀 더 깊어진 지금 미션을 다시 본다면 분명 그 감동의 깊이와 크기는 다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무디어지는 감성이 아니라, 나이만큼 감성도 따라 깊어지는 것 같은 느낌. 아마도 녹록치 않았던 지나온 삶들이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음이리라. Gabriel’s Oboe를 듣다가 치고 올라오는 벅찬 감동 속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이과수 폭포


이과수 폭포의 La Garganta del Diablo(악마의 목구멍)는 추억이 많은 곳이다. 학생 때 친구들과 이과수에 갔다가 어둠이 내린다고 올라가지 말라고 하는 말을 무시하고 강을 건너 기어코 올라갔던 그 곳. 미처 중간까지 내려오기도 전에 발끝까지 내려온 어둠, 숲 속의 어둠은 얼마나 무서웠는지. 더욱이 강을 건너야 하는데 뱃사공은 온데 간데 없고 한국 귀신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저 멀리 비치는 반짝이는 불빛.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찾아간 그곳은 귀신이 사는 집이 아니라 다행히도 바로 뱃사공의 집이었다. 너무나도 무서울 때는 눈물도 나지 않는다. 강을 건너 마치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듯 하늘까지 이어진 듯한 계단을 오르는 동안 13일의 금요일을 방불케 했던 너무나도 무서웠던 이과수의 밤. 집에만 살아서(?) 돌아간다면 엄마 말씀 잘 듣겠다고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를 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눈물나게 그리운 순간이다.

파라과이에서는 아직도 과라니어를 쓴다. 학교에서도 원주민들의 토속어인 과라니어를 가르친다. 예전엔 지식층은 인디언들이 쓰는 언어라고 과라니어를 터부시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전통 언어인 과라니어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체 게바라 & 프란시스코 피사로


체 게바라를 생각하면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했던 그의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구절만 떠올려도 내 가슴은 꿈틀거려진다. 기운이 빠지거나, 삶 속에 지칠 때 자주 떠올리는 내가 사랑하는 명언이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공부하고 의사로서 편한 귀족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스스로 혁명가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자유와 꿈이 무엇인지 심어주었으며, 불 끓는 뜨거운 용암 덩어리를 가슴에 던져 주었다.

이렇듯 누군가는 소외되고 박해 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거대한 문명을 파괴해버렸다. 페루의 잉카 문명은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잉카 문명의 파괴가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 때문임을 오늘에야 알았다. 짧게나마 잉카의 역사를 흝으며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는지. 역사를 사랑하고 문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피사로가 히틀러만큼이나 세기의 죽일넘(?)으로 여겨질 것 같다. 하얀 피부를 가진 창조주가 올거라는 엉뚱한 전설만 없었어도 우리는 그들의 엑소틱하면서도 매력적인 찬란한 문명을 만나볼 수 있었을 텐데, 속상하기 그지없다. 속으로 욕 나오는 순간이다. -_-;;



마치며...


남미는 내게 있어 제 2의 고향이다.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의 두 배를 남미에서 보냈다. 중간에 잠시 미국으로 공부하러 시기를 빼놓고는 나의 모든 삶은 남미에서였다. 내 뼈를 묻고 싶은 곳이다. 아름답지만 콧대 높고 거만한 나라 아르헨티나, 예술의 극치를 엿볼 수 있고, 남미에서 유일하게 Bribery가 통하지 않는 정직한 나라 칠레, 다양한 문화들이 모여 피렌체나 파리 이상으로 고혹적인 매력으로 유혹하는 남미. 그곳에서 사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강의가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로 푹 빠져 들었던 수업이었다.

글이 길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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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nio Morricone의 Gabriel's Oboe...

2002년 이탈리아의 Verona에서 열렸던 공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