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구역 반모임 속에 받은 뜻하지 않은 선물....

pumpkinn 2015. 6. 2. 12:56


 

온갖 어지러운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그냥 가만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들과 같이 말을 섞게 되니

마치 내가 쓰레기통이 된 듯 더럽게 느껴졌던 요즘이었다.

게다가 생각지 않았던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리다보니,

내 영혼까지 썩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그런 악취를 풍기는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시끄러운 생각으로 가득한 내 머리속...

이럴 때는 모든 관계를 다 끊고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밖에 나가서 가면을 쓰고 웃으며 장단 맞추는 것도 힘들고,

그런 가운데 나오는 이야기들도 불편하고,

이럴 때는 정말이지 혼자 있고 싶다.

 

남편 말대로,

그나마 정신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공부를 이 시기에 하게되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런 가운데 오늘 구역 반 모임에 참석을 했더랬다.

사실 나는 구역 모임엔 참석을 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내가 불편하니 가지 않는다.

돌아가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야하는 반 모임은 내겐 여러가지로 부담인게다.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한다 할수도 없고, 라면 밖에 안되는 내가 뒷 감당은 안되고...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그런 나를 다들 의아해하시지만, 의외로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계시는 언니 댁에서 반모임을 하시게되니,

예의상으로라도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그렇게 가게된 반 모임이었다.

 

오늘은 주임 신부님께서 참석하셨고, 반 모임 양식에 따라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기도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말씀을 읽고 나눔을 하는 시간...

나눔은 돌아가면서 하였는데,

모두들 앉은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하는 나눔...나는 통과를 해도 되느냐는 양해를 구하고 건너 뛰었다.

한 구절 말씀이 가슴을 치고 들어와 나눔을 하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생뚱맞게 웬 눈물..? 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이 그랬다. 

 

,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레위 19:2)

 

주 나의 하느님이 거룩하니 나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요즘 나의 삶이 어디 그렇던가?

온갖 구정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런 나도 싫고, 내 주위 사람들도 싫고, 내가 속한 모든 것이 싫은 요즘이 아닌가...

거룩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나..

 

물론 거룩하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감히 거룩하기를 어찌 바랄 것인가?

단지, 마음도 머리도 영혼도 깨끗하고 투명한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지난 시간과

많이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랬던 터라, 저 말씀은 나를 더욱 슬프게 했던게다.

 

하지만, 이윤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많이 차분해지고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나의 이런 모든 상황은 역시나 하느님으로부터 많이 멀어져 있기에 나타난 당연한 증상이란 것을.

그리고, 거룩함은 모든 법규를 열심히 지키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

거룩함이란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머무르는 것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깨끗이 닦여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 그렇게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한 방법을 각자 하나쯤 갖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리에게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성호를 긋는 것처럼 어떤 행위여도 좋겠고,

좋아하는 성경 구절 한 마디나 화살기도여도 좋다고 하셨다.

단지, 그 행위나 그 말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할때 두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려는 지향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

 

너무나도 감사한 말씀...

오늘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시험이 코 앞이고, 평소 가지 않던 구역 반 모임이라 가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가 취하는 어떤 행위에는 때론 우리도 모르는 의미가 부여되곤 한다.

바로 오늘 반 모임이 그랬다.

그렇게 시끄럽고 어지러웠던 나의 마음은 차분히 가라 앉았고,

내 안에 가득했던 쓰레기 같은 악취나는 생각들은 맑은 물로 씻겨지는 느낌이었다.

그저, 그 공간, 그 순간에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진 선물이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게 되는가..?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또 이런 느낌이 들때마다 오늘 말씀을 기억하고 싶어 시험 공부를 뒤로하고 끄적거린다.

.

.

갓등 중창단의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

몇 년 전 나를 하느님의 현존 안에 온전히 머무르게 하고

나에게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리도록 하게 했던

영혼의 울림을 안겨주는 성가...

오늘 나의 마음을 담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