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작은 변화...

pumpkinn 2015. 2. 18. 05:22



 


나이가 들어가면서.’라는 표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웬지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가슴에 꿈과 열정이 꿈틀거리고 있는 한은 청춘이다'고 굳게 믿고있는 나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로 글을 시작하거나 말을 시작하게되면,

웬지 나이 탓을 하며 신세타령이나 하는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로 느낌 단상을 시작한다.

오늘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리뷰를 올리다가 문득 김석희 번역가에게 필이 꽂혔다.

참고로,

이인기, 김석희, 정영목, 조경숙, 공경희는 내가 참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번역가들이다.

 

리뷰에 김석희 선생님에 대한 느낌을 살짝 쓰면서 문득 궁금해졌더랬다.

영어, 불어, 일어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질투나는 능력을 가진 김석희라는 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나 나를 열광하게 했는가 말이다.

그런데 오늘 또 그 분이 궁금해진게다.

 

어떻게 생긴 분일까?

젊은 분이실까? 아니면 연세가 드신 분일까?

예쁠까? 아니면 지적인 분위기일까? 아니면 수더분한 분위기?

그 분이 번역하신 섬세하면서도 문장을 맛갈스럽게 다듬으시는 넘치는 위트.

암튼, 그분은 내겐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구글 검색을 했다.

 

~!!

여자분이 아니라 남자분?

손자까지 있는 연세가 드신 분?

난 단순히 김석희라는 이름만으로 당연하게 여자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튜브에 올려져있는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참 흐뭇한 감동이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번역처럼 재밌는게 없다는 말씀을 들으며

그 사람 좋은 웃음에 따라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시선을 붙잡은 것은 바로 전원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그분이 사시는 곳이었다.

주택도 동네도 나무와 풀과 자연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

 

참 먼길을 돌아 결론의 문턱에 들어섰다. ^^;;

나이가 들면서 달라졌다고 느끼는 변화는 바로 전원에 대한 동경이었음을 말하고 싶었던게다. ^^

지금까지의 나는 전원의 향기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골보다는,

시끌벅적한 도시가 늘 좋았다.

예쁜 까페도 많고, 시네마도 있고, 다양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물론 시골이라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좀 더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곳에서의 삶이 더 좋은 것.

 

내 자의로 하지 않는 것과, 환경과 상황이 안따라줘서 못하는 것에는

아주 지대한 차이가 있다. 감정의 극대한 변화를 안겨주는.

 

여행을 가더라도 일주일동안 숲속에서 쉬고 나면,

인제 그만 도시로 기어나와서 바쁜 생활리듬에 몸을 맡기며

그 쓰나미 속에 휩쓸리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게다.

그 아름다운 Cancun에서 조차도 만약 일주일을 더 있으라고 했으면,

아마 몸살이 났을게다.

이런 나다.

 

그래서 전원 생활이나 자연과의 생활은 잠시 휴식이나 쉼의 의미로만 즐기고 싶은거지,

그 곳에서 내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상상 속에서조차도 싫었다.

그런 내게 변화가 이는 것을 느끼는게다.

인간이란 자연에서 났으니 자연으로 돌아가고자하는 갈망은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집 앞에 작고 예쁜 뜰이 있으면 좋겠고,

집을 나서면 나무들 사이로 거친듯 꾸며지지 않은 예쁜 오솔길이 있었음 좋겠고,

아침 저녁으로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꿈이 어찌나 강하게 밀려오던지...

하마트면 남편에게 우리도 나중엔 나이들면 제주도로 이사가자고 할뻔했다.

마치 온 지구에 그런 곳은 제주도밖에 없기라도 한 것처럼...

 

암튼, 내 마음 안에 전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어쩌면 순간의 갈망일 수도 있겠지만,

누가 알겠는가?

열심히 일해서 노후 대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소담스런 시골 마을에 버섯머리처럼 동그런 오두막집을 지어놓고,

온갖 낭만스런 척은 다 하면서 그렇게 지멋대로 살겠다고 이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날지를...    

 

그때는 꼭 우리 집 앞엔 예쁜 오솔길이 있어야 한다.

그 주위엔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어야 하고...

그 길을 걸어나가면 바다가 보이면 좋겠고, 강이어도 상관없겠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삼아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것도 좋겠고,

사색에 잠겨 혼자 걷는 것도 기분좋음이다.


물론 그 주위엔 예쁜 까페도 있어야지.

기왕이면 대화가 통하고 감성적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올드 팝과 샹송과 깐소네가 나오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햇빛 따뜻한 오후에 들러서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어도 좋겠고,

괜한 감상에 젖게되는 비가 내리는 날엔 가만 앉아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까페 여주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밝은건 좋지만, 그때쯤엔 수다스럽지 않은 우아한 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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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Clayderman - Promenade Dans Les Bois (숲속의 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