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웨이

드라마 ‘미생’을 보고...

pumpkinn 2015. 2. 16. 11:40




 

미생

이미 한국에선 끝난 드라마지만,

애리와 리예 친구들이 하두 재밌다고 하기에 애들이 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지난 3일을 그야말로 식음을 전폐하고 미생에 매달렸다.

그리고 끝냈다.

 

장그래라는 신입 사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현재 조직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실감나게 그려낸 드라마였다.

하긴, 내가 실감나게라는 표현을 쓴다는건 좀 모순이다.

한국의 조직 사회에서 일해보지 않은 내가 뭘 분명하게 비교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무리임을 잘 안다.

그래도 인터넷 뉴스나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그 억눌림과 눈치 사이에서 퇴근도 제 시각에 못하는 상황들을 익히 들었던터라,

그들의 어려움과 비애를 공감하며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감사했던 것은,

내가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음이었다. 내 아이들이 한국이 아닌 곳에서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사랑하지만, 한국의 시스템이 난 싫다.

브라질도 갑을의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한국만큼 직장 상사와 아래 직원의 관계가 그정도는 아니다.

하긴, 이것도 내가 뭐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다.

브라질의 조직 사회에서 일한 경험이 없으니...

 

고졸이 버텨내기가 그리도 힘든 한국 사회...

하긴 어디 고졸뿐이겠나. 지방대도 버텨내기 힘든 한국 사회를 보면서,

자본주의는 그런 것인가?

현란하고 화려함 뒤로 그 차갑고 어두운 얼굴을 보며 치를 떨어야했다.

이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을의 입장에 분통터져하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지만,

과연 나는 일상 속에서 갑의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생에는 참으로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캐릭터를 그려냈는지...

온갖 인간들의 유형이 총집합된듯한 느낌이었다.

 

그 중에서, 나는 저 중에서 어떤 유형일까?

내가 아는 사람들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

나는 어떤 스타일의 리더일까?

내가 아랫사람이었을 때는 어떤 유형의 직원이었을까?

그렇게 그림 맞추기를 하듯 유형을 살펴 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남 다른 재미였다.

 

온전히 나쁠 수도 없고, 온전히 좋을 수도 없는...

개인적으로 장백기의 캐릭터가 참 많이 공감이 갔다.

최고의 스펙을 갖고 열정도 있고 혈기도 있지만,

마음이 온전히 너그럽고 선한 것도 아니어서 질투도 하고 가끔 째째한 모습도 보이지만,

옳은 것과 선함에 깨어있는 평범한 인간상...

 

온전히 강하기만 한 것도,

온전히 정직하기만 한 것도,

온전히 악에 대항해서 싸우는 것도 사실은 그리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지만, 늘 우리가 그럴 수 있는건 아니니까..

 

우리는 늘 선과 악의 양면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며,

그 둘 중 어느 것에 먹이를 주는지가 때때로 다르게 나타나는 존재이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하고, 잠시 악을 선택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또 다시 선으로 돌아서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모습이니까..

 

장그래가 자신이 매순간 맞닥뜨리는 상황을 바둑의 한 수와 비유하는 것이

내겐 참 많은 배움을 안겨주었다.

미생과 완생...

우리는 모두 미생이고, 완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오차장의 말도 그렇고,

적과의 싸움에서 반항하고 대항하는 것만이 옳은 수는 아니라는 것,

때때로 가만히 있는 것이 반격의 한 수일 수도 있다는 것...

그 경지까지 오르기 위해선 인품의 됨됨이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암튼, 그 중에서 가장 싫었고 열불터지는 캐릭터는 역시나 뺀질과 아부의 대명사 성대리였는데,

(그만큼 그 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잘했음이기도 하겠지만,)

정말이지 콱~ 엎어버리고 싶었다~

결국 권선징악~

자기가 뿌린씨는 자기가 거둔다는 것은 삶의 진리다.

난 그것이 드라마에서만 벌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정직하다고 굳게 믿는 나니까.


장그래...

노력의 질과 양이 다른 우리의 장그래....

그 맑은 눈으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열정으로 자기를 지켜나가는 장그래...

임시완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장그래는 임시완이었어야 완생되는 역할이었음에 누가 토를 달 수 있을까?

정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연기에 참 많이도 울었더랬다.

그래가 느꼈던 그 모든 슬픔과 절절함과 열망이 그대로 전해져서...


오과장 이상민의 연기야 두 말할 것도 없고,

똑똑하고 차가운 이성과 현실 감각을 지닌 완벽해보이는 안영이...

뺀질이 같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의리파 한석율...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공감을 자아내게 한 장백기...

선배로써 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며 상사인 오차장을 존경하고 따르며, 신입인 장그래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김동식..

굳이 한명을 더 뽑자면 자원팀의 엘리트이 표본 모델로 보이는 지적이고 빈틈없는 듯 보이지만, 역시 인간애를 지닌 강대리.

정말이지 그들 모두 훌륭했고, 정이가는 캐릭터였다.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연기를 실감나게 잘하는지...

각 맡은 역할이 그들이 아니었으면 절대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생에 푹 빠져 보낸 삼일...

그리고 내린 결론~

절대 드라마는 보지말자~ ^^;;

덕분에 책읽을 시간을 드라마에 다 쏟아부었지만,

나름 깨달음과 배움이 많았던 드라마라 그 시간이 덜 아깝게 느껴졌다.


물론,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는 모든 분들이 미생에서와 같은 극적인 분위기에서 일을 하시는거야 아니겠지만,

그래도 드라마란 현실을 반영하여 보여주는 가상 현실이니만큼, 

관료주의와 봉건주의 사상이 짙게 들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 마음 고생을 하는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회사원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들의 꿈을 응원하며...

포기했다고 해서 꿈이 '꿈'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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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 장미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