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

pumpkinn 2014. 12. 20. 23:35


                                                                                                                     2014 12 19일 금요일

 

벌써 또 금요일.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는 요즘은

마치 테이프를 빠른 속도로 Play 보튼을 눌러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 속에 휘둘러지고 있다는 씁쓸함이 들었던 요즘이었지만,

오늘은 그래도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매일같이 해야하는 일이야 말할 대상도 아니고,  ^^;;

올해 마지막건인 중요한 주문을 끝내고

연말 휴가를 떠나는 계리사 사무실이 문을 닫기 전에 직원들 오버타임챠트를 계리사 사무실에 보낸 후,

직원들에게 2차 보너스까지 다 주고 나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헉헉대며 바삐 보내긴 했지만 하루를 잘 보낸듯한 충만감이 들었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는 날. 나는 좀 일찍 퇴근했다.

남편에게 오랜만에 Higienopolis에 데려달라고 했다.

오랜만에 Saraiva에 좀 앉아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라이바에 가기 전에 스타벅스에 들러 까페라떼 Tall Size를 사서 내 공간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오랜만에 오는 곳인지..

이 동네에 살땐 하루가 멀다하고 출석 도장을 찍었던 그곳.

뭉클한 감회까지 든다.

'내가 이곳을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몰랐던 사실도 느끼게되고...

 

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 가장 편해하는 곳,

가장 있어야 할 곳에 있을때 느껴지는 그런 행복감..

그런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테이블이 있는 자리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이렇게 되면 마음을 비우고 그저 빈자리 아무데나 앉아야 한다. ^^

왼쪽을 보니 예전에 내가 좋아라하던 커다란 네모난 의자가 하나 비어있고...

흐뭇한 마음으로 앉아서 안광복 선생의 책을 읽었다. ^____^

 

안광복 선생은 내가 참 존경하는 분이다.

안광복 선생의 얼굴을 뵈었고 (Youtube ^^) 그분의 강의를 들었던 터라

책을 읽다보니데 그분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그분의 글은 물론 강의도 얼마나 맛갈스럽고 재미나고 유머러스하게 하시는지...^^

마치 변성기가 아직 지나지 않은 듯한 맑은 목소리는 '오빠'같은 분위기다. ^^;;

 

내가 안광복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은 바로 책을 통해서다.

그분이 쓴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를 읽으며

얼마나 열광하며 난리 부르쓰였던지, 그야말로 감정의 광란의 대폭발이었다고 할까?

책을 읽어나갈수록 줄어드는 분량을 아쉬워하면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여주었고,

각 철학자들의 사상과 삶 속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저 먼 곳에 올려진 철학이 가깝게 느껴졌음은 물론,

내게 멀게만 느껴지던 철학에 관심을 갖게해준 스승아니신가.

 

암튼,

그렇게 행복 속에 젖어있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이제 약속 장소로 옮겨야 하는 시각이다.

받은 주소가 내게 익숙한 길이었기에 느긋하게 약속 장소로 향했다.

 

길을 걷다보면 이런저런 생각 속에 잠기기 마련...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는 수 많은 생각들 속에 잠겨 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 정말 느긋하게 걸으시네요~”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돌아보니,

어느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시면 내게 건넨 말씀이셨다~ 하하하하~

그랬나요~?”하면서 같이 웃어드렸더니 손을 번쩍 들으시며 인사를 하신다. ^^

나도 손을 번쩍 들고 인사를 드렸다. ^__^

그 모습을 보고 있었던 버스 정류장에 있던 분들이 나를 보며 웃으신다. ^^

 

아주 찰라적인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사람 좋은 미소를 띈 할아버지가 날려주신 한 마디가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내가 그렇게 느긋하게 편하게 걷고 있었나..?

아마도 그것은 그 순간의 내 마음의 상태였을게다..

 

이렇게 불쑥 내 일상에 끼어드는 풋풋한 사건들을 나는 사랑한다.

행복한 기분으로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5분 전이다.

늦지 않았다. ^^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이었는데,

벽돌로 꾸며진 안의 분위기가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내가 딱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

가끔씩 그 앞으로 지나다니면서 이곳은 뭐하는 곳이지..? 하던 곳이었다. ^^

알고보니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이었던 것. ^^

 

가서보니 두 분의 언니들이 먼저 와 계시고..

군청색 티셜츠에 까만 진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고 들어갔더니,

언니들이 웃으신다. 하하하~

보니 언니들은 우아하게 차려입고 오셨는데 나는 완전 섬머슴애 분위기.. 큭큭~ ^^;;

그래도 워낙 내스타일이 이런줄 아시는 언니들, 그게 개성이라며 웃으신다. 하하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 분 두 분 들어오시고...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들을 나누며 웃기도 하다가 속상해하기도 했다가

그렇게 아줌마들의 특유 코드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회장 언니로부터 황송하게 선물까지 받고.. ^^;;

 

밖엘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예쁜 밤이었는지...

집에 돌아오니 왠지 하루를 참 잘보낸듯한 느낌에 괜히 실실 웃음이 나왔다. ^^

 

그 와중에 애리에게 소식이 와있었다. 짐 때문에 걱정했는데 스페인에 잘 도착했다고

애리는 어제 학기말 시험을 끝내고 스페인에 있는 친구에게 갔다.

오늘 함께 Santiago de la Compostela로 떠난다.

짧은 기간의 순례 여행이지만둘의 여행이 삶 속에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주길 바란다.


애리의 행복한 소식으로 나의 하루는 그렇게 예쁘게 마무리되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비내리는 야경은 평소와는 달리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였다...^^

흐뭇했던 내 마음 때문이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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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부쩍 어렸을 때 좋아했던 포크송을 많이 듣는다.

추억할게 많아서일까..?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

오늘의 곡으로 골라봤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서유석 - 아름다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