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토마스 머튼 그리고 나...

pumpkinn 2014. 10. 1. 11:31

 

 

토마스 머튼의 영성일기를 읽다보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놀라게된다.

어떻게 그는 하느님을 그토록 절절하게 사랑할 수 있나?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나?

이토록 섬세한 감성을 지닐 수 있을까? 혹시 여자..? ^^;;

그의 순수하면서도 극치에 가까운 순진한 진지함은 내겐 차라리 유머로 다가온다.

 

또 놀라운 것은,

내가 대학시절 그토록 존경해마지않던 교수님 Mr. Wolf를 쏙 빼닮았다는 사실이다.

울프 교수님과 토마스 머튼의 닮은 점은 외모도 외모지만, 

맑은 영혼만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하고 영롱한 눈빛을 가졌다는 것.

그 눈빛에 묻어있는 호기심 가득한 개구끼는 또 어떻고...

책 표지에 실려있는 그의 사진을 보며 친근감을 느꼈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게다.

 

낮엔 현실에서 묻혀 악악거리며 살다가 밤에 그의 책을 들면

마치 에덴의 생명나무 그늘 아래 앉아 마음의 평화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그와함께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서 더러운 때를 씻어내는 듯한 느낌..

이기심으로 가득한 나의 현실과 반성을 오가는 나의 이중생활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손을 놓지 않는 한. 내가 나를 비우지 않는한은 말이다.

 

“... 어제 우리는 산중턱으로 내려가 옥수수밭 잿빛 흙더미 위에 거름을 뿌렸다.

나는 마냥 행복해서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읽다가 뭉클 눈물이 그렁거려졌다. 나도 덩달아 행복해져서...

그는 큰소리로 웃을 뻔 했는데, 나는 큰 소리로 울을뻔 했다.

마냥 행복해서 큰 소리로 웃을 뻔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성체 앞에 앉아 하느님 안에 잠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토마스 머튼.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에 맴맴거리는 생각은 그 느낌이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다.

관상 기도가 마치 삶의 가장 큰 기쁨으로 느끼는듯한 토마스..

 

관상 기도에 대한 성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많이 들었으나

나는 관상기도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

기본 기도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내가 무신 관상 기도...

내게 있어 관상 기도란 성인성녀나 아주 대단히 신심이 깊은 분들이 하는 것.

내게는 너무나도 멀고 높고 어렵다 못해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느껴지는 기도다.

 

우선은 진득하게 기도 속에 잠기지 못하는 내가 가장 큰 문제.

모순적인 것은 나는 한 자리에 몇 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는 거이 어렵지 않은 사람이란게다.

책을 읽을 때나, 수업을 들을 때나, 음악을 들을 때나, 영화를 볼 때나, 또는 수다를 떨 때나..

눈 깜짝하지 않고 집중을 흐트리지 않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내가 단 한가지 가만 앉아 있지 못하는 것은 놀랍게도 기도할 때인게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일까?

왜 나는 기도 속에 빠지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나에게있어 기도란 누리는 대상이 아니라 맨날 동경의 대상이어야 하는 걸까?

 

그나마 내게 가장 편히 와닿고 실천 가능했던 기도는

이름없는 순례자가 가르쳐준  바로 예수의 기도였다.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내생각엔 바로 이기도가 향심기도로 향하는 기도가 아닌가 싶다.

이 기도를 꾸준히 하다보면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분심들은 비워지고,

관상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 야무진 바램을 간직하고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차분히 다가서도록 하자.

나의 영역은 의지와 양일뿐, 질은 하느님의 소관이시니...

그저 많은 양으로 하느님께 감동을 드리는 수 밖에...

 

.. 감동..

그러고보니 내가 기본적인 것도 하지는 않고 떼만 쓰고 있는 꼴이다.

.

.

 

내 안에 계신 주님께서 나를 당신께로 이끌어주심을 믿으며...

 

시와 그림의 여호와의 유월절...

 

 

 

 

여호와의 유월절

 

                                - 시와 그림 -

 

 

지극히 높은 주님의 지성소로 들어갑니다
세상의 신을 벗고서 보좌 앞에 엎드리리

주를 향한 사랑과 신뢰가 사그러져갈
하늘로부터 이곳에 장막이 덮이네

(
후렴) 이곳을 덮으소서 이곳을 비추소서
안에 무너졌던 모든 소망 회복하리니
이곳을 지나소서 이곳을 만지소서
안에 죽어가는 모든 예배 살아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