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아빠들도 함께한 15세 성인식 강의를 마치고...

pumpkinn 2014. 8. 4. 10:47

나는 강사가된다면 김창옥 교수같은 스타일의 강사이고 싶다.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이 있고 배움과 깨달음이 있는 그런 일상 속의 공감이 함께하는...

 

 

강의에 대한 갈등...

 

매해마다 돌아오는 이 시기쯤엔 15세 성인식이 있고,

15세 성인식을 하는 학생들를 위한 강의를 지금 몇 년 째 해오고 있다.

강의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좋은 습관이라는 타이틀로                 

션 코비의 청소년들을 위한 7가지 습관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다.

 

벌써 몇 년째 강의를 해오고 있지만, 강의를 하는 것은 내게 늘 갈등을 안겨준다.

신경을 쓰고 준비를 해야하는 부담이 싫은 것이 아마도 내가 느끼는 갈등의 본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한국어로 강의하라해도 도망치고 싶을판에 포어 강의라니.

그것은 내게 이만저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게다.

 

암튼, 우습게도 나의 이런 갈등과 고민은 매해  반복되고,

매해 반복되면서도 늘 하곤한다.

사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두려해지만,

헤베카 수녀님께서 떠나시게되니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받아들였던터다.

하지만 올해는 분명히 마지막이라고 수녀님께 전달했고,

새로오신 사비나 수녀님께서는 우선은 그러시마하셨다.

 

배짱 또는 자포자기..

 

이번 강의는 그렇게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며 임한 강의였다.

준비를 하는 동안 사비나 수녀님은 함께 매주 만나서 교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당신께서 15세 소녀들을 위해 준비하는 프로그램을 우리에게 나눠주시고 보여주셨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체계적이고 함께하며 뭔가 많이 배울 것 같은 느낌..?

그런 기분좋은 느낌이 함께하는데, 당신께서 준비하신 프로그램중의 하나가

아빠와 데이트를 하는 그 날 하루는 7가지 습관 수업을 아버지와 함께 듣는다는 것이다.

 

아빠들도 함께 강의에 참석하셔서 7HB이 무엇인지,

아이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을 엿보시며, 또한 당신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듣게 하실거라는 말씀에 나는 기겁을했다.

 

애들앞에서 하는 것도 괴로운데 아버님들 앞에서라니.

게다가 이번에 오시는 아버님들 중에는 루도비꼬의 친구분들도 많은데..

~ 완전 죽을 맛이었다~

내가 전문 강사도 아닌데 아빠들까지...

게다 이 엑센트 심한 포어로...

내 머리 속은 완전 빛의 속도로 돌아가며 온갖 끔찍한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든 강한 적응력을 보인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끔찍한 상상 속에 걱정을 하다보니 그만 익숙해졌다.

까이거~!!하는 배짱이 생기는가 싶더니

한번 챙피하고 말지 뭐. ^^;;

때로는 자포자기까지 가고..-_-;;

 

배짱이던 자포자기던 내게 용기를 주었던 것은

종종 강의를 말아먹는 스타강사들 덕분이었다.

그런 전문 강사들도 강의를 말아먹곤 하는데, 내가 좀 못한다고 해서 뭐 그리 부끄러울 일인가?

 

하지만 그보다 진정 내게 용기가 되어준 분은 막내 보좌신부님이신 바오로 신부님이었다.

내게 어떤 특별한 말씀을 주신 것이 아니라,

청소년 담당이신 바오로 신부님께서는 오신지 얼마되지도 않는데

포어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시는 모습이었다.

물론 완벽하진 않으시지만, 포어로 강론하시는 모습이 너무 당당해 보였던 것이다.

 

신부님이라고 해서 떨리지 않으실까?

신부님의 용기에 감동을 먹고 나도 용기를 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이다.

 

강의...

 

그렇게 걱정도 많고, 애리를 보내느라 바쁘기도 헀던 한 주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내가 강의 준비에 들어간 것은 바로 목요일 저녁이었다.

다시한번 책을 읽으며 기본을 두드리고,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를 뽑았다.

아빠들이 계시지만, 아이들을 위한 수업이니 나는 모든 강의 초점을 아이들에게 맞췄다.

더우기 1시간 반짜리 수업을 40분에 끝내야하니 온전히 핵심 메세지만 전달해야하기에

나의 모든 신경은 핵심 메세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에 쏠려있었다,

 

금요일 밤 10시가 되어서야 리허설을 해보는데,

영 흐름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거였다. 습관 2만 시작을 너댓번을 반복했다.

그렇게 연습을 해보니 쓸데없는 부연설명이 흐름을 막음을 알게되었고,

드 쓸데없는 설명들을 빼고나니 좀 깔끔하게 다듬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는 다음날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고 집을 나섰다.

 

강의가 있을 때는 항상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내 마음도 좀 다듬고, 강의실을 내가 원하는대로 꾸미(?)

분위기를 잡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양 옆으로 너무 떨어져있는 의자들을 가운데로 좀 더 몰아넣었다.

아이들을 한 줄로 앉히지 않고, 아이컨텍을 할 수 있도록 중앙으로 앉을 수 있도록

준비해간 프린트물을 자리에 얹어놓았고,

아빠들은 아이들 뒤에 앉으실 수 있도록 했다.

 

수녀님께서는 아이들과 아빠가 함께 앉으셨음 했지만,

난 아빠들이 아닌 학생들과의 아이컨텍을 원했고,

또한 간단하게 시행될 사명서 작업을 할때

아이들이 아빠 눈치를 안보고 편히 쓸 수 있기를 바랬다.

 

그렇게 준비를 해놓고 나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학생들과 아빠들이 하나 둘 들어오셨다.

, 난 이런 긴장감이 정말 싫다.

어떤이들은 이런 긴장감 속에 엔돌핀이 돈다는데, 나는 아니다.

 

수녀님께서 기도를 시작하시고 드디어 내 강의 차례가 돌아오고.

내 소개와 인사를 하고 지난 주 다른 선생님이 하신 강의를 복습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시작했는데,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감사했다.

시작하기 전 기도를 드리면서, 당신이 저를 선택하셨으니 당신께서 책임 지십시오.

하느님께 으름장(?)을 놓았던 기도가 통했던 것 같다.

아이들도 함께 반응을 하고, 아빠들도 열심히 들으시는 모습이 내게 피드백 에너지가 되어주어

강의를 만족스럽게 끝낼 수가 있었다.

 

만족스런 강의...

이것은 잘했기에 만족스러웠다는 것과는 다소 다른 뜻이다.

그보다는 내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것에 많은 점수를 둔 시간이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웠고, 스스로 기특하다고 느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아쉬웠던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과 예로 강조를 했으면 좋았을 두 가지 (술, 플래너) 가 미약했다.

시간때문이라는 핑계는 댈 수 없는 부분.

 

어쨌든, 시작 전에 느껴지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긴장김에서 나오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정말 싫지만,

일단 시작하고나면 차분해지며 덤덤해지는 것은 내가 가진 성향 중에 고마워해야할 부분이다. 

 

강의 후 느낌...

 

귀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두번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한번으로 족하다. 하하하~ ^^

이미 수녀님께 내년부터는 하지 않겠다고 진지한 설명과 함께 말씀을 드려놓았다.

 

나는 강의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강의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대일의 대화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은 좋아하지만,

대다수를 상대로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나눔은 좋아하지만 가르침이라는 것은 벽처럼 느껴지는 사람인게다.

 

어쨌거나, 이번 주면 끝난다.

이번 주는 학생들에게만 강의를 하는 것이니 덜 부담이긴 하다.

그리고 인제 자유다~ ^^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이들은 기회가 없어 강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나는 기회를 주어도 이렇게 싫다고 도망을 다닌다.

역시, 강의라는 것이 내게 열정을 안겨주는 무엇은 아닌게다. ^^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음엔 틀림없다.

 

어찌나 홀가분한지 끝난 후 날아갈 것 같았다. ^^

더우기 내년부턴 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해방감까지 느껴지고...^^

그 해방감은 오늘까지 지속되었다.

내일부터는 또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마지막 강의가 될 이번 주는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한 한 주를 보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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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상상의 절정으로 데려가며 벅찬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곡...

언제들어도 나를 들뜨게하고 설렘을 안겨주는 Omar Akram의 Free As a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