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새 보금자리에서의 한 달...

pumpkinn 2014. 9. 20. 07:52

 

내집...

 

2014 8 21일 드디어 오랜 시간 준비했던 새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처음 갖는 내 보금자리.

내가 국민학교 2학년 1학기때 아빠의 사업 실패 이후로 우리는 대구로 동두천으로 이사를 다녔고,

좀 더 커서는 영역을 좀 더 넓혀 외국으로 이나라 저나라로 이민을 다니는 동안

나는 한번도 내집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결혼해서도 내집이라는 개념에 무관심했다.

자본이 생기면 우리 부부는 사업 투자를 했지,

집을 사야한다는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친한 언니의 소개로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게되었고,

지난 6개월 동안 나는 아파트 데코레이션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살림엔 관심도 없고 센스도 없는 내가 뭔 아파트 데코레이션..?

 

이번 일을 하면서 나도 여자구나..”싶었다.. ^^

나름 원하는 컨셉이 있었고, 나름 원하는 것도 있었다.

그게 넘 재밌고 웃겼다.

하긴, 그런 나를 보며 나만 놀란게 아니라, 나를 아는 언니들 모두들 놀라셨다.

내가 뭔가 거창하게 멋있게 해내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자체로..^^;;

 

그렇게 알키텍터들과 상의하며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는게 얼마나 재밌었는지..

일이 다 끝나고 나니 마음 한켠이 허전할 정도였다..

 

고마웠던 것은 남편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라며 나중에 마음에 안들어도 절대 토달지 않겠다는 것.

겁이 덜컥 났다. 첨엔 과연 내가 잘 해낼 수가 있을까?

센스쟁이 남편의 눈에 마음에 안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하다보니 내가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던 것이 재밌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술적이거나 여성스럽거나 아기자기한 것과는 거리가 먼 나이기에

남편도 애저녁에 내가 집을 이쁘게 꾸밀거란 기대는 하지 않아준 것이 고마웠다.

 

컨셉..

 

우리집의 컨셉은 도서실이다..^^;;

벽 한면을 모두 책장으로 꾸몄다.

나의 꿈이었다.

 

심플한 분위기의 나만의 도서실..

아니 우리 가족만의 도서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도서실 분위기를 내고자 모두 나무로 했다.

이번 일을 하면서 느꼈다.

내가 얼마나 나무를 좋아하는지..

 

암튼, 열심히 작업만 하고 돌아다녔지 정작 이사갈 날짜는 잡지도 않고 차일피일 미루던 나.

이러다가는 올해가 지나도 이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날짜부터 잡고 준비를 했다.

그러고는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이사를 하니 얼마나 정신이 없던지...

 

이삿짐을 싸고보니 책만 30박스가 넘었다.

그 책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사랑하는 내새끼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특별히 맞춘 나만의 책장에 책을 쟝르별로 정리를 하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정말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남편은 박스를 뜯어 책을 꺼내주고, 나는  책장에 정리하고,

분야별로 정리를 하다가 마음에 안들면 다시 꺼내서 자리를 바꾸고 그러기를 며칠이었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나는 어깨춤을 추면서 히프를 흔들어대고 난리 부르쓰였다.. ^^;;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며 그렇게 좋냐며 함께 좋아라하고...

행복이란 이런거구나 싶었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책장.

아무래도 나는 책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책장을 사랑하는 것 같다. 아이고야~ -_-;;

 

 

남편은 내가 집을 꾸미는 동안 정말 한번도 오지 않았다.

나도 쨘~하고 싶었기에 굳이 보러가자고 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이사가기 2주일 전 가보고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며 던지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남편 마음에 들어 나도 참 좋았다.

사실 마음에 안 들 것도 없을 것이다. 심플 그 자체로 뭐 있어야 말이지..^^;;

책장과 소파와 TV 만 달려있을 뿐.. 큭큭~ ^^;;

 

 

일상의 불편함 & 간사함

 

그렇게 몇 일을 보내고 나니, 일상 속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손질 보아야 하는 곳이 눈에 띄고,

마무리가 되지 않은 것이 제법 많아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행복해 죽는다더니...

인제 좋은 것은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지고,

불편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작업하는 분들이 일을 펑크내고 안오기 시작하고

내가 없을 때 왔다가면 뭔가 꼭 하나씩 덜 되어있거나 마무리가 엉망이고...

뭐 이런 일들의 연속...

 

며칠 전에는 급기야 인터넷 때문에 머리 뚜껑이 열렸다.

아니 인터넷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그동안 참은게 폭발한 것이다.

그렇게 열이 받아 전화에 대고 인터넷 회사에 난리부르쓰를 추고나니

내 모습이 어찌나 챙피하고 부끄럽던지..

그럴때면 씁쓸함과 공허감이 그림자처럼 달라붙는다.

 

전과는 달리 내가 인터넷 없으면 죽는다고 난리 치는 것도 아닌데,

좀 느긋하게 참아도 되었는데,

수리가 좀 늦으면 어떤가 언젠가는 되는데...

그런 반성이 일은게다.

 

사실 내가 화가 치밀었던 것은 인터넷이 안되서도, 수리가 늦어서도 아니다.

약속의 어김이었다.

온다는 시간에 오지 않고 사전 연락없이 펑크내는 것들이 나를 화나게 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은 참으로 볼성 사나운 모습이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반성 & 성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고,

모든 사랑은 하느님께도 통하는 것..

 

역시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사랑의 부족이었고, 기도의 부족이었다.

하느님께서 내게 이토록 퍼부어주시는 축복에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이

나로하여금 메마르게 했다.

나의 메마른 영성이 내가 접한 상황 속에서 이렇게 날카롭게 반응하게 했던 것임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집에오면 편해야하는데 자꾸만 눈에 띄어지는 일들이 나를 미치게했던 것은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이었을 뿐,

실은 내 안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을 하였던게다.

어제 씨튼 영성 센터의 김영선 카타리나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선 확실하게 깨달았다.

 

지난 한 달 동안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간이었다.

지금 내 마음은 평온하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느낌단상을 적고 있다.

지금 내 마음엔 감사함이 가득하다.

 

그 무엇보다도 내게 주어진 기회에....

내게 많은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

내가 무언가를 누릴 수 있는 기회,

내게 주어진 축복에 감사드릴 수 있는 기회,

그 모든 기회를 허락하심에 감사드리며,

내게 허락하신 그 모든 것을 마음껏 누릴줄 아는 겸손된 지혜를 가진 나일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린다.

 

내 안의 어두움을 사랑의 빛으로 비춰주시고,

당신의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게 하소서.

 

나의 새 보금자리가 그분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축복의 공간...

그 분의 사랑 안에 머무는 은총의 공간이 되기를...

It wolud be my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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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anberris -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