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독일 우승과 월드컵...

pumpkinn 2014. 7. 14. 09:25

네번째 우승에 기뻐 어쩔줄 모르는 독일 선수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포돌스키의 얼굴이 보인다.

 

 

 

드디어 월드컵이 끝났다.

독일의 우승으로.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파이널 경기는 역시나 대단했다.

숨을 쉬기조차 어려운 긴장감 속에 박진감 넘치는 템포로 이어지는 경기.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도 뮐러가 있는 독일도 막상막하.

전후반전을 0 0으로 보내고 급기야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경기를 보며 체할 것 같았다.

넣을 듯 넣을 듯 넣지 못하는 골들을 보며 체증마저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교체로 들어온 어린 괴체가 역사적인 골을 넣다니.

처음 월드컵에서 뛰는 괴체.

단 하나의 골을 넣어도 이렇게 넣으면 역사에 이름이 길이 남는다. ^^

 

괴체가 연장 후반전에 넣은 골이 결정적으로 독일에 네번째 우승컵을 안겨주는

모든 독일인의 가슴에 깊이 새기는 독일인의 염원을 풀어주는 역사적인 골이었던게다.

어디 독일인들 뿐이겠는가? 우리 네 가족도 죽어라고 응원을 했다.

 

하긴,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독일을 응원했을 것이다.

영원한 경쟁국인 아르헨티나가 이기는 것보다는,

비록 브라질을 7-1로 이기며 브라질 축구 역사상 잊혀질 수 없는 웃음거리로 만들긴 했지만,

독일이 이기길 바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심리상태다다.

우리와 일본의 관계.

 

독일의 우승은 정말 모든 이들의 축하 속에 함께 했다.

그들의 겸손함, 그들의 성실성, 그들의 팀웤, 그들의 승부욕과 멋진 플레이는

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아 마땅했다.

 

브라질을 이기고서도 그들은 자만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브라질을 보며 자랐다며 브라질은 자신들의 영웅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은 브라질을 이기러 온 것이 아니라, 우승을 하러 온것이기에.

브라질을 이겼다고 자만하지 않는다고 했다.

겸손하면서도 무엇때문에 브라질까지 왔는지를 매순간 떠올리며 자만하지 않는 그들.

얼마나 멋진 그들인지.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냉철한 마인드의 요하임 뢰브 감독.

우승을 축하합니다.

YOU DESERVED THE VICTORY~!! YOU ARE THE WINNER~!! ^^

 

 

내게 있어 가장 놀라웠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의 표정이었다.

독일팀이 놀라운 점수차로 브라질을 이기고 있는데도,

나는 그의 웃음을 보지 못했다.

내가 그의 웃음을 본 것은 바로 오늘 우승이 결정났을때, 그가 우승컵을 받으러 올라갔을 때다.

그것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그 순간까지 자만하지 않는 냉철함이었다.

 

냉철하면서도 이성적이고 전략적인 요하임 뢰브 감독.

뢰브 감동의 수석 코치 시절까지 합하면 이번 월드컵까지 5번째 출전하는 월드컵이다.

4강까지 올라갔으면서도 아쉽게도 우승은 하지 못하고 2등과 3등에 머물며 4강 코치라는

그닥 자랑스럽지 않은 닉을 얻었지만,

바로 오늘로서 그는 그가 옳았음을. 그가 독일에 우승을 안겨주는 감독임을 입증했다.

 

이것은 그만의 승리가 아니라 바로 독일의 저력이자 승리다.

번번히 실패하는 감독을 여전히 신뢰하며 기회를 준 독일에게 주어진 승리인 것이다.

 

한국은 10번 잘하고 한번만 실수를 해도 경질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며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독일은 4번이나 믿고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해냈다.

결국은, 그들을 믿고 기다려준 독일이 해낸 것이다.

 

그것은 독일이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리고 그것은 믿음이 주어지는 사회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기다려줄 줄 아는 나라, 사회, 공동체, 가족이 결국은 훌륭한 인물을 배출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한국 선수들에게 퍼부어진 엿세례를 보면서,

홍명보 감독에게 퍼부어지는 모든 책임론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기다려줄줄 아는 덕을 보여주는 나라였으면, 국민이었으면, 공동체였으면 하는 바램.

 

어쨌든, 독일의 승리는 당당했고, 마땅한 결과였다.

괴체가 결승골을 넣는 순간 우리 가족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부등켜안고..

그야말로 좋아라 난리 부르쓰였다.

마치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골이라도 넣은 것 처럼.

 

 

고개숙인 메시. 마음이 짠했다. 최고선수상을 받고도 웃지 못한 메시.

그렇게 슬퍼보이는 최고선수는 처음 보았다.

잘했어 메시. 또 다시 기회가 있잖아. 러시아 월드컵에선 너를 응원할께..

네가 눈물을 안보여서 고마웠어. 넌 강한 선수야. 화이팅~!!

 

 

순간에 비쳐지는 상반되는 장면..

좋아 어쩔줄 모르며 골 세레머니를 펼치는 독일 선수들..

저 편에 고개를 푹 숙인 메시.

열렬히 독일을 응원한 나였지만 그런 메시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머지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든 만회해보려고 악착같이 뛰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몇몇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보여졌지만,

메시는 울지 않았다. 울지 않아서 고마웠다.

그 모습이 어찌나 인상적이고 멋져보이던지.

열심히 싸운자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우승컵이었는데, 이번엔 아니었던게다.

 

많은 생각이 교차했을 것이다.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월드컵은 4년 후고.

그때는 또 다른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는 것.

메시의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표정이 그냥 그대로 이해가 되었다.

 

어쨌든, 독일의 우승으로 브라질 월드컵은 끝났다.

월드컵이 끝나서 허전한 느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월드컵 때문에 경기도 안좋아졌는데 매장 문까지 일찍 닫아야했던 지난 몇 주..

월드컵이 끝나서 신나야 할 상화에 허전하게 느껴지다니..

이건 완전 애증의 관계다.

 

내일은 월요일.

월드컵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첫 날이다.

승리의 기쁨은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온 열정을 다해 열심을 다한 사람들의 몫이다.

나도 독일처럼, 또는 그 밖의 월드컵의 무대에 섰던 모든 나라의 선수들처럼..

그렇게 승리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

 

결국, 그것은 내가 얼마나 일상을 충실히 살았느냐에 달린 것일터.

열심히 일하자.

일상 속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나일 수 있도록...

.

.

Silvio Rodrigues와 Pable Milanes의 Yolada를 오늘 곡으로 골랐다.

이 곡은 특별히 리오넬 메시를 위해 골랐다.

잘 싸웠다고, 충분히 훌륭히 멋지게 해냈다고 위로해주고 싶어서...

월드컵에서 멋지게 싸워준 모든 선수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Yol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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