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비움’의 비슷한 말을 말해보라 한다면,
아마 나는 선뜻 ‘자유’라고 할 것 같다.
그럼, 비움의 반대말을 말해보라면?
‘채움’이나 ‘가득함’이라기보다는 ‘집착’이나 ‘얽매임’ 쯤 되지 않을까?
문득 '비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자리 때문이었다.
앉을 자리 하나 없이 꽉 찼던 사라이바.
요즘들어 내가 실천하고 있는 ‘비움’ 중의 하나는
‘자리’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이었다.
참으로 재밌는 일은,
내가 찜한 자리에 앉으려고 집요한 집착으로 속을 끓일 때는 한번 차지하기 어렵던 자리가,
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그 순간부터,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기다려주는게 아닌가.
사라이바에 들어가기 전에 어김없이 해야하는 의식 중의 하나는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일.
사라이바 앞을 지나가다 자리가 비어있으면 행여 내가 커피를 사는 동안에 누가 앉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전전긍긍 불안에 떨곤 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내자리가 될거라면 비어있을거야” 하는 마음으로 임하니,
참으로 묘하게도 나를 위한 자리가 늘 비어있는 것.
그러니까,
전에는 내가 자리를 찿아 다녔다면, 이제는 자리가 나를 위해 비워놓고 기다려주는 것 같다.
오늘도 그랬다.
사라이바에서 책을 좀 읽다 가겠단 내 말에 앉을 자리가 없으니 그냥 집에 가자는 남편.
“아니~ 내가 커피사고 오면 분명히 내가 앉을 자리가 나올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느긋하게 편한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향한 사라이바. 아니나 달라, 꽉 찬 자리 중 하나가 하나가 나있었다. ^^
비록 내가 선호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인제 ‘내자리’라고 찜해놓고는 죽어라고 어떤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니,
아무 자리나 좋아라하며 앉는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자리에만 앉으려는 집착에서 벗어났던 것은 나의 1차적인 자유로움이었고,
‘자리’라는 것 자체에서 벗어난 것은 내게 있어 좀 더 성숙된 자유로움이었다. ^^
덕분에, 나는 아무데나 앉아서 내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선물까지 받았다..
문득, 자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하나도 삶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쫓아가면 도망가고, 자유로이 놓아주면 내게 다가오는 모양새가 말이다.
그래서 많은 종교들이 ‘자유로워져라’ ‘집착에서 벗어나라’ 라고 가르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유.
지난 날 참으로 내가 사랑했던 단어다.
내가 나를 스스로 가둬놓았던 그 시절,
그만큼 나를 절망케 했던 무엇도 없을 것이다.
잡으려하면 할수록 자꾸만 도망가던 ‘자유’
내가 이리 표현할 수 있음은 스스로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에서 오는 것일까?
죽어도 못 놓는다며 두 손으로 꼭 붙들고는 어쩌지 못했던 ‘자.유.’
어쩌면 인제는 손을 놓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유롭다고 느끼는 딱 고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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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h Sides Now by Judy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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