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브라질이 5대 0으로 지고있다니...

pumpkinn 2014. 7. 9. 05:59

골을 넣고 세레머니 하고 있는 독일 영웅 클로제..

뒤에 어이없어하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줄리오 세살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이 현실감 느껴지지 않는 경기가 브라질과 독일의 축구 경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독일이 전반 30분이 되기 전 브라질을 상대로 5골을 넣어버리다니..

 

경기가 시작되기 전 나는 당연히 브라질이 이길거라 생각했다.

독일이 돌아갈 때 적어도 체면은 세울 수 있도록 골 하나 정도는 넣어줬음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우리 선수들처럼 고국을 돌아갔을때 엿세례같은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이 되기 전에 골을 넣기 시작하더니,

평균 6분마다 골을 하나씩 넣어버리며 브라질을 완전 바보로 만들어버린 독일.

4번째 5번째 골을 넣을때는 나는 정말이지 리플레이를 보여주는 줄 알았다.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는건지...

 

한국은 4-2로 지고선도, 그러니까 골을 두골을 넣고선도 우리 태극 전사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엿세례를 받았는데,

축구 최대 강국인 브라질이 한골도 넣지 못하고 50으로 지고 있다니.

 

한국이 졌을때도 이렇게 눈물이 나진 않았다.

아마도 한국의 전력을 이미 알았기에 단지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던 마음이지,

꼭 이길거라는 기대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들의 아픔, 내 아픔의 경계선이 느껴지지 않는 '우리의 아픔'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아무리 네이마르와 찌아고 실바가 뛰지 않았다하더라도 이건 브라질 실력이 아니다. 

브라질 축구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역대 최고의 부끄러움.

독일 영웅 클로제와 뮬러가 있는 아무리 독일이 잘하는 팀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참히 짓밟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해설자는 여러분의 TV가 잘못된게 아닙니다.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하면서

북받쳐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을까?

 

후반전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발 후반전에선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경기가 되었음 좋겠다.

 

*

 

7대1로 경기는 끝났다.

 

선수들도 울고.

해설자도 울고,

브라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열심히 싸웠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는 줄리오 세사르..

좋은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다비드 루이스....

그게 어디 그들의 잘못인가..?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결과를 안겨준 오늘의 경기...

그래도 브라질 국민들은 그들을 감싸안았다.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며..

 

그게 브라질이다.

경기를 져서  속상하고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의 차원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포용할 줄 알며, 실수를 가슴으로 보듬어줄줄 아는 국민들...

내가 브라질을 사랑하는 이유다.

 

브라질 선수들 잘했어요...

브라질 화이팅~!!

.

.

 

한낮의 백일몽으로 끝난 오늘 경기...

Ilusão처럼 잘 어울리는 곡도 없을 듯하다.  


Marisa Monte & Julieta Venegas의I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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