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킨의 하루

오랜만에 공원을 걸었다..

pumpkinn 2014. 7. 1. 11:01

 

Mp3를 잃어버려 아쉬운대로 음악파일이 담겨있는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생각지 않게 카메라를 들고간 덕분에 한컷 담을수 있었다.

내가 걷기 운동(?)을 하는 Buenos Aires 공원..

 

오랜만에 공원을 돌았다.

그야말로 오랜만에느껴보는 상쾌함이었다.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 상쾌함이란.....

걷는 내내 스스로 얼마나 기특해했는지.

아파트를 나서기 전까지의 갈등을 이겨내고 나간 내자신에 대한 기특함이었다.

 

공원엘 가니 너무나도 오랜만에 나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자주 본다고 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며가며 낯이 익은 얼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곤 했는데,

낯익은 얼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모두 처음 보는 이들이었다.

정말 내가 오랜만에 나온거구나...

 

 

표현은 '공원돌기'라고 하지만, 공원 안을 도는 것이 아니라, 공원 밖을 도는 것이다.

공원이 7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공원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예쁜 공원이라 참 좋아하는 공원이다.

 

공원을 돌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음악.

이어폰을 타고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데 크렌베리의 Dream이 흘러나온다.

언제나 나를 들뜨게하는 음악.

 

이 음악을 들으면 나는 마치 풍선을 타고 구름위로 올라가는 듯한 붕뜬 느낌이되고,

내 가슴 안에서는 무언가 꿈틀거림에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그러다가는 급기야는 내 눈엔 눈물이 고이고.

제목이 Dream이어서일까...?

 

이어서 나온 곡은 Lara Fabian Je Suis Malade이었는데,

감히 슬프다고 표현조차 할 수 없을만큼, 숨조차 을 쉴 수 없을만큼 가슴이 미어지는 곡인데,

오늘 이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곡의 슬픔보다는 라라 파비안의 열정이었다.

 

언젠가 그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언어가 감정에 한계를 그을 수는 없을 거라는 말.

영어가 되었든, 일어가 되었든 이탈리어가 되었든 진실로 노래를 부를 때는,

언어의 한계나 장애를 넘어 마음이 전달이 된다는 것...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단호하고도 분명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짧은 그녀의 한마디가 나를 그렇게 흔들어놓았던 것은

바로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그 안에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Je suis Malade를 들으며 그녀가 떠올랐던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게다.

 

음악에 온전히 빠져 목소리가 아닌 온몸으로 노래하던 그녀.

노래를 끝냈을 때의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온 열정을 다해 불러 마치 쓰러질 것 같았던 그녀의 모습.

그런 그녀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게다.

 

나는 무엇에 그렇게 온 열정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온 몸을 다해 미칠 수 있을까?

공원을 돌며 음악을 듣다가 결국엔 거기에 생각이 꽂혀버렸다.

나도 그녀처럼 열정적으로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해 미치고 싶다는...

 

내가 미친듯이 빠져들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하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운동을 끝내고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내내 머리속에서는 그 질문들이 맴돌았다...

 

내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느낄 즈음...

잊을만 하면 한번씩 떠올라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

그야말로 미친듯이 미치고 싶은데, 미칠 수 있는 대상을 찿지 못해 방황하는 우스운 꼴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반성의 결론으로 이어졌다.

너무 생각없이 지냈다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올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살아지는대로 살았구나 싶었다.

 

걸을때는 많은 생각을 하게되고,

그때 떠오른 많은 생각들은 나를 돌아보게하고, 성찰하게하고,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게한다.

내가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뒤죽박죽 많은 생각들이 있었고,

기특함, 흐뭇함, 슬픔, 아련함등 복합적인 감정이 일었던 오늘의 공원돌기였다.

.

.

 

오늘 공원을 도는 동안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The Cranberris의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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